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안면부종' 촬영장비 개발한 조용진 한남대 교수

한국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셀카(자신의 얼굴을 카메라로 찍는 것)'를 찍는다. 한번에 20여장 씩, 총 2회에 걸쳐 얼굴촬영을 하는 이유는 우주공간에 가면 얼굴이 부어오르는 현상인 '우주부종' 연구 자료를 얻기 위해서다.

이 실험은 향후 인류가 우주에 진출할 때를 대비한 기초연구로, 규모는 작지만 의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또 우주복이나 헬멧 설계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소연 씨의 얼굴촬영 실험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 그러나 이 씨가 찍는 '셀카' 장비를 개발한 과학자가 '사람의 얼굴'을 전문으로 연구한 '미술해부학자'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조용진 한남대 교수는 '얼굴, 한국인의 낯', '미인', '문화 유뇌론' 등 다수의 저서를 펴낸 미술해부학자다.

28년간 세계 여러 민족의 얼굴, 뇌와 문화의 상관성 등을 연구하며 '얼굴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해낸 권위자. 그가 처음 시도하는 '미세중력상태의 우주인 얼굴부종 측정 실험'은 '우주부종'에 대한 세계 최초의 계량화 된 3차원의 입체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과거에도 얼굴부종에 대한 측정은 시도된 바 있으나, 얼굴이 부풀어 오른다는 '사실'을 증명하는데 그쳤다. 조 교수에 따르면 정상인은 머리 혈압이 70mmHg, 심장이 100mmHg, 다리 부분은 200mmHg로 하체의 혈압이 높다. 그러나 무중력 상태에서는 머리·심장·다리·혈압이 모두 100mmHg로 비슷해진다. 따라서 지구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혈압을 나타내는 머리부위에 피가 몰리면서, 평소 얼굴이 작던 사람도 '얼큰이(얼굴이 큰 사람)' 소리를 면할 길이 없게 된다.

조 교수는 "하체의 혈액이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들면서 대신 머리나 얼굴 등 상체로 상당량의 혈액이 몰리게 된다"며 "감기에 걸린 사람처럼 코가 막히고 킁킁거리는 우주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까지 우주인 신체변화에 대한 스캔장비가 정확성이 떨어지고 무겁다는 이유로 줄자를 이용해 원시적으로 측정해 왔다"며 "현재까지 이에 대한 실험이나 통계조사가 발표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조용진 교수는 "이번 실험을 통해 우주부종에 대한 실측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우주인의 신체변화와 환경적응의 상관관계를 추론할 수 있는 다양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우주인이 우주로 떠나거나 지구로 귀환할 때 좀 더 쉽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조용진 교수가 자신의 얼굴을 모델 삼아 연출한 얼굴 등고선 사진. 지구상의 얼굴(좌)과 우주부종을 일으킨 얼굴형상 (우) 간의 변화가 뚜렷하다. 우주에서는 부종으로 얼굴부위에 따라 최대 3~7mm 정도 붓고, 안구가 5mm 정도 돌출되며 이마의 피부가 당겨져 올라간다.   ⓒ2008 HelloDD.com

◆찍찍이 신발 신고 셀카 '찰칵'… "가볍고 조작성능 우수"

이소연 씨는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며 '식물발아 및 초파리 유전자 실험' 등 국내 각 분야 기관 및 전문가들이 제안한 총 18가지의 우주과학실험과 교육용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이중에는 '얼큰이 현상'으로 불리는, '우주안면부종'에 대한 연구도 포함되어 있다.

우주부종 촬영장비는 지난 2월8일 무인 우주화물선 프로그레스호에 실려 국제우주정거장에 보관되어 왔다. 이소연 씨는 도착 당일인 11일, 짐을 풀자마자 장비를 인수해 실험에 착수했다.

이 씨가 이처럼 손쉽게 이 실험을 할 수 있는 이유도 조용진 교수가 개발한 새로운 장비 덕분이다. 조 교수는 "지금까지의 얼굴 스캐닝 장비는 너무 무거워 우주선에 실을 수가 없었지만 이번에 개발한 장비는 1㎏ 내외로 가볍다"고 설명했다.

조용진 교수는 "이번 실험을 위해 이소연 씨가 셀카(셀프카메라)를 찍을 수 있도록 A4용지 크기의 '실물격자형 등고선 촬영장치'를 개발했다"며 "무중력 상태임을 감안해 촬영 장치를 벽에 고정하고 우주인들의 신발에는 일명 '찍찍이'(벨크로 소재)가 붙은 신을 신고서서 자세를 잡아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더욱이 일반 스캐닝 장비는 한번 촬영하는데 0.8초나 걸려, 우주공간의 미세한 진동에 의해 흔들리는 피사체의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무리가 있었다"면서 "실물격자형 등고선 촬영장비는 1/40초에 촬영이 끝나 정확한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에 따르면 "사진은 6초 간격으로 1회에 20회 자동연속 촬영하게 된다"며 "촬영을 마친 메모리칩은 지구로 귀환한 후, 형상분석방법을 통해 약 1천개의 측정항목에 따라 실측 데이터를 분석하게 된다"고 실험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소연씨는 이미 탑승직전 비교 촬영 까지 마쳤다"면서 "우주정거장에 도착한 4월 11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얼굴변화를 촬영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 항우연 내에서 얼굴변화 측정실험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이소연 씨. ⓒ2008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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