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재고 차기 교장 내정 권장혁 KAIST 교수

"15년이나 20년 후 우리나라가 중국으로부터 추격을 당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에 대비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과학영재들이다. 과학영재 육성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인 만큼 최선을 다해서 힘써보려 한다." 과학영재 양성기관인 부산 당감동 한국과학영재학교(이하 영재고)의 차기 교장으로 내정된 권장혁(59)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책임이 무겁고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서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영재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차기 교장으로 선임한 권 교수를 15일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추인, 현재 교육부의 재가를 기다리고 있다. 영재고에서 교육전문직 공무원 출신이 아닌 교수 출신의 외부 인사를 교장으로 추인하기는 2003년 개교 이후 처음이다.

영재고 학교운영위원회는 영재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해 올 초 KAIST에 차기 교장의 추천을 의뢰했다. 이에 이광형 교무처장은 1월에 전체교수를 대상으로 공지를 했으나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부산으로 거처를 옮겨야 하는 것과 연구 대신 교육에 집중해야 하는 것 등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또 영재고는 과학기술부와 부산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기관인데 최근 과기부 통폐합으로 지원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권장혁 교수 역시 한참을 망설였으나 영재교육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굳혔다. 좋은 연구 성과를 내는 것 못지않게 인재양성도 보람 있는 일이라는 신념을 갖고 설 연휴 후 이 교무처장의 제안을 수락했다. 권 교수는 교육부의 재가가 나면 3월 1일 취임, 3년 남짓을 영재고 교장을 맡게 된다.

권 교수는 "영재교육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입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며 "영재고 학생들이 입시에 관계없이 대학을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진정한 영재교육이 이뤄진다면 대학입시가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이를 위해 그가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영재 선발 시스템과 우수 교원 확보, 시설 및 인프라 마련 등 세 가지. 그는 특히 영재 선발에 대해 "입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부모님과의 인터뷰 등을 진행하는 외국의 사례 등을 살펴보고 좋은 부분은 벤치마킹해서 보다 나은 시스템을 도입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영재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우수한 교원을 확보하고 훌륭한 시설을 갖춰 영재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영재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현재로서는 영재고에 부임 후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이라며 "영재고에 대한 현황 파악이 끝나면 현재 KAIST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들 중 강의평가 부분을 도입하는 등 세부적인 계획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장혁 교수는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8년부터 KAIST 교수로 재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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