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시룡 한국교원대 교수·한국황새복원연구센터 소장

戊子年 쥐띠해를 맞아 꼭 소개하고 싶은 쥐가 있습니다. 이 쥐는 집에서 살지 않습니다. 멧밭쥐(harvest mouse/Eurasian harvest mouse)라고 하는 들쥐입니다. 세계적으로 1,000종이 넘는 쥐 중에서 가장 작은 축에 속합니다. 생쥐도 쥐 가운데 작은 편인데 생쥐보다 더 작습니다. 꼬리를 뺀 길이가 5~6cm 정도이고, 몸무게가 10g도 안 됩니다. 어른 엄지손가락 만합니다. 털색은 전체적으로 오랜지 색에 가깝습니다. 다른 쥐와는 색이 많이 다르죠. 정말 실물을 봤다면 집에서 기르고 싶을 정도로 아주 귀엽습니다.

시골에서 자랐다면 이 쥐를 한 번 쯤 봤겠지만, 요즘에는 보기 힘들 정도로 많이 사라졌습니다. 물론 시골에서 살았다고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름철 시골에서 밭일을 했다면 볼 수 있지만 시골에 사는 것만으로 볼 수 있지 않습니다. 이 쥐는 시골 헛간에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맷밭쥐 ⓒ2008 HelloDD.com
멧밭쥐는 논두렁의 풀이 무성한 곳에 새둥지처럼 집을 짓고 삽니다. 이 쥐가 집을 짓는 모습을 봤다면 어떻게 쥐가 새처럼 둥지를 틀고 사느냐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멧밭쥐는 참억새나 강아지풀을 이용해 둥지를 틉니다. 지면에서 약 50~60cm 높이에 주변의 풀잎을 엮어서 공 모양으로 집을 만듭니다(*집짓기는 그림 참고). 공의 크기는 테니스공 만합니다.

집을 만들 때 보면 아무렇게나 하지 않습니다. 그곳에 새끼를 낳아 길러야 하기 때문에 집 내부의 습도를 유지하는 일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래서 잎을 풀줄기로부터 완전히 자르지 않고 일부만 잘라내서 집을 엮기 때문에 집을 구성한 풀잎들은 뿌리로부터 수분을 공급받아 녹색을 유지합니다. 집안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는 방법인 셈이죠.

가느다란 풀줄기 위에 올라가 집을 짓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멧밭쥐에게는 특별한 기술이 있습니다. 풀을 자르거나 엮는 일은 입과 앞발로 하지만 이 작업을 할 때는 꼬리를 풀줄기에 감고 균형을 잡습니다. 이 작업은 새끼를 밴 암컷이 만삭이 되는 시기에 이루어집니다. 2~3일이면 집은 다 완성됩니다.

새끼는 보통 6마리 정도 낳습니다. 보름 정도면 이 새끼들은 다 자라 독립을 합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일은 새끼를 기르는 기간에 아주 가끔 일어납니다. 이사할 때죠. 새끼는 어미의 꼬리를 물고 따라 나섭니다. 그리고 그 뒤를 다른 새끼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긴 사슬을 만듭니다. 이런 일은 아주 보기 힘들지만, 비가 많이 와 집이 물에 잠기게 되면 어미는 새끼를 데리고 이런 식으로 이사를 합니다.

▲맷밭쥐의 집짓기 ⓒ2008 HelloDD.com

대부분의 쥐는 사람에게 해를 입히지만, 이 멧밭쥐는 전혀 다릅니다. 먹이도 강아지풀, 왕바랭이 돌피의 풀씨를 먹습니다. 그리고 땅에 사는 곤충을 잡아먹고 삽니다. 멧밭쥐는 생태계의 균형을 이루게 하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합니다. 뱀, 족제비, 황조롱이,그리고 올빼미의 먹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태계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쥐가 우리 주변에 산다는 것도 모른 채 다 사라지고 있는 것이 참 아쉽습니다. 농지정리를 하면서 이들의 서식지가 다 없어졌습니다. 하천변에는 잔디밭이 깨끗하게 가꾸어져 놀이공원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이 농약을 쓰지 않고 어떻게 농사를 지었는지 조사해 보니, 땅힘을 길렀다고 나와 있습니다. 땅힘이 뭔가 하고 살펴 보니 요즘 생태용어로 생물다양성이었습니다. 한 해 벼를 심었으면 그 논을 묵혀 두었는데, 바로 이렇게 묵은 논에는 풀들이 자라, 그곳에 멧밭쥐가 둥지를 틀고 살았습니다. 멧밭쥐를 중심으로 생물들이 그물처럼 얽혀 살면 그곳에서 벼도 건강하게 잘 자랐습니다. 비료를 주지 않아도 됐고, 살충제가 따로 필요 없었습니다.

풀밭이 무성한 땅은 아무 쓸모없다고 생각하고, 마구잡이로 개발해 버리는 것도 이 멧밭쥐 서식지의 감소 원인입니다. 요즘은 친환경으로 개발한다면서 시멘트로 연못을 만들고, 그곳에 나무다리를 놓고, 잔디를 깔고 십수년 된 수목을 사다 심으면서 친환경이라 호들갑을 떱니다. 그러나 이런 경관에선 멧밭쥐와 같은 생물은 살 수 없습니다.

나는 이 귀여운 멧밭쥐가 야생동물의 일원으로서 언제까지고 이 땅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무자년을 맞이하여 많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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