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우주인 이소연씨가 보내온 서른두번째 편지

"어이, 소연 박사, 163 빼기 36이 얼마야?" 박사학위를 받은 이소연(29·KAIST 졸업) 씨에게 동료들은 우주복 진공 체크를 위한 숫자 계산을 맡긴다. 이 씨가 긴장을 풀고 재미있게 훈련 받도록 하기 위한 배려이다.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막바지 우주인 훈련을 받고 있는 한국 최초 예비 우주인 이소연 씨가 편지를 통해 선장, 비행엔지니어들과 함께 한 첫번째 팀훈련 과정을 소개했다.

이 씨는 "팀훈련에서 입은 우주복은 1년 전 선발 기간에 후보들과 입어본 우주복과 느낌이 달랐다"며 "곧 우주를 향해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우주가 좀 더 가깝게 느껴졌다"고 전한다. 그는 "실제 훈련은 준비기간의 가족적인 분위기와 달리 시종일관 엄숙하고 신중하게 진행됐다"며 "모든 훈련 과정은 질문과 토의를 통해 수행 평가로 이어져 비행을 결정할 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그는 마지막으로 "턱없는 초보 우주인이지만 같이 훈련 받고 함께 경험하면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익혀서 비행에 도움이 되는 오른쪽 좌석의 우주인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소연 씨가 선장, 비행엔지니어들과 훈련한 내용을 담은 편지 전문을 소개한다.
 

선장 그리고 비행엔지니어와 함께 훈련시간표를 받았을 때, '팀훈련(Crew Training)'을 보고 기대도 되고 살짝 긴장도 되었습니다. 얼마 전 에네르기아(러시아 우주선 제작회사)에 가서 내년 4월에 발사될 소유즈 우주선에 직접 탑승해보고, 여러가지를 확인하면서 러시아 탑승 우주인과 예비 우주인을 다 만나보고 인사를 하긴 했지만, 같이 훈련을 받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4시간으로 이루어진 실습 훈련 전에는 항상 2시간의 준비를 위한 이론수업이 있어서, 이번 첫 팀 훈련 전에도 역시 예비 우주인인 막심(Maksim Surayev) 선장(Commander), 그리고 올레그(Oleg Skripochka) 비행엔지니어(Flight engineer)와 함께 소유즈 탑승 데이터 파일을 보면서 실습 훈련을 준비도 함께 했습니다. 소유즈 우주선에 대한 기본 이론수업과 탑승 데이터 파일 관련 수업을 이미 들었지만, 몇 년째 이곳에서 훈련을 받아온 선장과 비행엔지니어보다는 아는 것도, 그리고 소유즈 내에서 수행하게 되는 임무도 상대적으로 많이 적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보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훈련 준비를 하면서 교관과 선장은 꼭 확인하고 알아야 할 것들을 꼭꼭 짚어주었습니다. 가끔 선장은 직접 자기 펜으로 탑승 데이터 파일에 시간도 표시해 주고, 강조 표시도 해주면서 꼭 기억하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우주복을 입고 소유즈 모형으로 가는 중
 드디어 첫 팀 훈련 시간이 돌아왔고, 선장과 비행엔지니어와 함께 우주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지난 12월, 이제는 벌써 1년 전이 되어버린 선발 기간에 8명의 후보가 함께 와서 우주복을 입어봤던 그때, 그리고 우주인 훈련이 시작되고 생명유지장치에 대해서 배우면서 실습시간에 입어봤던 그 우주복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선장, 비행엔지니어와 나란히 셋이 앉아서 우주복을 입다 보니 꼭 곧이라도 우주를 향해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올라가게 될 그 곳 우주가 좀 더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소유즈 모형 내에서 훈련 시 비행통제센터 역할을 하는 곳
몸에 의학체크를 위한 심전도 장치를 달고 통신을 위한 헤드셋도 하고, 이들 모두를 우주복의 연결부위에 연결하고 우주복을 입고 소유즈 모형을 향해 걸어가면서, 언젠가 우주비행을 위해 우주복을 입고 실제 소유즈를 향해 걸어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비행엔지니어가 먼저 왼쪽에 앉고, 그다음 내가 오른쪽에 앉고, 마지막으로 선장이 올라와서 가운데에 앉자 훈련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우주비행 때 비행통제센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소유즈 모형의 가상 비행을 통제하고, 실제 비행에서와 같이 우주인들과 통신도 했습니다.

