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 사회 고려한 부처 탄생하길

요즘 정부조직 때문에 무척 어수선하다. 새로운 정부는 아마도 작은 정부 그리고 융·복합적이고 실용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것 같다. 그 바람에 정통부 등 여러 부처가 간판을 내리게 되는 모양이다. 자신이 속한 조직이 사라지는 데 마음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 중에서도 정보통신부는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분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이끌어 오는데 일등공신이었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미 20여 년 전부터 IT강국이 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움직여 온 것이 사실이다.

이를 주도적으로 움직여왔던 부처가 바로 정보통신부이고, 그런 점에서 정통부는 그 역할을 매우 훌륭하게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새로운 정부는 정통부를 기능별로 여기저기에 분산 배치하려는 것일까? 어찌 보면 정통부가 해 오던 역할에서 벗어나 모든 산업에 IT기술이 접목되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사실 시간이 갈수록 매사에 정통부는 여러 부처와 비슷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방송도 IT가 접목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정통부와 방송위가 충돌하게 되었고, 산업도 IT가 접목되지 않으면 안 되니 산자부와 정통부도 갈등을 빚게 되었다. 게임도 문화산업도 IT가 접목되어야 하니 문화부와의 갈등도 표면화되기 일쑤였다.

이제는 IT를 IT로만 볼 것이 아니라 모든 산업이 IT를 접목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그런 의미라면 정통부의 승화는 어찌 보면 필연적일 수 있다. 문화산업과 IT의 접목, 교육산업과 IT의 접목, 방송과 IT의 접목 등 좋은 음식 재료가 요리에 잘 활용되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생각한다. 일견 좀 더 효율적으로 요리가 만들어 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좋은 취지를 100%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걱정이 앞서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급변하는 IT환경의 불확실성을 담보한 장기적인 투자는 과연 누가 과감하게 결단하고 집행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최근의 갈등은 수 십 년의 시행착오 속에 불확실성을 담보한 투자의 결과물이다.

그것이 좋은 음식재료가 될 수 있었고 그것이 요리가 되는 과정에 재료상과 요리사의 갈등이 있었던 것이다. 좋은 재료가 있으니 내가 요리하겠다고 나서고 요리는 내가 잘하니 좋은 재료만 달라고 하고 ... 문제는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재료를 개발해 낼 곳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지만 기존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IT는 그 분야에 맞게 변신한 IT다. 하지만 그렇게 접목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낸 부처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정통부가 아닐까. 통신 인프라만 보더라도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는데 이것들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하면 앞으로 우리나라 미래 성장 산업 창출에도 큰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일거다.

정통부가 주관해 오던 로봇, 소프트웨어, 차세대통신망 사업, DMB, IPTV, 무선인터넷, 무선통신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새로운 것들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과연 어마어마한 산업정책 속에 하나로 자리 잡아 그 불확실성을 담보하며 과감한 투자가 가능할 지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로봇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아직 산업이라고 분류할 만큼 성숙하지 않았다. 이것이 차세대 성장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아주 전략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전체 산업 속에서 바라보게 되면 지금의 로봇산업은 아주 유아기이고 또 규모면에서도 소홀히 다뤄질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산업도 따지고 보면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산업의 규모가 너무 작아 소홀하게 다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은 산업이 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인위적으로라도 시장을 창출해 줄 필요가 있으며 그렇게 쌓인 노하우가 결국은 모든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되어진다는 점을 간과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로봇산업이나 소프트웨어 산업은 그 산업 자체만으로 봐서는 안 될 산업인 것이다. 그러므로 전 산업을 위해 인위적인 전략과 정책이 필요하게 될 것이 분명한데 과연 이런 장기적인 전략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 지 그것이 걱정되는 부분인 것이다.

과학기술부도 마찬가지다. 산업적인 관점에서 정통부보다도 더더욱 매력적이지 못한 아주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과학적 자산을 확보하는 일이 소홀해 질 수 있음을 우려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차세대 성장산업 또는 장기적인 국가 지적재산을 확보하는 측면에서의 과학기술분야의 모험적인 투자와 전략 수립 그리고 집행은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가칭 '미래자원부'와 같은 부처를 만들어 지금 당장에 상용화 되진 않았지만 차세대 산업을 위한 전략수립 및 투자 그리고 시장 조성 등의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로봇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 국방부과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로봇시장을 인위적으로 창출해 내는 일 같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방전력의 IT화, 첨단화를 추진하여 최강 국방력을 만들어 내면서 그렇게 얻어진 기술을 민간수요로 전환하여 지식경제부나 문화, 방송 등에서 활용하게 하는 식이다. 소프트웨어 산업도 마찬가지다. 군이나 정부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민간에 발주하여 인위적으로 기술축적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기술 확보 및 시장창출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다.

아무쪼록 새로운 정부에서는 모든 분야가 융합하여 부가가치 극대화에 노력하면서 국가의 먼 장래를 위한 기술축적 및 지식 확보를 위하여 위험을 감수하며 과감하게 추진하는 부처가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하진'은 누구? 인하대 산업공학과,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글과 컴퓨터, 네띠앙의 대표이사와 한민족글로벌벤처네트워크(INKE)의 의장직을 역임했다. '자랑스런 신한국인' 대통령상, World Economic Forum의 '2001 Techonology Pioneers' 선정 등 다양한 상을 수상했다. 현재 (주)인케코퍼레이션(www.inkecropr.net)의 대표이사이며,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및 인하대, 이화여대, 아주대의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인터넷에서 돈 버는 이야기', '전하진의 e비즈니스 성공전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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