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투자기피...저금리·심사 간소한 은행권 선호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이 자금확보를 위해 은행권으로 몰리고 있다. 이는 벤처 투자 분위기가 위축되고 금융권의 '저금리'기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덕밸리 벤처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대덕밸리 2-3년차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최근들어 자금확보를 위해 금융권의 벤처 관련 지원자금을 신청하거나 문의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들 2-3년차 기업들은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시점에서 캐피털에 의존하던 투자환경이 바뀌면서 은행권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같은 시장환경을 반영하듯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의 정책자금과 은행권의 대출실적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충청하나은행의 경우 경영안정자금과 창업 및 경쟁력 강화 자금, 대덕테크노밸리 입주기업 지원자금 등 다양한 벤처 자금지원 상품을 출시했는데 벤처기업들의 문의가 잇따르는 등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충청하나은행 연구단지지점 이병규 팀장은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의 문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경영안정자금과 창업 및 경쟁력강화 자금의 신청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를 이용한 기업도 다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도 지난해 10월 대덕밸리 벤처기업을 위한 5천만원 무보증 대출상품을 출시한 결과 60여개의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이 이를 이용했거나 신청을 묻는 전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

제로 대덕밸리 C기업은 지난해 제품개발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몇몇 벤처캐피털들과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까다로워진 심사조건 때문에 은행권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실토했다. K기업의 L사장은 "예전 같으면 기술력 하나만 가지고도 벤처캐피털들이 먼저 투자를 하겠다고 접촉을 시도해 왔으나 지금은 정반대"라며 "그나마 일반 시중은행들이 각종 벤처특별자금과 저금리 대출상품을 내놓아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벤처캐피털로부터 자금 확보의 어려움을 고백했다.

업력 4년째인 W기업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제품을 생산해 놓고 마케팅과 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가며 벤처캐피털과 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나 '시장이 불확실하다', '투자회수 기간을 단축할 수 없느냐', '지분의 배분은 어떻게 할 거냐' 등의 까다로운 심사조건을 내세워 결국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값싼 금리와 손쉬운 대출조건으로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의 새로운 자금줄이 은행권으로 선회되자 이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대덕밸리 한 벤처기업인은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경기불황과 벤처 게이트 등 각종 악재로 인해 투자가 위축되자 자금경색을 겪는 기업들이 은행권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결코 벤처기업이 가지 않아야 할 길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울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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