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동네 사람들]'노체 데 살사'서 퍼져 나오는 삶의 활력소 '포착'

"연구자들이 춤바람 났다!" 매주 목요일만 되면 삶의 활력소를 찾아 '살사'를 춘다는 모 기업 연구원의 제보. 그의 연락을 받고 둔산동 '노체 데 살사(Noche De Salsa)'를 찾았다.

한 벽에 전면 거울이 붙은 25평의 공간, 어림잡아도 60명은 족히 넘는 '살사인'이 리듬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8박자 라틴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고 몸을 돌리는 사람들의 표정과 동작을 통해 읽을 수 있는 메시지는 '즐겁다, 신난다, 행복하다'였다.

'노체 데 살사'는 살사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2007년 10월부터 둔산동에 있는 댄스바와 다음에 개설한 카페를 거점으로 동호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전 지역의 연구원과 교사 등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인으로 구성됐으며 매주 목요일 정기모임을 통해 한바탕 축제를 벌인다. 서명균 '노체 데 살사' 대표는 "오직 음악과 춤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큰 장점"이라며 "나이와 직위 등 사회의 모든 짐을 잊고 즐거울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살사'에 있다"고 말했다.

이 곳의 오프라인 회원 100여명 중 20%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비롯한 기업 연구소 등 연구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차지한다.

과학자에게 불어닥친 춤바람의 원인을 물었더니 '스트레스 해소'와 '운동'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병균 한양네비콤 연구원은 "책상에 앉아 연구만 하느라 운동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에게 더 없이 좋은 취미"라며 "2007년 11월 우연히 살사 공연을 보고 시작했는데 질리지 않아 나이가 들어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ABC나노텍 기술연구소에 근무하는 조형국 씨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쌓였던 연구 스트레스 등을 술이 아닌 살사로 푼다"며 "스트레스를 풀며 새로운 사람도 만날 수 있고 운동도 되니 일석삼조"라고 말했다.

◆살사, "걸을 수 있으면 누구나 춘다"… 의상도 자유

▲26일 노체 데 살사 정기 모임 중 회원들이 살사댄스를 추고 있다. ⓒ2008 HelloDD.com

살사는 쿠바 원주민들이 추던 '손'이라는 춤에서 유래했다. 그들이 중남미 대륙으로 이주해 백인들과 함께 춤을 추는 과정에서 '맘보'가 등장했고, 맘보가 LA 등으로 건너가면서 '살사'가 됐다. 남녀가 짝을 이뤄 추는 커플댄스의 형태이기 때문에 스포츠 댄스 등과 같은 '소셜댄스'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살사는 음악에 맞춰 빠르게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고난도의 기술을 요하거나 따라하기 어려운 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 살사의 기본 동작은 4가지로 단순하다.

8박자에 맞춘 기본스텝 3가지와 파트너와 손을 잡고 몸을 한 바퀴 돌리는 라이트 턴만 알면 웬만한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일 수 있다. 또 스포츠 댄스처럼 정해진 동작이 없어 음악에 따라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므로 배우기에 큰 어려움도 없다.

서 대표는 "살사는 걸을 줄만 알면 누구나 출 수 있는 춤"이라며 "어렵게 보이는 기술들도 모두 4가지 기본동작에서 응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특별히 정해진 의상도 없다. 노체 데 살사에서 춤추고 있는 남자들은 움직임이 편한 티셔츠나 운동화 차림이 많았고 여자의 경우도 퇴근 후 바로 온 경우가 많았다.

회원 중 한 명은 "댄스화 등을 갖춰 신는 경우도 있지만 복장에 제한은 없다"며 "춤을 추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일·MT 살사 등 다양한 공동체 활동… "신입 회원 환영"

2000년 천리안·나우누리 등의 동호회 문화와 함께 시작한 살사는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살사인의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으로 살사가 전국에 전파됐고 많은 사람들이 동호회에서 살사를 배워 즐기고 있다.

여느 동호회와 마찬가지로 노체 데 살사도 MT, 생일파티 등 공동체를 위한 문화가 있다. 이들은 '충분히 시끄러워도 되는 곳'으로 MT 장소를 선정, 밤새도록 춤을 춘다고 한다.

'술보다 춤'이 우선하는 여행을 떠나는 것. 바다로 MT를 갈 경우 해변에서 단체로 추는 '해변 살사'도 맛볼 수 있다. 또 매주 정기 모임 시 생일을 맞은 회원을 위해 회원 모두가 파트너가 되는 생일 살사도 펼친다.

▲회원들이 줄 서서 추는 '라인댄스', 살사를 응용해 만든 동작에 맞춰 단체가 함께 춤을 춘다. ⓒ2008 HelloDD.com

5년 째 살사 모임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서경(동호회 별명) 씨는 "50대 후반이지만 살사를 통해 삶의 즐거움을 찾았다"며 "MT를 통해 모두가 한 번씩 파트너가 되고 나면 나이와 직업 등은 잊고 모두 어울릴 수 있다"고 살사의 매력에 대해 밝혔다.

현재 노체 데 살사는 7주 과정의 초급 강좌를 개설, 신입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13기는 교육 마무리 과정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으며 14기 과정은 7월 8일부터 시작한다. 교육은 매주 화요일 저녁 둔산동 살사바에서 이뤄진다.

13기로 활동하고 있는 장판수 스마텍 책임연구원은 "살사를 알고 난 후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 같다"며 "너무 즐겁고 좋아 부인도 함께 배우고 있다"고 느낌을 전했다.

◆'라 살사!', 삶에 맛있는 소스 뿌려라

'살사'는 스페인어로 소스, 양념을 뜻하는 말이다. 중남미 사람들이 듣기 좋은 음악이나 춤을 추고 싶은 음악이 흘러나오면 '음악 참 맛깔스럽다'라는 뜻으로 "라 살사"를 외쳤는데 그것이 살사 댄스의 이름이 됐다.

살사는 이름이 가진 뜻처럼 밍밍한 삶에 짭짤한 간이 될 수 있는 춤이라는 것이 회원들의 설명. 흑인 노예나 고된 일을 하던 이주 원주민 등도 삶의 시름을 잊기 위해 살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서 대표는 "음악에 맞춰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다 보면 모든 걱정․근심은 잊어버리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며 "회원들의 표정을 보면서, 또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참 행복하다"고 살사의 매력을 강조했다. 노체 데 살사의 14기 신입회원으로 가입을 원하는 자는 인터넷 카페를 참고하면 된다.[카페바로가기] 016-409-2312

▲살사 기본 동작 중 '라이트 턴'을 하고 있는 회원들의 모습 ⓒ2008 HelloDD.com

▲살사의 기본 스텝을 활용한 춤을 추고 있는 회원들의 모습 ⓒ2008 HelloDD.com

▲"누구나 살사를 추면 즐거울 수 있다"고 말하는 회원들의 표정이 밝다. ⓒ2008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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