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필테크, 제올라이트 필터 개발···산업체·실험실 환경 쾌적하게~

 

"일본이나 독일은 유해물질을 발생시키는 공장이 도심 한가운데 있습니다. 필터나 집진설비가 완벽하게 갖춰져 공해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지요. 우리도 '제올라이트'를 이용한 필터로 깨끗하고 안전한 공단을 꿈꾸고 있습니다."

제올라이트는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무중력 상태에서 합성실험을 했던 소재로 유명하다. 이를 이용해 필터를 개발하고 산업·실험 현장을 보다 안전하고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다. 대전 3공단에 위치한 지오필테크(대표 이민수)는 2005년 한남대학교 연구진의 노력으로 세워졌다.

기업 이름은 제올라이트(zeolite)의 '지오(zeo)'와 '필터테크놀로지(filter technology)'를 결합한 말. 제올라이트 필터 쪽을 특화해 산업 현장에 응용하면서 창업 3년 만에 10억 이상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활성탄 대신 제올라이트···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제거

"제올라이트도 세라믹의 일종입니다. 15년 이상 세라믹 분야를 연구해오다 제올라이트 필터에 관심을 두게 됐죠. 제올라이트와 같은 나노 구조체를 이용한 오염물질 제거 기술은 환경에 방출된 오염물질을 능동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제올라이트는 뜨겁게 가열하면 물이 끓을 때처럼 김이 나기 때문에 '끓는 돌(沸石)'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규산알루미늄 광물. 수없이 많은 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구멍들이 뒤엉켜 있는 돌을 가루로 만든 것인데 구멍이 숭숭 뚫린 돌하르방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천연 제올라이트는 구멍의 크기 및 배열이 불규칙해 현재 규소 등의 물질로 합성한 인공 제올라이트가 사용되고 있다. 제올라이트의 나노 구멍을 이용하면 분자들을 크기에 따라 선택적으로 붙잡아 두거나 걸러낼 수 있어 합성세제 첨가제에서 정유공장 촉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제품에 들어가는 제올라이트 (왼쪽) 필터와 활성탄(오른쪽) 필터, 지오필테크에서는
제올라이트를 이용해 고효율·고기능성 필터를 개발했다.
ⓒ2008 HelloDD.com

지오필테크는 제올라이트를 오염물질 제거에 활용했다. 나노 구멍에 유해가스 및 악취 분자를 가둬두는 '물리적 흡착'과 관능기(같은 작용기를 가지는 화합물)·양이온 교환 등으로 화학성분을 변화시키는 '화학적 흡착'을 동시에 실현한 것.

이민수 대표는 "대기 중에 휘발돼 악취나 오존을 발생시키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제거할 수 있는 제올라이트 필터를 국산 기술로 개발했다"며 "필터 부분 기술력을 토대로 산업체에 들어가는 집진기 및 유해물질보관장치(시약장)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까지 유해가스 및 악취제거용 필터로 많이 활용된 활성탄 대신 제올라이트를 사용함으로써 발화점이나 인화점이 낮은 오염 물질을 제거할 때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나노구조체를 오염물질 제거에 이용하는 기술은 세계적으로 원천 기술 개발 단계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지오필테크 손 거치면 공장 이전 필요없다"

 

▲지오필테크가 개발한 시약장(왼쪽)과 집진 시설(오른쪽)의 모습 ⓒ2008 HelloDD.com

대전광역시는 2006년 말 서남부 1단계지구를 친환경 청정도시로 조성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이 계획이 도시 전체로 확대되면 유해가스 및 악취를 발생시키는 공장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 문제는 비용인데, 공장 하나당 평균 30~40억원이 들어간다.

이민수 대표는 "공장이 도시와 공존하기 위해 친환경 설비를 하면 유리하다"며 "지오필테크는 집진 및 유해가스·악취 제거 설비 등에 있어 유체역학을 이용한 시스템 및 필터 등의 설계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재 산업체에 유해가스 및 악취를 퍼팩트하게 제거하는 시스템 개발 중"이라며 "전기 집진시스템과 플라스마 시스템 등을 결합한 시스템의 개발을 내년까지 마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 출시한 유해물질발산원 안전보관장치(시약장)의 경우도 전망은 밝다. 기존 제품들과 시스템 자체가 전혀 다른 '완전밀폐형순환형 방식'을 사용해 프랑스 이알랩(ERlab)이 독점하다시피한 제품을 개선했다. 현재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첫 제품을 만들어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팔았는데 연구원들이 상당히 좋아했다"며 "기술적 진보는 물론 디자인에도 신경 써 해외 딜러들도 중소기업이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민수 지오필테크 대표 ⓒ2008 HelloDD.com
◆"자녀들에게 자랑스러운 회사 만들자" 

현재 지오필테크에는 8명의 직원이 연구와 조립, 납품 부분으로 나눠져 일하고 있다. 8명의 직원은 모두 1년 이상의 경력직.

회사 설립 때부터 현재까지 함께 하는 인력도 3명 정도 있다. 회사 설립 첫 해 3100만원이던 매출은 두 번째 해에 5억 3000만원으로 올랐다. 투자비용보다 수익이 더 많이 나게 된 것. 집진 설비 부분에 경쟁력을 쌓은 데다 새로 개발한 시약장의 반응이 좋았던 것이 결정적 원인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기술력에는 자신이 있지만 회사 경영은 초보라 마케팅이나 이익구조 만드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내년에는 경영 쪽 전문가를 모시고 회사를 더 탄탄하게 키울 생각이다. 직원들의 자녀가 부모의 직장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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