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두번째 국장 선임 원자력연구소 김병구박사 18일 출국 앞두고 심정 밝혀

지난해 11월 29일 대덕밸리에는 하나의 낭보가 날아들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로 부터다. IAEA이사회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소 김병구 박사를 3년 임기의 국장에 임명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김박사가 임명된 자리의 공식 명칭은 '동아시아 태평양 아프리카 협력국장'이다. 동아시아태평양아프리카협력국장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태평양·아프리카 지역내 원자력기술 교류협력사업을 기획, 추진, 평가하는 IAEA 국제협력의 주요 보직이다. IAEA국장은 국내에서 전풍일 박사에 이어 두 번째다.

오는 18일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인 김박사를 호텔롯데대덕앞에 위치한 한 커피숍에세 만났다. 그는 몇 일 있으면 출국을 앞둔 만큼 여러 가지 정리를 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우선 축하 드립니다.

"축하는 뭘....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지난 81년에 대덕연구단지로 이사를 왔다. 이곳에서 20여년을 살았다. 동네에서는 인디언 급이다.(왜 인디언 급이냐고 묻자 대덕밸리의 원주민이라는 뜻이라고 밝힘).원자력 관련 외교관이라고 생각한다. 국익을 항상 생각하는 자리다."

-IAEA에 한국인은 몇 명이 있습니까.

"현재 25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 실무를 맡고 있다. 가장 고위직은 전풍일박사다. 국장급은 내가 두 번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전박사는 원자력 발전국장이다. 95년에 부임했다. "

-국장이 된 것을 언제 알았습니까.

"사실 지난 여름에 과학기술부에서 연락이 왔다. 8월쯤일 것이다. 전화로 연락을 받았다. 한번 응모해보자고 제안했다. 단번에 그럴 의사가 없다고 전화를 끊었다. 당시 분위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본인이 하겠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 그러고 한참을 잊었는데 다시 전화가 왔다. 분위기가 좋다는 것이었다. 한번 꼭 응모해보라고 재차 권했다. 그래서 밑지는 심정으로 응모했다. 그 후 30개국에서 50여명이 응모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면 그렇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마지막 3명안에 들었다. 그게 곧바로 현실이 됐다."

-이 자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IAEA국장은 원자력 관련 외교관이라고 보면된다. IAEA에는 전 세계적으로 1백33개국이 가입되어 있다. 원자력 관련 분야는 국제사회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이 우선이다. 총성없는 전쟁터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의 입지가 한층 강화됐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우리나라의 원자력위상은 어떻습니까.

"아시다 시피 우리나라 원자력은 급성장했다. 기술적으로 보면 자립도가 85% 수준까지 육박했다. IAEA 진출도 늘어나고 있다. IAEA회원국에서 사무총장 아래 실무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국장급에 2명 이상 진출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4명), 독일(3명), 러시아(2명), 벨기에(2명), 캐나다(2명) 뿐이다."

-언제 돌아오나요.

"3년 후가 될 것이다. 휴직상태다. 아시아 태평양국장인 만큼 1년에 서너 차례는 오갈 생각이다. 최근 원자력연구소에는 국제원자력훈련센터가 문을 열었는데 이곳을 이용해 각 국의 원자력 관계자 교육장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벤처할 생각은 없나.

"아들이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인공위성센터에 있다. 아들이 벤처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돌아오면 아들을 도와 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이대목에서 '벤처를 하겠다는 뜻인가'라고 묻자 김박사는 '기회가 되면 할 수도 있다'면서 벤처행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김박사는 두 아들을 두고 있는데 다른 한 아들은 광고회사에 다닌다고 밝혔다)

-연구단지가 어떻게 발전해야 합니까.

"내년이면 연구단지가 30년을 맞는다. 그동안 연구단지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변하지 못하면 생존도 없다.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대덕밸리의 벤처 열풍은 고무적이다. 이런 기회를 잘이용해야 한다. 대덕연구단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벤처와의 연계가 절실히 필요하다."

-일부 과학자들 사이 대덕연구단지를 대덕밸리라고 부르는 데 대해 반대의견도 있는데.

"일부 연구단지이기를 고집하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말도 안 된다. 패러다임이 바뀐 것을 인정해야 한다. 연구단지는 이제 과학자들만의 것이 아니다.다시 말하지만 그동안 대덕밸리에는 7백여개의 벤처기업들이 생겼다.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들과 협력을 하고 공존하고 발전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교훈이 있지 않느냐."

-벤처들의 기본적인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대덕밸리 벤처들은 아직은 '새끼'라고 본다. 아직은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벤처는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실력이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기술이 있어야 한다. 시장 역시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업가 마인드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 말미에서 기자는 3년후 원자력연구소장으로 돌아온다는 주변의 소문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박사는 미소를 지은 뒤 "글쎄다.....하지만 3년이면 나보다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저도 정년인데...아무튼 대덕밸리로 다시 돌아올 생각이다. 서울로는 절대 갈 생각이 없다. 집이 대덕밸리인데 어디를 가나. 원주민이 자기 동네를 떠나면 못산다"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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