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추병길 한약자원연구부 선임연구원

경작하지 않는 풀을 우리는 일반적으로 잡초라고 하지요.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는 예부터 수많은 잡초가 자라고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수많은 잡초 가운데 일부를 우리 몸을 살리는 한약재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대덕넷은 한국한의학연구원(KIOM)과 함께 이번주부터 격주로 '잡초e야기'를 시작합니다. 매월 첫째, 셋째주 화요일 마다 독자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편집자의 편지]

ⓒ2008 HelloDD.com

출근길에는 파란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반기더니, 퇴근길에는 꽃잎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동그란 송편 같은 포엽만 매달아 놓은 꽃이 있다. '닭의장풀'이다. 닭의장풀의 꽃은 아침 일찍 이슬을 머금고 피어서 햇살이 뜨겁게 달구어지기 전에 수정을 마치고 꽃잎은 햇살의 등살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하루만 존재하는 꽃이다.

하루살이 꽃이라고 할까. 남들보다 일찍 꽃을 피우기 때문에 암술과 수술의 수정은 부지런한 개미 같은 곤충이 담당한다. 닭의장풀이란 이름은 이 식물이 마당이나 닭장 옆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으며, 꽃의 모양이 닭의 머리와 비슷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추정된다. 또한 오리발처럼 생겼다고 해서 압척초, 잎 모양이 대나무 같다 하여 죽절채, 푸른색의 꽃잎 덕에 남화초로도 불린다.

다른 꽃들도 그렇긴 하지만 닭의장풀은 볼수록 더욱 신기하고 재미있다. 처음 보는 이는 '꽃잎이 두 장인 꽃도 있네!' 하겠지만 실은 밑에 두개의 꽃잎과는 다르게 생긴, 작고 뾰족한 흰색의 잎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닭의장풀은 아름다움에 얼마나 욕심이 많은지 여러 가지 모양의 꽃술을 가지고 있다.

꽃잎 바로 앞에 옹기종기 나비모양의 술밥을 달은 수술 3개, 좀 더 길게 쭉 뻗은 갈매기모양 술밥을 달은 수술 1개와 전통기와의 아름다운 곡선과 견줄만한 멋들어진 선을 자랑하는 동그란 모양의 술밥을 달고 있는 2개의 수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수술에 비하면 아주 소박한 한 개의 암술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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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장풀의 속명은 '코메리나(Commelina)'인데 이 속명은 17세기에 네덜란드의 식물학자 이름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코메리나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학자 세 명 중에 두 명은 활동이 왕성했고, 나머지 한 명은 이렇다 할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린네(Linne)가 두 장의 큰 꽃잎과 한 장의 작은 꽃잎을 가진 닭의장풀에 코메리나라는 속명을 붙였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전초를 압척초(鴨跖草)라 하고, 여름과 가을에 채취하여 열을 식히고 독을 풀어주며,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부기를 가라앉히는데 사용한다. 또한 풍열로 인한 감기를 치료하고, 열병으로 열이 나는 데, 인후가 붓고 아픈 데, 각종 종기·부종·소변이 뜨겁고 잘 안 나오며 아픈 것을 다스린다. 민간에서는 생잎의 즙을 화상에 사용하기도 하며, 당뇨병에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참고문헌 : 이창복 대한원색식물도감과 배기환 한국의약용식물원색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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