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점검]이용훈 학장등 18명 특파교수 특별인터뷰

▲스탠포드대학에서 학생들과의 만남을 갖고 KAIST를 홍보하고 있는 교수들.

"분야와 분야가 만나는 곳에 새로운 연구 분야와 신기술이 있다. KAIST의 학과 간 경계를 더 허물고 KAIST연구원(KI: KAIST Institute)을 육성해야 할 것 같다." 미국 명문대학교를 방문한 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들이 입을 모아 '융합'을 강조했다.

KAIST 교수들이 해외 유명대학을 찾았다. 일류대학의 벤치마킹 및 우수교수 모집을 목적으로 공과대·자연과학대 소속 학장과 학과장 등 교수진이 하버드대·MIT·스탠퍼드대 등 미국 유명대학교에 특파됐다. "미국 일류대학을 공부하고 오라"는 서남표 총장의 특명 때문이다. 미국 원정에 나선 팀은 총 18명. 이용훈 공과대 학장을 비롯해 11명의 공과대 교수들과 도영규 학장 등 자연과학대 소속 7명의 교수들이 하버드대·휴스턴대·스탠퍼드대·MIT·칼텍·뉴욕대·버클리대 등을 탐방했다. 이들은 총 5일간 빠듯한 일정을 통해 각 대학을 시찰, 학문수준과 교육환경을 둘러본 후 "역시 KAIST의 개혁 방향이 옳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용훈 공과대 학장…"MIT 1등 비결은 '융합', KAIST도 융합 통해 신기술 만들겠다"

"미국 명문대를 다녀온 후 우리의 개혁 방향이 옳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문제는 '얼마나 잘 구현 하는가' 입니다." 이용훈 학장은 이번 탐방을 통해 KI 출범과 영어수업 등 KAIST가 진행 중인 있는 개혁이 실제로 경쟁력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학장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MIT의 '딕 유(Dick Yue)' 공대부학장과의 만남이었다. 딕 유 부학장이 이 학장에게 가르쳐준 'MIT의 일등 비결'은 바로 '융합연구'. MIT 자체 분석에 따르면 대학에서 특정 분야를 키우려고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또 우수한 교수진을 유치해도 투자한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이유는 새로운 연구와 신기술은 융합분야에서 나오기 때문. MIT는 신임교수들을 분야와 분야 사이에서 새로운 연구분야를 창출하도록 하기 때문에 계속 일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MIT에서 딕 유(Dick Yue) 공대부학장과 만나고 있는 KAIST 이용훈 공과대 학장. ⓒ2008 HelloDD.com

이 학장은 "신기술은 융합분야에서 나온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며 "뒤따라가는 연구가 아니라 앞서가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융합이 필수임을 재차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또 이 학장은 "이번 탐방을 통해 조지아텍 대학과 전자전산과 분야의 공동학위제도 협의 역시 진전됐다"며 "향후 KAIST 학·석·박사 학생의 10%는 조지아텍의 공동학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어강의는 필수라는 사실을 알았다. 영어를 잘해야 세계화를 할 수 있다"며 "그래야 공동학위제도도 더 많이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태억 산업공학과장…"개혁은 꼭 해야할 것…학과 경계 허물겠다"

이태억 산업공학과장은 "KAIST가 세계수준의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개혁은 꼭 해야 할 일"이라며 "시설과 인프라 면에서는 미국 명문대와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 학과장에 따르면 MIT의 경우 기본적인 연구비가 많아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실험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위한 학교 시설과 인프라도 풍부한 편이다. 그는 "MIT같은 경우에는 상상할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에 대해 시험 하고 있고, 인프라와 연구인력 구축도 잘 되어 있는 것 같다"며 "구성체계를 보다 세심히 확인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학과별로 연구를 진행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MIT의 교수들과 학생들은 전공분야를 넘어서 서로 협력연구를 많이 한다"며 "이런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법과 자유롭게 연구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학과장은 "우리 학교도 KI를 통해 학과 간의 경계를 허물고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지금보다도 더 노력해야 한다"며 "학생들의 열정은 MIT나 KAIST나 똑같은만큼 학교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Georgia Tech에서 Mclaughin 부총장을 만나 학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KAIST 교수들. ⓒ2008 HelloDD.com

◆허훈 기계학과장…"MIT·버클리·스탠포드 기계학도 대부분 바이오·나노 함께 전공"

허훈 기계학과장은 "KAIST 기계과는 기계 공학을 이론적으로 발전시켜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또 기업에 우수한 인력을 공급하는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지만 미국의 학교들은 기업에 대한 기여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학문적인 것만 생각하는 것이 우리와 달랐다"고 전했다. 이유는 MIT 총장이 밝히듯 "똑똑한 학생들이니 알아서 하기" 때문. 또 허 학과장은 "MIT의 기계과 학생들의 70~80%는 바이오를, 버클리와 스탠포드의 학생들은 대부분 나노 분야를 함께 전공한다"며 "바이오와 나노·기계 등의 융합이 많이 연구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KAIST 개혁에 대해 "좋은 방향으로 바꾸자는 의도로 시작된 일"이라며 "서 총장 덕분에 학교에 생기와 활력이 생겼듯이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승빈 생명화공학과장…"KI 커야 한다"

"이번에 미국에 있는 대학들을 둘러보며 가장 중요하게 느꼈던 것은 KI가 더 커져야한다는 점 이었습니다. 공동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박승빈 생명화공학과장 역시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대학들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였기 때문이다. 또 박 학과장은 KAIST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영어강의와 테뉴어 제도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의사소통하고 연구하는 대학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것이 KAIST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어로 강의가 진행되는 것이 조건이 되어 외국인 교수들과 학생들이 많아지면, 우리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에 의해 KAIST가 평가받고, 또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또 박 학과장은 "연구의 양이 아닌 질로 평가하는 테뉴어제도를 통해 KAIST에 훌륭한 교수가 많아질 것"이라며 "학교가 인정을 받는 것은 물론, 자연스러운 홍보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UC버클리에서 조지 라이트만(George Leitmann) 공대 부학장을 만나고 있는 교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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