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서 亞 최초 다이아몬드 광상 개발… 세계 5년 생산량

신입생 면접이 진행 중인 충남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강의실. 지원동기를 묻는 질문에 수험생이 "지질학에 특별히 흥미는 없지만 시험성적에 맞춰서 왔다"고 대답하자 교수들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한 교수만 싱글벙글 웃으며 말한다. "그래, 모르고 들어와도 괜찮아. 재미있는 학문이니까 들어와서 열심히 해."

▲'호외'를 통해 자신의 전공을 알게 된 김원사 교수 ⓒ2008 HelloDD.com
바로 김원사 교수. 그는 세계최초로 백금·팔래듐 신종 합성화합물을 개발하고, 국내외서 티타늄 등 주요 광물의 광상을 발견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광물·보석 분야 전문가다.

최근에는 카메룬 공화국서 전세계 5년치 생산량(1억5천만캐럿)에 해당하는 7억 3600만 캐럿 규모의 다이아몬드 광상을 발견하는 큰 성과도 세웠다.

하지만 그도 대학입학 전까지 지질학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지질학과에 합격할 때까지 해당 학과에 지원서를 냈다는 사실도 몰랐다.

"학창시절에 공부를 꽤 잘해서 서울대 지원서를 쓰며 1지망에 의대를 쓰고 2지망에는 아무 것도 안 적어 넣었어요. 당연히 붙는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시험을 못 봐서 의대에 떨어지고 후기대학을 준비해야겠구나 싶었는데 알고 봤더니 상담선생님이 나 대신에 2지망에 아무 과나 적어준거야. 당시에는 서울대 합격자 명단을 호외로 뿌렸는데 그걸 보고서야 내가 지질학과에 붙은 걸 알았지." 인상만큼이나 부드러운 말투를 가진 김 교수가 다시 생각해봐도 신기한 듯 당시를 회상하며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1년간 수차례 카메룬 지질조사…"말라리아 걸려 죽다 살아났다"김원사 교수는 지질학 중에서도 광물 합성이 전공이다. 그가 개발한 신종 합성화합물도 백금을 포함해 5가지나 된다. 광물 합성을 연구하다보니 해당 광물이 어떠한 환경조건에서 만들어지는지, 그 원리를 알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어떤 광물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으면 그 광물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를 상상해보고 비슷한 조건을 가진 지역을 찾아나선다"고 설명한다. 그가 이번에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 탐사를 한 것도 국내 기업 (주)씨앤케이마이닝(대표 오덕균)의 요청 때문이었다.

씨앤케이마이닝은 카메룬광업진흥공사(CAPAM)와의 합작회사로 카메룬에서 3년간 금광사업을 벌여왔다. 그간 평화를 위해 다이아몬드 개발을 금지했던 카메룬이 최근 자원 개발붐을 타며 이에 대한 정책을 바꿨고, 단독으로 다이아몬드 개발 권리를 획득한 씨앤케이마이닝의 오덕균 대표가 광물탐사 전문가를 물색, 김 교수를 찾아왔다. 때 마침 김 교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초빙교수로 가게 돼 있어 지리적으로 보다 쉽게 탐사를 진행했다.
 

 

▲현지의 지질전문가와 함께 탐사를 벌이고 있는 김 교수. ⓒ2008 HelloDD.com
"탐사를 할 때는 제일 먼저 지질조사를 합니다. 다이아몬드는 태고대(太古代) 암석인 킴벌라이트가 있는 지역을 찾아야 하는데, 카메룬 인접 국가들인 중앙아프리카·콩고·가봉·나이지리아 등이 모두 다이아몬드 생산 지역이니 국경 주변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선택된 곳은 중앙아프리카에 인접한 카메룬 동남부 모빌롱(Mobilong) 지역. 하지만 모빌롱 지역은 밀림지대였고 토양이 두껍게 덮여 있어 킴벌라이트를 찾을 수 없었다.

킴벌라이트를 직접 찾는 것이 요원해지자 김 교수는 "그럼 역암이 분포된 지역을 찾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킴벌라이트가 17~20억년 전 관입한 이후 많은 풍화작용을 겪었고, 그 때 떨어져 나온 다이아몬드가 비중이 비슷한 자갈과 섞여 어딘가에 쌓였다는 가설을 세운 것이다. 김 교수의 모델링은 딱 맞아 떨어졌고, 탐사를 시작한 지 1년만인 올해 초 모빌롱 지역의 역암층에서 추정 매장량 7억 3600만 캐럿의 다이아몬드 광상을 발견했다. 이는 '가장 적을 경우'로 추정한 매장량이므로 개발 시작 후 생산량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김 교수의 메모들. 지질조사를 벌이며 수억년 전의 환경변화를 추적해 현재의 상태를 모델링한다. ⓒ2008 HelloDD.com

이번 탐사는 전문가인 김 교수에게도 쉽지 않았다. 밀림지대를 다니다보니 구덩이에 살짝 나뭇잎만 얹힌 곳이 많아 잘못 밟으면 허리까지 빠지기 일쑤였고, 팔이며 발이며 여기저기 찢기기도 했다.

