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계]신재생에너지 기업, 고유가 맞아 움직임 분주

고유가로 한국 경제가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에너지 문제에 새로운 해법을 보유한 태양광·지열·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 벤처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전시 등에 따르면 총 44개의 신재생에너지 기업이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어느 때보다 신재생에너지에 관한 관심이 증폭됨에 따라 대전 지역의 신재생에너지 기업들도 석유 없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전에는 태양열·태양광 관련 기업이 33개, 다음으로 지열 14개, 풍력 6개, 수력 1개, 연료전지 1개, 수소에너지 1개 등의 순으로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 위치하고 있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는 태양열·태양광 분야다.

◆고유가 최대 수혜자? '태양광 벤처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태양광발전.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 대전에서 가장 큰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기업들도 바로 태양광발전 관련 기업들이다. 태양광발전은 발전기의 도움 없이 태양전지를 이용, 태양빛을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발전방식이다.

태양광발전 산업은 태양전지와 이를 만드는 소재를 생산하는 전방 산업과 태양전지를 조립하고 모듈과 시스템을 설치, 발전소를 건설하는 후방 산업으로 나뉠 수 있다. 대덕에는 태양광 산업의 전방을 맡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잉곳 생산업체 웅진에너지가 있다.

태양전지의 소재인 잉곳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녹여 만든 원기둥 모양의 결정이다. 태양전지 셀은 잉곳을 다시 얇게 절단해 만든 웨이퍼로 만들어 진다. 

▲웅진에너지의 잉곳 생산 라인. ⓒ2008 HelloDD.com

지난해 11월 대덕테크노밸리에 둥지를 튼 웅진에너지는 2008년 1월부터 5월 현재까지 15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웅진그룹과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인 썬파워사의 합작회사로 만들어진 웅진에너지는 2012년까지 2193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하고 400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2010년까지 총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잡은 웅진에너지는 올해 초 60여명이었던 직원을 120여명으로 늘리며 순항 중이다. 2007년 4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에스에너지는 올해 800~900억원의 매출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대덕테크노밸리에 생산공장을 두고 태양광 산업의 후방을 맡고 있는 에스에너지는 국내 최대의 모듈 생산기업이다. 태양전지 셀을 모아 판의 형태로 만든 것이 모듈. 에스에너지는 자사 모듈이 올해 잇달아 해외 인증을 통과하며 국내 태양광 산업의 간판이 됐다.

에스에너지는 지난 17일 전남 부안에 태양광 발전소 준공식을 개최하고, 모듈 제조 및 태양광 발전 시스템 설치사업에서 발전소 운영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부안 발전소에는 유럽공동체 표준규격제도인 CE 마크를 확보한 에스에너지의 자사 모듈이 설치돼 있다.

태양광발전의 부흥을 맡아 관련 기술로 제2의 도약을 꿈꾸는 기업도 있다. 지난 4일 전력 자동제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성시스코는 독일의 글로벌 기업 지멘스와 태양광 인버터 사업 분야의 협력과 사업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모듈에 모인 태양광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시키는 것이 바로 인버터 시스템이다. 한성시스코는 대덕테크노밸리에 있는 본사 사옥에서 MOU를 체결하고 5년간 지멘스의 태양광 인버터 사업 분야 전반에 걸친 전략적 제휴를 약속했다. 지멘스는 태양광 인버터 시스템에 한성시스코가 보유한 자동화 제어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지열은 지구가 존재하는 한 영원하다…탑솔
 

▲탑솔 GHTP의 냉난방 개념도 ⓒ2008 HelloDD.com
지열에너지는 아직까지는 생소한 분야이지만 고유가 행진이 지속됨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대덕테크노밸리에 위치한 탑솔은 국내에 있는 지열에너지 관련 기업 중 몇 안 되는 자체 제작 능력을 갖춘 회사다.

1999년 창업한 탑솔은 올해 3월 에너지관리공단이 지정한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선정된 대전지역 지열관련 기업 2개 중 하나다.

탑솔은 국내 최초로 '지열히트펌프시스템'(GTHP)을 개발했으며 6건의 관련 특허를 출원 중에 있다. 2005년 한국가스기술공사는 탑솔과의 MOU를 통해 지열 사업에 뛰어들었다.

