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기관장 인터뷰] "출연연 기능 개편 핵심은 융복합"
'전력 네트워크 연구 강화' 피력

 

"최근 정부는 녹색성장과 신성장동력 분야에서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문제는 간헐적이고 에너지 생산의 예측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생산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신재생에너지의 사용이 현실화될 것입니다."

유태환 한국전기연구원 신임 원장은 "에너지 사용의 핵심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가 실질적으로 활용되려면 에너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산된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물의 낙차를 이용하는 양수발전이 도입된 이유도 효율적인 저장기술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발전소는 24시간 가동된다. 발전기를 재가동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많아 가동을 멈추는 것이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이다.

전기 사용이 적은 심야에 생산된 많은 양의 전기는 저장기술이 없어 버려질 수밖에 없다. 양수발전은 이 잉여전력을 이용해 야간에 낮은 곳에 위치한 물을 높은 곳으로 올려놓고, 사용자가 많은 주간에 물을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 이용하는 것이다.

"지금의 기술로는 10개 배터리에 전기를 저장하면 5, 6개를 쓸 수 있지만 초전도 전력 저장 장치가 개발되면 9개 정도를 쓸 수 있습니다. 효율적인 전기 저장 기술이 있다면 전력 생산이 제한적인 신재생에너지 분야도 더욱 활발해질 것입니다."

유 원장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능개편과 정부의 신성장동력 분야 육성 방침에 따라 전력 네트워크 연구 강화를 전기연의 연구 방향으로 잡았다. 정부가 출연연에 대해 중복 연구를 막는다는 원칙을 세웠기 때문에 특성화 연구에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유 원장은 "신재생에너지원 자체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에 맡기고 우리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신소재 개발, 전력변환시스템, 신재생에너지원을 이용한 분산전원, 전력계통연계운전 및 보호 등 전기시스템의 체계적인 연구개발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출연연 기능 개편, 융복합 연구 강화해야

"지금 출연연 기능 개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출연연 기능 재정립의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각 출연연들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진행이 된다면 문제가 있지요."

유 원장은 "중복된 연구는 정리하는 것이 좋지만 연구 분야들이 칼로 두부 썰 듯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다"며 "출연연들의 고유 기능을 잘 살려 융복합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출연연 외부 인사인 그가 전기연 원장직을 수락한 이유도 자신의 경험이 전력 분야의 융복합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융합 연구가 실질적인 상생 효과를 내려면 서로 가깝게 만나야 합니다. 제가 2004년 한전 전력연구원장으로 있을 때, 전기연·서울대 기초전력연구원 등과 기술교류협정을 맺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자리에서 내려오니 이야기들이 유야무야가 된 것이죠. 그 당시가 떠올라서 전기연에서 할 일이 있겠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유 원장은 이미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에 연계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해놓은 상태다. 그는 "출연연과 한전은 성격이나 문화·환경 등에 큰 차이가 있다"며 "30년 이상 한전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양쪽의 좋은 점을 접목시켜 전기기술의 분산된 연구역량을 융합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근무하고 싶은 KERI, 만나고 싶은 KERI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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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원장은 취임하면서 '근무하고 싶은 KERI(전기연), 만나고 싶은 KERI 사람'을 구호로 내걸었다. 먼저 연구현장의 사기를 살리는 일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출근하면 기분 좋은 조직 문화가 필요합니다. 창원에 홀로 떨어져있는 전기연에 근무하고 싶고, 외부 사람들이 전기연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해야 전기연의 발전이 있을 수 있겠지요."

그는 전기연의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전직원을 대상으로 혁신 아이디어를 모았다. "발전을 원한다면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먼저 진단해야 합니다. 그래서 실제 업무와 기관 운영에 적용하기 위해 TF팀을 구성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혁신 아이디어를 공모했습니다. 300개가 넘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 자체가 직원들의 혁신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 원장은 "출연연은 일반 기업과 달리 원장과 직원들이 모두 한 배를 타고 국가 발전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가야 한다"며 "구성원 모두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같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유 원장은 경영목표로 ▲사회적 편익 비용 효과 창출 ▲미래 원천기술 확보 ▲실용화 성과 창출 ▲STL(Short circuit testing liason) 정회원 가입 등을 제시했고, 연구개발 분야에서 ▲고신뢰 전력시스템 기술 ▲신재생에너지 전원시스템 기술 ▲차세대 전기기기 기술 ▲핵심 전기부품소재 기술 ▲첨단 전기의료기기 기술 및 전기융합 신기술 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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