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승 초대 소장 "無에서 有를 창조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은 미국 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미래는 수학과 과학에 달려 있다." 조용승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은 빌 게이츠의 말을 빌어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가 수학과 과학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은 모든 학문의 기반을 이루는 학문입니다. 생활 전반에 안 쓰이는 곳이 없죠. 단순히 계산만을 보는 게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고 움직이는지도 수학적 원리가 적용돼죠."

수리연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05년 설립됐다. 대한수학회의 역사가 62년인데 비해 수리연은 겨우 3년의 역사를 가진 셈. 조 소장은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아주 늦게 설립이 된 경우"라면서 "서양은 1930년, 중국은 1958년, 일본은 1964년 설립해 수학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존재하는 수학 관련 국책연구기관은 KAIST(한국과학기술원·총장 서남표) 부속 고등과학원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박준택) 부설 수리연 등이다. 고등과학원의 경우 1996년에 설립, 순수 과학과 수학을 추구하는 연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조 소장은 "고등과학원과 수리연의 기능은 엄연히 다르다"면서 "수리연은 학제간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수학과 다양한 학문을 연계, 산업·기술 쪽으로도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피력했다.

기능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고등과학원과 수리연의 기능 중복을 이유로 올해 초 통폐합 대상에 올렸다. 그는 올해처럼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애써서 설립된 수리연이 고등과학원에 통폐합된다면 본연의 기능이 퇴색될 수 밖에 없죠. 정말 많이 뛰어다녔습니다. 청와대 비서관도 만나서 애기해보고 했죠. 그래도 그 분들이 잘 알아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결국 고등과학원과 수리연은 분리해서 운영하기로 최종 결정됐다. 조 소장은 "정부 쪽에서 앞으로도 인위적인 통폐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정부가 또 바뀌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기능을 달리해 연구를 해나간다면 정부 역시 많은 지원을 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대한수학회의 역사 62년, 수리연 고작 3년

현재 수리연은 총 45명의 직원이 상근직으로 근무 중이다. 처음 시작할 때, 1년 예산 10억에서 출발한 수리연은 이제 40억의 예산을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조 소장은 "지금 이렇게 갖춰 놓은 모습을 보면 흐믓하다"면서 "처음 소장에 취임되고 와서는 아무도 없어서 당황했다"고 당시에 상황을 전했다. 국책연구소임에도 불구하고 수리연의 당시 상황은 좋지 않았다. 단 한 명의 연구원도 없이 조 소장 혼자 사람을 구하고, 연구소 살림살이 전부를 챙겼다.

"처음 1년 동안은 사람을 뽑았어요. 사람들이 중요하잖아요. 수학은 대단한 기계도 필요 없고, 컴퓨터랑 사람만 있으면 되거든요."

조 소장은 "중·고등학교 외에 수학을 접하는 곳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물론 정부 사람들조차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생활 전반에 걸쳐 수학이 응용된다는 점을 안다면 수학을 연구하는 것에 대해 선진국들처럼 적극적인 지원과 정책이 실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학은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한다. 산업 전반에 걸쳐 수학이 사용되고 있음과 동시에 사람들과의 의사 소통 시에도 수학이 저변에 깔려 있다. 조 소장은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도 수학적인 것이 없으면 안된다"면서 "마음을 계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경쟁과 사랑 역시 어떻게 보면 수학적으로도 표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조류독감의 원인인 철새들의 이동 경로 탐색이나 석유 탐사, 인체를 구성하는 유전자 지도 등 국가적 연구에도 수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번 미국의 최대 증권시장인 월가가 무너진 것도 수학을 무시했기 때문일수도 있어요. 위기관리 역시 수학에 포함되거든요. 위험한지 모르고 공격형 회사 운영을 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무너진 것 아니겠어요. 이처럼 생활 전반에 깔려 있는 수학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미래 부국이 될 수 있는 원천을 마련할 수 있어요."

◆ 수리연의 앞으로의 방향?···"돈 벌어야죠"

조 소장은 개소 3주년을 하루 앞둔 30일 이임식을 가졌다.

"시원섭섭하네요. 그래도 앞으로 수리연이 새롭게 취임할 소장과 함께 힘을 합쳐 잘 해내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리연이 개소한지 3년 밖에 안된 신생 연구소이기 때문에 기관평가에서도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거든요. 이제는 성과를 창출해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어야죠."

현재 수리연은 3차원 영상을 구현해 시뮬레이션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조선·자동차·전자 등과 관련된 산업체에서 제품을 만들기 전 안전성과 타당성을 검사하기 위해 미리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조 소장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의 프로그램을 써서 제작을 해왔다"면서 "국내에서 제작을 성공할 경우 경제 효과는 뛰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주 산업에서도 수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소장은 "스페이스클럽에 가입돼 있는 국가들이 달에 유인우주정거장을 건설하고 더 먼 우주에 대한 탐험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에너지"라며 "미국 융합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지구에는 없고 달에만 있는 '헬륨3'는 25t의 양으로 미국 전체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최근 미국 NASA(항공우주국) 고위직에 임명된 신재원 박사는 '한국도 수학과 과학 실력을 갖춘 끈기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우주항공의 정확한 방향설정과 예산을 기획해, 우주항공분야로의 도약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우리나라 역시 수학을 기반으로 우주개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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