▲러시아 예비우주인 선장의 지시에 따라 밸브를 조절하는 모습
비행 일부분을 소유즈 탑승 데이터 파일의 순서에 따라 소유즈 모형 내에서 그대로 시뮬레이션을 하는 과정이었는데, 훈련 준비시간의 가족적인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기기를 하나하나 작동할 때마다 신중하게 선장과 비행엔지니어가 논의하고 작동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내 나름대로는 도움이 되고 싶어서 시간을 알려주려고 했던 적이 있었는데, 선장과 엔지니어의 대화에 방해가 되었던 것 같아 미안하기까지 했습니다. 실제 비행과 같은 느낌으로 엄숙하게 순서를 진행해 나가는 모습이 멋져 보이기도 했지만 처음에는 무서운 느낌까지 들었는데, 그 이유는 훈련이 다 끝나고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간간이 "어이~ 소연박사, 163 빼기 36이 얼마야?"라고 물어보는 위트도 잊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운동시간에 사우나에 예비우주인 중 선장이 있을 때 주변 다른 교관들이 이소연이 곧 박사가 될 거라면서 너스레를 했는데, 그걸 들었는지 훈련 동안 내내 소연박사라고 부르더니 박사님이니까 숫자 계산은 이제부터 맡아서 하라고 하면서 웃었습니다. 우주복 진공 체크를 하면서 시간 측정을 할 때, 너무 긴장해서 간단한 숫자 뺄셈도 제대로 못하고 실수를 했었는데, 그럼에도 그런 부탁을 해 준 것이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4시간에 걸친 시뮬레이션 훈련이 끝나고 모형 밖으로 나왔는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우주복을 벗고 탁자 앞에 모여 앉아서 4시간 동안 훈련했던 과정에 대해서 토의하고 교관이 지적도 하고 우주인들이 질문도 하는 브리핑 시간이 있었습니다. 모든 토의가 끝나고 러시아 우주인들의 훈련 수행에 대한 평가도 있었습니다. 매번 훈련 때마다 점수를 매기고 평가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몇 년째 이곳에서 비행관련 훈련을 받아왔고, 또 현재 예비 우주인인 이들에게 이 평가는 언젠가 실제 우주로 향할 비행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평가를 지켜보고 나니 훈련시간 동안의 엄숙함과 훈련과정에서 감히 말을 걸기 어려울 만큼의 진지함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6년 우주인 선발 과정 중 보이지는 않았지만 느낄 수는 있었던 후보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다시 한 번 떠올랐습니다.

▲장갑을 끼고 우주복 진공 체크 준비 하는 중
2008년 4월 발사 전까지 몇 번의 팀 훈련이 더 있을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러시아 우주인인 선장과 비행엔지니어보다는 턱없는 초보 우주인인 저이지만, 같이 훈련을 받고 함께 경험하면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익혀서 비행에 도움이 되는 오른쪽 좌석의 우주인이 되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러시아 예비우주인들과 함께 우주복을 입고 소유즈 모형 내에서 팀 훈련을 하게 되니 이제는 이들과 한배를 탄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창을 통해 모니터로 비치는 것이지만 파란 지구가 보이고, 가상 우주관제 센터이지만 실제 비행과 같은 통신을 주고받으면서 잠시나마 우주비행에 대해서 좀 더 실제적인 상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연습이나 훈련이 아닌 실제 비행을 위해 좀 더 마음을 가다듬고 좀 더 열심히 훈련에 임해야겠습니다. 하루하루 다가오는 그날을 위해 준비된 우주인 이소연이 되기 위해 파이팅!   아자아자! Давай~! (다바이!)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