국립문화재연, 3월중 국보 1호 현판·테두리목 복원 예정
박찬수 기초연 박사, 6년 전 "숭례문 석재 훼손 심각" 경고

"현판과 테두리목이 처음 도착했을 때는 전부 조각나있던 상태였어요." 10일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위치한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센터 복원기술연구실. 1년 전 불에 탄 숭례문 현판과 테두리목 복원이 한창이다.

김순관 학예연구사, 정혜영 연구원, 정혜진 연구원으로 구성돼 있는 복원기술연구실은 숭례문 600년 역사의 완벽한 복원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화마로 인해 흔적만 남긴채 사라져 버린 국보1호 중 현판과 테두리목, 벽화, 금속 등의 일부만 남겨져 있는 상태다

 

▲정혜영 복원기술연구실 연구원.  ⓒ2009 HelloDD.com
정혜영 연구원은 "연구소에 도착했을 당시 숭례문의 현판은 38개로 조각난 상태였고, 한 개의 판으로 구성돼있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여러개로 구분돼 있었다"며 "현판에 뒷면 보강판이 대어있는 등 예전에 이미 복구를 했던 부분들이 발견됐고 이때문에 여러 곳에 많은 이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점은 숭례문에 불길이 옮겨 붙기 시작하면서 진화작업에 나섰던 소방관이 현판을 분리하던 중 실수로 현판이 떨어졌다는 것. 조각이 깨지기는 했지만 다행히 현판의 목숨은 건졌다.

정 연구원은 "복구 상태를 보니 나무결도 맞지 않은 채 복구가 돼있었고 높낮이가 맞지 않은 부분들이 많았다"며 "원판상태 그대로 복원을 하려 했으나 어쩔수 없이 해체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연구실은 복원작업을 벌이기 위해 기초조사를 했다. 현판과 테두리목의 복원방향을 정하고, 이들의 상태를 정밀 분석하기 위해 X선 촬영, 적외선 촬영, 수중분석, 연륜연대(나이테)분석 등의 심도높은 조사를 실시했다.

정 연구원은 "현판 해체후 균열간 부분을 목재용 에폭시수지로 접착후 안정된 상태이고, 종전 접착제와 공업용 못, 이물질 등을 족집게, 진공청소기, 브러시 등을 이용해 모두 제거했다"라며 "공업용 못 등을 제거하면서 생긴 구멍에는 충전재를 꼼꼼하게 채워넣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현판과 테두리목을 숭례문에 설치하는 결구부분의 훼손이 심해 다시 사용하기는 어려워 새 것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현판이 교체되면서 서체에도 많은 변형이 있다. 숭례문의 '숭'자가 이전의 서체와 모양이 달라졌다. 연구실은 복원을 위해 여러자료를 찾던 중 지덕사에 보관 중이던 탁본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1865년으로 추정되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탁본과 현재 숭례문의 탁본. '숭'자의 서체변형을
볼 수 있다.
ⓒ2009 HelloDD.com

정 연구원은 "이전에 현판이 교체되면서 서체에 많은 변형이 있었고 지덕사에 보관돼있던 탁본은 1865년에 찍은 것으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체라고 추정된다"며 "가능한 가장 오래된 자료라고 생각하는 서체를 참고해 예전 모습그대로 복원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현판과 테두리목의 복원작업은 3월 말쯤 완료될 예정이다. 그는 "국가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문화재이니만큼 재료 선정과 복원에 심증을 기울이고 있다"며 "숭례문 복원시 예전 모습으로 보일 수 있게 하기 위해 책임감을 느끼고 복원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본관과 보존과학센터, 중앙문화재센터로 이뤄져있으며 숭례문의 현판과 테두리목, 벽화, 금속 등 국보 1호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가 진행중이다.
 

▲숭례문에 관한 모든 연구를 진행하는 보존과학센터 전경.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조각난 숭례문 현판을 맞추고 있는 정혜영 복원기술연구실 연구원 ⓒ2009 HelloDD.com

◆ 박찬수 기초연 박사 "숭례문 석재 훼손 심각" 6년 전 경고

이미 6년 전 숭례문의 석재 보존상태가 심각해 과학적 보존대책이 시급하다고 경고한 과학 논문이 관심을 끌고 있다.

박찬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와 이상헌 강원대학교 지질학과 교수는 지난 2003년 '숭례문을 구성하는 석재의 암석학적·광물학적 특징'이라는 주제논문을 통해 숭례문이 전체적으로 훼손이 심해 시급히 과학적인 보존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연구팀이 기초연 서울분소에서 가동중인 X-선 형광분석기와 X-선 회절분석기 등의 분석기기를 통해 숭례문 보존의 실상을 밝힌 논문에 따르면 숭례문 석재의 표면은 대기중에 노출돼 물리·화학적 풍화작용에 의해 흑화·박리 현상으로 쉽게 떨어져 나간다. 특히 석조구조물의 하부는 하중에 의한 균열이 발생해 전체적으로 심각한 손상과 파손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심각한 훼손 상태인 숭례문 석재 ⓒ2009 HelloDD.com

1960대 초반 대규모 보수공사시 석재간 충진과 접합용으로 사용된 시멘트와 쇠못은 오히려 석재 보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보수재료 풍화 또한 심각한 상태로 전면적인 보존대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숭례문 석재의 구성암석은 칼크-알칼리 계열의 조립질 화강암으로 비교적 다량이 코발트를 함유하고 있다. 광물조성은 석영·퍼사이트·사장석·흑운모가 주성분이며, 특히 퍼사이트는 심한 변질작용에 의해 견운모화 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찬수 박사는 "기존의 문화재 복원은 고고학을 중심으로 단편적으로 이뤄져 왔다"라며 "이제는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자들이 모여 학자간 융합을 통한 과학적인 문화재 복원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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