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허태린 교수, 천연 비만개선물질개발
국제 제약시장 진입 초읽기

"일본에서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비만개선물질의 독점 원료수출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세계 3대 제약사 기술이전도 함께 논의되고 있죠." 허태린 경북대 교수(티지바이오텍 대표이사)는 식욕억제제나 지방흡수억제제가 아닌 국내 천연 비만개선물질로 대사질환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체내 '운동스위치' 활성화를 통한 비만치료물질 개발로 당뇨병·고혈압·비만·고지혈증 등 '대사질환의 대란'에 해결책을 내놓은 것. 허 교수는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천연물 활용 대사질환 치료제 연구'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얻어냈다.

"'체내 운동명령스위치'라고 불리는 활성화제, 대표적인 타겟효소 AMPK(AMP-activated protein kinase)가 몸에서 활성화되면 체지방합성이 억제되고 체지방을 분해하는 베타산화대사가 촉진되죠. 인위적인 운동스위치의 섭취를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운동 강도와 짧은 운동기간 내에서도 비만정도를 낮추거나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허 교수는 AMPK 활성화 기능을 보이는 비만 억제물질 'TG1022'를 한국의 자생식물 덩굴초에서 찾아 냈으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특허를 신청한 TG1022가 함유된 항비만 식품 '제노슬린'의 기능성 제품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TG1022는 체지방감소, 혈당조절 및 고지혈증 개선 등 복합적인 효능에 대한 건강기능식품 개별인증 허가 획득을 위한 전임상 및 인체시험이 올해 모두 완료된다.

질환유전자와 치료제분야를 연구해온 허 교수는 연구 과정 중 비만유전자 IDPc를 발견, 해당 유전자를 억제시키면 비만이나 고지혈증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비만 억제물질 개발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AMPK 활성을 증가시키는 물질이 당뇨 혹은 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좋은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증거가 많은 연구논문에서 발표됐다"며 "세계적으로 AMPK를 활성화 시키는 물질 발견을 위해 다국적 거대 제약회사 뿐 아니라 유수의 바이오벤처들이 많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의 운동스위치 활성화를 통해 식용 가능한 비만치료제나 당뇨개선물질을 개발, 이슈화한 것은 허 교수가 세계적으로 처음이다. "대사질환분야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비만·당뇨 등은 전 세계적으로도 제약 식품 쪽에서 가장 큰 시장이 형성된 분야로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죠."

허 교수는 '앞으로 비만 연구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 조언으로 동아제약과 SK공동투자로 2000년 티지바이오텍을 설립,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R&D에 집중해 기초신약개발 인프라 핵심기술을 개발한 후 대규모 제약회사가 신약을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직접 개발해보자는 뜻으로 방향을 바꿔 신약에 비해 제품화와 임상시험과정이 비교적 수월한 기능성식품및 천연물신약을 우선적으로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우수한 성과를 얻기 위해 혹독한 수업료를 내야만 했다. "원료수급부터 공정과정과 품질관리(QC)분야, 매출실적 관리 등 연구자가 시도하기에 부딪치는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어요. 공장을 빌리려고 사정도 해야 했고 기계를 마음대로 쓸 수 없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허 교수는 "연구과정에서 이와 같은 어려움은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 아니겠냐"며 당시를 회고했다. 처음 그는 합성화합물 신약개발부터 시작했다. 3년 동안 매달려 연구한 결과 약물합성까지 완성했지만 대사질환의 특성상 장기투여 시 문제가 되는 약물의 독성이 발목을 잡았다. "약이라는 것은 독성으로 다음단계에 진입하지 못하면 끝이에요. 연구의 벽에 부딪친 거죠. 그 후 우선순위를 뒤로 했던 천연물 신약 데이터를 끌어들여 꾸준히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천연 자생식물에서 추출한 물질을 수집하고 후보군을 뽑아 재검정, 각종 독성시험과 동물실험을 거쳐 해당물질을 발견하게 됐다. "AMPK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물질은 많이 있지만 세포나 조직 혹은 개체에 독성을 나타내지 않으며 생리적 활성이 있는 물질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연구를 위해서는 다량의 자생식물표본이 필요했으며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이 있었기에 연구를 활발히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허 교수는 앞으로 대사질환 기능성식품 외 자생식물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신약개발에도 주력할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최근에는 국내의 대규모 식품회사 들에 비만개선 기능성식품원료의 판매를 위한 작업이 마무리 단계이며, 일본 제약회사에 대한 기술이전 및 독점 원료수출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되고 있어 세계 제약시장에서 국내 천연 자생식물의 다양한 응용과 활약이 더욱 주목된다.

또한 후속 연구의 결과인 저분자 신약 후보물질을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공동연구 개발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진행 중이다. 세계적 복합대사질환 개선물질의 공동개발을 위해 작용기작·독성·약물대사과정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5년 내 전 임상 단계를 마치고 임상진입을 목표로 활발한 의견이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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