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국내최초 '달리는 로봇' 개발한 조백규 연구원

"수도 없이 실패했죠. 로봇이 넘어지는 건 매일 봐야 하는 '당연한' 과정이었고요. 앞으로 뛰어야 할 로봇이 뒤로 날아간 적도 있어요." '달리는 로봇' 기술을 개발한 조백규 KAIST 휴머노이드로봇 연구센터 연구원. 그는 아직 학생이지만 주변 동료들에게 '조 박사'라고 불린다.

우수한 성과가 이미 확보 됐으니 '박사학위' 정도는 이미 따낸 것과 진배 없다는 판단에서다. 기계공학적 의미에서 결코 적지 않은 성과지만 조 연구원은 의외로 덤덤하다. 하루하루 실험에 몰두하다 보니 나온 결과이다 보니 크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평소 주변 사람들이 지켜 보기에도 "언제나 연구실만 가면 만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교내 기숙사와 실험실만 오고간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조 연구원이 처음 달리는 로봇 연구를 시작한 것은 2005년. 그는 당시 '1년'이면 어느정도 성과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연구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인간형 로봇의 핵심은 동작패턴… 앞으로도 로봇연구 계속할 것"

"졸업한 선배들의 조언을 따른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가장 먼저 뛰거나 걷는 동작의 '패턴'을 개발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안정성 확보를 위해 추가적인 기능을 부가하는 것은 그 다음으로 돌렸습니다." 조백규 연구원이 '달리는 로봇' 개발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의 일이다.

만 3년간 한우물을 판 끝에 나온 성과다. 로봇이 보조장치 없이 독립적으로 뛸 수 있게 된 것도 불과 1주일 전의 일이다.

조 연구원은 2005년 부터 자료조사 및 기본알고리듬 구상에 1년 가까운 시간을 투자했다. 동시에 휴보의 실험용 로봇이었던 'KHR-1'에서 다리 한짝을 떼어왔다. 두발로 달리는 로봇을 만들려면, 한발로 깡총깡총 뛰는 이론부터 연구해야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로부터 다시 1년. 조 연구원은 두 다리를 교차시키는 알고리듬 연구에 들어갔다. 연구를 위해 로봇의 하반신 부분을 따로 제작하기도 했다.

이 때는 허리 부분을 굵은 파이프에 고정시켜 두고, 컨베어벨트(러닝머신)위에서만 두 다리의 연계동작을 연구했다. 당시 이 연구과정을 살펴본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휴보가 뛰어다닌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휴보는 아직까지 달리지 않았다. 올해 말, '휴보 II'가 완성되면 정식으로 '달리는 휴보'를 볼수 있게 된다. 다시 1년 후. 약 1개월 전의 일이다.

조 연구원은 충분한 이론적 검증이 됐다고 판단, 실제 로봇에 연구성과를 검증해보게 된다. 로봇은 휴보의 이전 모델인 'KHR-II'를 사용했다. 기본 이론이 완성됐으니 개발 역시 빨랐다.

불과 2주만에 로봇은 제자리 뛰기 동작을 할 수 있었고, 지난 주에는 드디어 컨베어벨트 위에서 독립적으로 달릴 수 있게 됐다. 그는 "로봇의 무게 중심이 뒤로 쏠려, 앞으로 달려 나가야 할 로봇이 뒤로 뛰어 오른적도 있었다"며 "다음날 연구팀과의 시연회가 예정돼 있다보니 밤을 새서 망가진 부분을 모두 복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조백규 연구원은 향후 로봇 분야에서 최선을 다 한다는 작지만 큰 계획을 갖고 있다. 관련 논문을 완성한 만큼, 졸업후 선진국의 로봇기술을 배우기 위해 해외 대학 등으로 포스트닥터(박사후연구과정)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는 로봇공학 기술로 인정받는 '카네기멜론' 대학 등을 고려하고 있다. 조 연구원은 "앞으로도 로봇 연구에 매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우리나라 로봇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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