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고]글: 정수한 광주과학고등학교 3학년

인간이라면 누구나 삶의 전환점을 만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내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아직 10대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수 백년 묵은 낡은 배처럼 삶의 목표도 나아갈 방향도 모호해서 제자리를 뱅뱅 돌고 있는 느낌. 그런 날들 속에서 갑자기 예기치 않게 눈이 환해지면서 "아! 바로 이 것이야!"라고 깨닫는 시간. 삶의 목적과 나아갈 방향이 뚜렷해지는, 삶의 전환점이 된 순간 말이다. 채연석 박사님은 내게 그런 분이셨다. 등대고 표지판이며, 삶의 방향타가 되어 주신 분. 나에게 그분은 히어로(영웅)이자 슈퍼맨인 그런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나에게 장래희망 같은 것은 없었다. 스스로 뭘 하고 싶어하는 지도 모른 채 순간순간 내게 주어지는 일들을 해결해 가는 것만이 나의 일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쑥 '로켓 이야기'라는 책이 눈앞에 나타났다.

학교 과학전람회에 로켓관련 연구과제를 출품하다가 고막이 손상되었다는 이야기 부터 시작해, 어린 시절 간직한 꿈을 한 순간도 잊지 않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삶, 꿈을 쫓고, 결국 꿈과 하나가 되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인정받는 한 인간의 삶을 나는 그 책에서 만났다. 꿈없이 그냥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넘겨가는 나에게 그의 삶이 인상적이었던 만큼, 내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다. 그 때부터 나는 채연석 박사님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박사님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며 크나큰 위안을 받았다. 박사님이 있기에 내가 가야할 방향이 뚜렷해졌다. 갈등과 번민, 위기에서도 다시 박차고 나갈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했다. 박사님은 내게 그런 분이셨다.

결국 로켓이야기가 계기가 되어 나는 다른 로켓관련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해다. 공부하고 조사한 것들로 나만의 노트를 만들고, 연구활동시간에도 로켓 연구를 하는 등 삶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자습실의 내 책상 위에는 항상 박사님의 사진을 붙여놓고 박사님과 같이 자신의 꿈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기로 작정했다.

나만의 '로켓 연구서'에는 로켓의 추진 이론과 노즐의 수식 등 다양한 내용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입시를 맞이하게 됐다. '미래를 대비하는 사람을 위한' 입시요강을 보고 믿음과 자신감이 생겼다.

채연석 박사님을 통해 나 자신의 미래를 주변의 친구들보다 한걸음 먼저 생각하고, 그 길로 먼저 나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박사님과 박사님의 책은 나의 삶의 방향과 기회를 제공해 주셨던 것이다. 며칠 전 한 통의 이메일이 날아왔다. 채연석 박사님의 강연이 있다는 것이다. 50명의 적은 인원을 모집하고 있었기에, 어쩌면 채연석 박사님과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눌 수 도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일말의 주저도 없이 당장 신청했다.

박사님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오다니 믿겨지지가 않았다. 강연을 직접 듣고, 삶의 도움이 되는 말 한마디를 들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틀의 기다림은 너무나도 달콤하고 행복했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박사님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또 나의 마음은 너무나 설레였다.

드디어 강연 당일. 출발이 약간 늦어서일까? 도착시간을 약간 넘기고 말았다. 그래도 처음 부분은 홍보영상을 상영하고 있어서 강연에는 늦지 않았다. 드디어 박사님이 말씀을 시작하셨다. 그때의 심장의 떨림이란…. 나는 그때부터 박사님께 무엇을 질문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박사님은 한 시간 동안 항공우주공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과 박사님이 해오신 일들, 그리고 우리나라의 이공계 발전을 위한 생각 등을 말씀해주셨다. 특히 중학교 때 본인께서 정리하신 노트를 보여주실 때는 정말로 기뻤다. 나 스스로도 고등학교 때 해온 노트정리를 박사님도 하셨다고 생각하니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강연 시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갔다. 박사님이 해오신 업적과 앞으로 항공우주공학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니 겨우 한 시간에 그 전부를 담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질문시간. 박사님께 앞으로 내가 항공우주공학자의 길을 걷기 위한 삶의 자세에 대해 물어보았다. 비록 답변은 메일을 통해 주고 받기로 했지만 박사님이 직접 감수하신 '불의 날개' 책을 사인을 해서 받을 수 있었다.

짧은 강연시간이었고, 끝나고 나서 박사님과 나눈 말도 몇 마디 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을 직접 만나 뵙고, 그분께 나의 노력을 칭찬받고, 그분과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내 생에 잊기 힘든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순간을 나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존경하는 사람을 한 명쯤은 품고 있다. 그 존경하는 사람으로 인해 자신의 삶의 길이 바뀌기도 한다. 나에게 우주항공공학이라는 길을 제시해 주시고, 모두가 회피하는 이공계의 길을 자신있게 걸을 수 있게 해주신 채연석 박사님. 그분을 직접 만나 뵙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과학아카데미' 프로그램에 진정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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