탑솔의 제품은 '지열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을 통해 땅 속 50~150m에 존재하는 안정적인 약 섭씨 15도의 열을 이용하는 신재생에너지 기기다.

이춘우 대표는 "우리나라 땅 속 100m 이하의 구간은 열전도도가 높은 화성암으로 이뤄져 있어 안정적으로 열을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지반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GTHP의 냉난방은 땅속 150m 깊이에 묻혀진 방출관과 흡열관을 통해 높아진 실내의 열은 땅 속에 배출하고 땅 속의 따뜻한 열을 실내로 끌어올려 이뤄진다. 기존의 기기들이 순환펌프를 외부에 배치하는 반면 탑솔의 GTHP는 순환펌프를 내장해 기계실 면적을 80%가량 줄이고 설치비를 70% 절약했다. 탑솔은 현재 계룡 입암 산업단지에 생산공장 부지준공을 계획 중이다.

이 대표는 "국내의 지열 업체들 중 90% 이상이 외국산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에 불과하다"며 "외국산 제품이 싸다는 이유로 언제까지 외국 제품을 싸다 쓸 것이냐"고 물었다. 탑솔은 현재 한국산 지열에너지 기기의 보급을 위해 외국산 제품들과 치열한 싸움을 진행 중이다.

◆바람이 바로 금(金)!…금풍에너지

▲대림산업 주거환경연구센터에 설치된 금풍의 제품. '사진제공 = 대림산업' ⓒ2008 HelloDD.com

"우리나라는 1분에 바람의 방향이 24번이나 바뀐다." 우리나라에서 풍력발전이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금풍에너지(대표 박선경)의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금풍에너지는 풍력발전 중에서 특히 어렵다는 소형풍력발전기를 개발하는 회사다.

풍력발전의 경우 대형 발전기 보급은 많지만 소형의 보급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금풍에너지의 풍력발전기는 일반적인 수평축 발전이 아닌 수직축 발전을 사용하고 있다. 금품에너지의 관계자는 "프로펠러 모양으로 도는 수평축 발전기는 효율은 좋지만 바람의 방향과 풍속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수직축의 경우 바람의 방향과 낮은 풍속에 상관없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의 방향이 자주 바뀌는 우리나라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금풍에너지는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라은건설의 자회사. 이성환 라은건설 대표는 건설회사를 운영하며 풍력발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2005년 금풍에너지를 출범시켰다. 금풍에너지가 자체 개발한 수직축 풍력발전기는 대관령에서 6개월 이상의 산고를 겪었다.

깨고 부수기를 수백 차례 반복한 이후 마침내 낮은 풍속에서도 발전이 가능한 금풍에너지의 풍력시스템이 개발됐다. 금풍에너지는 섬 지역·대형선박·가로등·고립지대 등의 소형발전기부터 산업용 대형발전기까지 종류별 풍력시스템의 기술개발을 끝내 놓은 상태다.

금풍에너지의 오랜 연구개발의 성과는 지난 5월 열린 '대구 그린 엑스포'를 통해 인정받았다. 내달 대덕에서의 개소를 앞두고 있는 대림산업 주거환경연구센터는 금풍의 기술을 인정해 풍력발전기 3대를 설치했다.

또한 대구 엑스포를 계기로 현재 여러 업체들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전북 정읍에 1000평 규모의 생산 공장을 마련한 금풍에너지는 국내 시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기업 관계자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바로 '자체개발한 국산 제품'의 지원이다. 기업 한 관계자는 "고유가로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 정부의 보조금을 노리고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대부분이 외국산 제품을 들여와 국내에 파는 중간판매상에 지나지 않는다"며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을 선별해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달 4일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 비전선포식'을 계획하고 있는 대전시 관계자는 "고유가로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의 지원 없이는 독립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획기적인 연구개발로 비용 대비 효율을 높이지 않는 이상 신재생에너지는 고유가 시대의 보완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가 석유를 대체하려면 연구개발과 더불어 신재생에너지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수"라며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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