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안정이 최우선, 勞와 使 고통분담하자

#PC관련 사업을 하는 벤처기업 A社는 지난해 필수요원을 제외하고 생산 및 서비스직 인원을 대폭 감축, 9명의 조촐한 회사가 됐다. 한참 회사가 바쁘던 2007년 16명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술을 한 것이다. 광고 사업을 같이하는 이 회사에 광고수주건수가 줄었고 PC사업자체도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제조 회사에 다니는 박모씨(52)는 하루 하루가 살어음 판을 걷는 기분이다. 자동차 경기 침체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생산량이 크게 감소, 일거리가 없어 언제 구조조정이 단행될지 노심초사한 박씨는 회의를 소집한다는 소리만들어도 가슴이 철렁거린다.

#또다른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B社. 이 회사는 최근 급격한 생산량 감소로 공장 가동률이 60%로 떨어졌다. 제품 생산량의 급감으로 잉여인력이 넘쳐 나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유혹에 고민했으나 작업반을 4개조로 나눠 4교대 근무로 전환했다. 노사와 협의를 통해 시행한 순환근무방식으로 직원들을 회사 밖으로 내모는 대신 감싸 안은 것. 정부에서는 근로자의 고용안정에 힘쓴 B사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해 주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구조조정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좌불안석이다. 생산성 감소는 실직으로 이어지고 실직은 소비와 경제활동·소비심리 마저 위축시켜 침체의 늪을 연장시킬 태세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에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이 쏟아지며 문닫는 공장이 속출하고 있다는 현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이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우선해 기존 일자리 지키기가 새삼 주목받으며 고용유지지원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생산량 감소나 재고량 증가 등 경영악화로 감원이 불가피한 사업주가 감원을 대신해 일시휴업·휴직 등으로 고용을 유지할 경우 지원되는 인건비로 고용지원금의 이용확대는 노사간 협의를 통해 일자리 지키기에 나선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4교대 방식을 택해 일자리를 지켜준 B사는 한파가 지난 호황의 시기를 준비한다고 전했다. 기업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지난해 초나 2007년 처럼 생산량이 늘어나면 다시 인력을 원상태로 돌려 놓아야 되나 그때 가서 준비하면 이미 늦다는 것. 이런 경영철학으로 노동자들도 회사가 경기침체에 앞서 한발 먼저 재기할 것을 믿고 있다.

임금삭감 초래라는 일부의 부정적인 시각도 있으나 B사처럼 일자리 지키기로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막으려는 기업들에 박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런 기업들을 지원키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전과 충남에서 노사간 고통분담을 통한 일자리 지키기에 동참하는 기업들은 얼마나 될까.

대전지방노동청에 따르면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41건을 시작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기업들이 급증, 11월에는 85건, 12월에는 630건으로 집계됐다. 또 올해 첫달인 지난달의 경우에도 340건을 넘겼다.

이는 세계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초 서너건에 머물던 때와 비교할 경우 최대 60배를 뛰어넘는 증가세다. 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할 경우 휴직이나 휴업때는 사업주가 지급한 휴업수당의 2/3(대기업은 1/2)를 지원받을 수 있고 인력재배치때는 3/4까지 도움을 받게 된다.

B사는 남는 인력이 생기는 것은 제조업체의 공통된 현상일 것이라면서도 "비용발생을 제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잉여인력을 줄이는 것이지만 사측과 노측이 함께 고통을 분담한다는 취지에서 협의를 통해 급여삭감 방안으로 교대근무시간을 늘렸다"며 "이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보다 시급한 것이 일자리 보존이란 것이 B사의 생각이다. 이로 노동계에서는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 등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인턴제도 도입 등 고용을 위한 대규모의 정책 예산도 중요하지만 고용안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기업에 대출규모를 축소하거나 문턱을 높이는 보이지 않는 금융권의 행태도 없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동청은 당분간 인원을 감축하지 않고 휴직이나 재배치, 훈련 등을 통해 잉여인력을 감싸안는 기업들이 많을 것으로 보고 고용유지지원금의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노동청 관계자는 "현 경기를 예측할 수는 없다. 단 불황의 장기화 차단을 위해 수많은 정책을 양산하고 발굴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고용불안은 소비심리 위축 등 경기침체의 악순환을 가져오니 노사가 일자리 안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고 이런 기업에게는 정부에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용유지지원금이 지난해 10월부터 폭주했다는 것은 노와 사가 고통분담을 통해 경기침체를 걷어내고 있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라며 "고용유지지원금 제도가 더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금융권과도 접촉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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