가장 큰 고비는 말라리아. 김 교수는 지난해 8월 열대성말라리아에 걸려 큰 고생을 했다. "열대성말라리아는 몇 일내로 치료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하더라고. 내가 순식간에 얼굴은 검어지고 맥이 빠지고 쪼그라드니까 다들 내가 암에 걸린 줄 알았대요. 다행히 아프리카 노동자들이 많은 안산 쪽에 열대성말라리아 약이 있어서 치료할 수 있었어요. 죽다 살아났지만 새로운 다이아몬드 광상을 찾았다는 생각에 기쁨이 더 커요."

◆경제적 가치는 '60조+α'…국내 보석 가공·감정 인력양성 효과

김 교수가 죽을 고비를 넘기며 찾아낸 다이아몬드 광상의 경제적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캐럿 당 70~250달러를 호가하는 보석용 원석과 10~20달러의 공업용 원석이 반반씩 섞여 있어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60조원이 훌쩍 넘는다. 이를 25년간 개발하며 매년 생산량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카메룬에 내고 전량 국내로 들어오게 된다. 게다가 현재 허가받은 908평방킬로미터의 개발권 중 14%정도만 진행된 상태. 탐사를 더 진행할 경우 또 다른 다이아몬드 광상을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김 교수는 한사코 돈으로 가치가 매겨지는 것은 거부하며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가장 먼저 우리나라가 아시아 국가 최초로 다이아몬드 개발을 하게 됐음을 거론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직접 캐서 원석을 가공해 팔게 되므로 1970년대 이후로 사장됐던 가공기술 등 다이아몬드 산업이 부활함을 뜻한다. "10년 전, 캐나다·러시아에서 다이아몬드가 생산되기 전에는 영국의 드비어스(De Beers)사가 원석 공급의 80%를 장악했어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사이트홀더(Sight Holder)라는 정해진 거래처에만 판매를 하기 때문에 사이트홀더가 없는 우리나라는 원석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어요. 이병철이 가도 안 팔아. 원석이 없으니 당연히 가공기술도 없었지요."

김 교수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생산해 들여오는 다이아몬드 원석 일부는 익산 보석단지에 위치한 원광대학교 보석가공센터에서 가공을 맡는다. 시설은 잘 갖춰져 있지만 규모가 작아 일부만 맡고 나머지는 중국·인도 쪽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원석을 구하기 힘들었던 센터 쪽에서 이번 김 교수의 소식에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원광대의 보석가공센터. 김 교수의 다이아몬드 발견에 가장 기뻐했던 곳 중의 하나다. ⓒ2008 HelloDD.com

또 자원부국인 카메룬과의 교류에 물꼬를 텄다는 것도 큰 성과다. 카메룬 산업자원부 장관(Badel NDANGA NDINGA)은 한국을 직접 방문해 지식경제부와 광업진흥공사를 방문했고, 대덕특구에 있는 (주)한전원자력연료에서는 우라늄 공동개발에 대해 협의를 진행했다.

"카메룬 장관이 한국에 굉장히 좋은 인상을 받았답니다. 첫 방문에서 대덕특구를 비롯해서 좋은 것을 많이 봤다며 한국의 발전된 모델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어요. 다음주에는 카메룬 대통령이 보자고 해서 다시 카메룬에 갑니다." 김 교수의 외교적 성과가 대단하다.

이미 그의 대규모 다이아몬드 광상 개발과 카메룬 정부의 지원계획은 현지 국영 TV(CRTV)와 일간지 등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그는 현재 학교기업에 대한 계획도 세우고 있다. 충남대에서 보석감정을 전문으로 한 학교기업을 설립하려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제조업이 아니므로 운영에 대한 부담도 적고, 최고 품질의 다이아몬드에 충남대마크를 달아 공신력도 높일 수 있어 장점이 많다는 평가다. 연구와 수업, 민간외교에 기업설립 추진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김 교수가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전공 선택의 비화(?)를 전한다.

"사실 대학교 1학년 때 의대로 전과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은사였던 이상만 교수님이 전과신청서에 허락 도장을 찍어주며 나한테 그랬어요. '난 다시 태어나도 지질학을 하겠다'고. 그 말에 1년만 더 열심히 해보자 마음먹었는데 해보니까 참 재미있는 학문을 택한 거더라고. 전세계의 자연을 다니며 광상의 위치를 상상하고 찾아내는 내 전공에 아주 만족해요. 새로운 광상을 찾았을 때 그 기쁨은 말 할 수 없이 커요. 나도 다시 태어나도 지질학을 하고 싶어요."

▲아프리카 밀림속에서 다이아몬드의 흔적을 찾고 있는 김원사 교수.  ⓒ2008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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