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이건웅 박사팀, CNT 투명전극 제조기술 이전
내년 상반기 상용화 예상···5년간 5000억원 수입대체 효과
전기연측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CDMA 이후 공공기관 기술이전 중 단일건으로는 최대 규모의 기술이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박사팀에서 국내 중소기업에 이전되는 기술은 디스플레이 분야 원천기술임과 동시에 내년 상반기 제품화를 예상하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10월 중 CDMA 이후 최대 기술이전···5000억원 수입대체 효과 기대
"한 박사, 이리와 봐! 이게 어떻게 되는 거야!" 이건웅 전기연 박사가 바로 옆 실험실에 있는 한중탁 박사를 불렀다. 이웃 실험실과 아이디어 회의만 하루에 10번 넘게 하면서 3년여를 밤낮없이 보냈다. 연구진들의 이런 생활 끝에 결국 CNT 투명전극 제조기술 개발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1976년 전기연이 설립된 이래 최대 쾌거다.
현재 터치스크린용 평판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투명전극 소재는 중국에서만 생산되는 희귀금속인 산화인듐주석(ITO)을 이용한다. 그런데 이건웅 박사팀은 ITO 대신 CNT를 이용하면서 성능이 월등한 투명전극 제조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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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건웅 박사 ⓒ2008 HelloDD.com |
"세계 최초입니다. 저희 연구팀을 빼고는 CNT를 이용한 투명전극 제조에 성공한 곳이 없습니다."
이 박사가 원천기술 개발이라는 성과와 함께 강조하는 것이 수입대체 효과다. 지금까지 터치스크린용 평판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ITO 투명전극은 전량 일본에서 수입됐다.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일본은 ITO 투명전극에 대한 한국 배정량을 10% 미만으로 설정, 일정한 물량 이외에는 공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 박사의 설명이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시장이 커지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물량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번 기술이 상용화되면 향후 5년간 5000억원의 외화를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박사팀은 단순 기술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CNT 투명전극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신뢰성 테스트까지 마쳤다.
지식경제부는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전도성 필름 시장 규모만 국내 연간 2조 4000억원, 세계적으로는 약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팀의 기술은 적용시 50%이상의 공정 단가 절감 효과가 있기 때문에 대기업을 포함해 23개의 기업이 기술이전을 신청하는 등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연구팀은 대기업을 제쳐두고 필름제조 전문 중소기업에 기술이전을 결정했다.
빠른 기술 상용화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6개월 안에 우리 기술을 제품화할 수 있는 기업을 물색했다"며 "기업 선정에만 4개월이 넘는 기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내년 상반기 이전 기술의 제품화를 예상하고 있다.
이 박사팀은 CNT를 이용한 연구가 각 성분의 농도조절에 따라 터치스크린은 물론 구부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산업 전반에 다각도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원천기술 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다.
◆ 또 다른 전기연 '역할'···"중기 생존, 우리에게 달렸다"
원천기술 개발과 함께 사회가 출연연에 요구하는 역할이 바로 중소기업의 애로기술 해결. 전기연 '탑 브랜드 프로젝트(Top Brand Project)'로 진행되고 있는 구대현 박사팀의 연구 주제는 '고효율 전동기' 개발. 국내 중소기업에 없어서는 안될 기반 기술이다.
"세계 각국이 고효율 전동기 사용을 의무화하고 우리나라도 법 시행을 준비 중인데, 이에 대한 기술을 개발하는 곳은 없습니다. 중소기업들 다 죽으라는 소리죠. 출연연이 안하면 누가 하겠습니까?"
정부는 지난 7월 1일부터 고효율 전동기 45kW~200kW급의 생산과 판매를 의무화하는 최저효율제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는 0.75kW~37kW급 전동기에 대한 최저효율제를 2010년 1월 1일로 시행할 방침이다.
전기에너지를 역학에너지로 전환하는 전동기는 2007년 추정 전체 전력 생산량의 60%가량을 소비하고 있다. 전기연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전동기의 70%를 고효율 전동기로 대체하면 3864억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동기의 고효율화는 바로 에너지 절감과 직결되기 때문에 캐나다 1995년, 미국 1997년, 호주 2006년 등 세계 각국이 고효율 전동기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고효율 전동기에 대한 법안은 자국 안으로 들어오는 전동기에 대해서도 고효율을 요구하고 있다. 구 박사는 "미국은 2011년 고효율 전동기보다 효율이 높은 프리미엄 고효율 전동기의 의무 사용 규정 시행을 추진중"이라며 "5년 안으로 프리미엄 전동기가 일반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술개발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구 박사팀의 연구는 현재 1단계 사업을 끝내고 2단계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1단계 사업에서 12개의 중소기업을 선정, 각 기업에 요구에 맞는 고효율 전동기를 개발했다. 구 박사팀은 또한 1단계 사업을 통해 전동기 회전자를 알루미늄에서 도전율이 높은 구리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구리를 녹여 회전자를 금형에서 찍어내는 다이캐스팅 기술은 프랑스만이 보유하고 있었다. 알루미늄이 섭씨 600도에 녹는 것에 비해 구리는 섭씨 1060도에서 녹기 때문에 금형이 망가지기 쉬운데 구 박사팀이 이 문제를 해결해 냈다.
현재 기술개발 완성뿐만 아니라 시제품까지 완성한 상황이다. 앞으로 신재생에너지와 같이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낭비되고 있는 전력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개발도 중요하다. 이건웅·구대현 박사를 비롯한 500여명의 전기연 직원들은 원천기술 개발과 중소기업 맞춤 기술개발을 통해 '국가의 발전이 자신의 사명'이라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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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대현 박사가 구리 다이캐스팅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8 HelloDD.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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