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과학영웅] 한국화학연 융합바이오기술연구센터…'나노바이오센서'개발

2012년 4월 한낮. 대전 시 경찰청이 갑자기 부산스러워졌다. 작은 소포 하나가 청사로 들어오자마자 경비국의 무선으로 경보신호가 들어온 것이다. 청 내에 부착된 센서가 그 소포 안에 들어있는 '사린가스' 용액을 감지한 것. 경찰은 즉시 군 생화학 부대에 연락, 엄중히 소포를 회수케 했다. 생화학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첫 단계가 바로 테러 물질의 '탐지'다. 위 사례에서 소포를 부주의하게 열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을 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탐지를 가능하게 할 기술인 '나노 바이오센서'가 한국화학연구원의 융합바이오기술연구센터(센터장 장현주)에서 중점 개발되고 있다.

생화학 테러, '나노 바이오센서'로 미리 탐지한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공공 건물은 특히 더 테러 위험이 높다. 게다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공공건물에 들어오는 물건을 미리 탐지할 수 있다면 큰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공공기관 등의 건물 내부에 센서를 부착해 이상 물질로 의심되는 물체를 감지 해내는 시스템인 소위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USN).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형 나노센서 시제품 ⓒ2007 HelloDD.com
융합바이오기술연구센터에서는 이러한 USN의 기본 구성요소가 되는 나노 바이오센서와 탄소나노튜브 가스 센서를 연구개발 중에 있다. 이 두 종류의 센서가 각종 테러 물질을 감지해 내 무선으로, 신호를 보내도록 미리 설정된 중앙통제부에 신호를 보내게 된다. 바이오센서는 생체감지 물질과 신호 변환기로 구성돼 분석하고자 하는 물질을 선택적으로 감지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이다. 즉, 분석물과 감응 물질간의 화학적, 생화학적 반응으로 분석물을 선택적으로 인지하고 이를 통해 특정 물질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기술이다. 또한 바이오센서는 신호의 변환 방법으로 전기화학(Electrochemical), 형광, 발색, 열 센서 등과 같은 다양한 물리·화학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유전자, 암세포, 각종 생화학적 균류, 신경가스, 환경호르몬과 같은 물질들을 효과적으로 검출하기 위해 센서 소재 및 센서 칩 제조 기술의 개발이 병행돼야 하기 때문에 생명, 화학, 전기전자공학, 무기재료(세라믹) 공학과 융합이 필수적이다.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 이용한 휴대용 가스센서 ⓒ2007 HelloDD.com
융합바이오기술연구센터에 물리, 화학, 생체재료, 재료공학, 분광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모여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구센터에서 개발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기존의 바이오센서를 뛰어넘는 신소재 나노바이오 센서와 탄소나노튜브 가스센서 등이다. 현재 임상병리에서 쓰이고 있는 기존의 센서 장비는 실시간으로 분석이 되지 않는다. 또한 복잡한 검출장치나 분석 장치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연구센터에서 개발 중인 나노바이오 센서는 생체 삽입도 가능한 극소형 모델. 게다가 보급형이라 복잡한 검출장치나 분석장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좀 더 작고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형 바이오센서와 전기적 신호 검출로 실시간 측정이 가능한 무선 연속 측정 바이오센서(point of care) 등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센서를 개발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연구센터는 앞으로 이 나노바이오 센서를 응용해 생화학 테러물질도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계속 연구해 나갈 계획이다.

▲탄소나노튜브-전극을 양옆에 붙여 전기 전도율을 보는 것. 일종의 슈퍼컴으로 이를 이용해 가스센서 실험을 하고 있다. ⓒ2007 HelloDD.com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 - 현재는 100원짜리 동전 크기만 하지만, 쌀알만한 크기로 줄여갈 예정 ⓒ2007 HelloDD.com
'나노바이오 센서' 시장…2012년 '12억 달러' 예상 현재 융합바이오기술연구센터의 전략 과제는 나노바이오 센서(탐침)와 나노 소재 바이오 이미징 기술. 이러한 '나노바이오 센서'는 생화학테러 대비 센서 등 군사적 용도 외에도 의료·식품안전·환경 등 다양한 분야로 응용될 수 있다. 의료분야의 경우에는 실시간 측정이 가능한 고감도 암 진단 센서가 2~3년 내에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나노바이오 센서는 식품안전 분야의 경우 식중독 판단 센서, 식품가공 실시간 모니터링 및 제어용 센서로, 환경 분야에서는 조류독감 센서· 중금속 센서·폐수 실시간 모니터링 센서 등으로 이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나노바이오 센서는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주요 글로벌 성장 컨설팅 업체인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Frost & Sullivan)은 나노바이오 기술 관련 시장 규모가 2015년에는 1천80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한국기술은행도 '나노선을 이용한 센서 기술'이라는 보고서에서 "나노센서 시장은 2006년 이후 급성장을 함으로써 2012년에는 12억 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의 적용 범위 : 응용제품 및 분야 - 화학연 나노센서 기획보고서(2004) ⓒ2007 HelloDD.com
"우리 팀 자체가 '융합'입니다." "딸 회장선거는 어떻게 됐어요?" 센터의 새 보금자리가 된 융합바이오 연구동으로 가는 길목.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나온 질문에 생체재료개발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김문석 박사는 쑥스러운 얼굴로 답했다. "에이. 고작 두 표 차이로 떨어졌어요. 아쉬워 죽겠다니까요." 평균나이 39세의 젊은 조직이기 때문일까. 함께 일한 지 겨우 두 달 정도 됐을 뿐인데도 서로의 가족사도 훤히 알 정도로 친밀하다. 사실 융합바이오기술연구센터는 지난 1월 15일에 화학소재 연구단 내에 새로 발족된 부서. 유망 미래기술 분야인 '융합바이오기술'을 화학연이 선도하자는 내부적인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개편된 것으로, 바이오기술과 나노기술, 의공학, 생체재료합성기술, 레이저분광학기술 등을 융합해 특별히 만들어졌다. 센터에 합류한 연구원들은 물리, 화학, 생체재료, 재료공학, 분광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다. 원래 다른 부서에서 연구하던 것을 가지고 융합바이오기술을 위해 뭉쳤다. 그렇다보니 팀 자체가 '융합'인 셈. 또, 센터를 더욱 특별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이해방 박사의 합류다. 이 박사는 화학연의 퇴직 과학자 활용 제1호다. 그는 은퇴 후 석좌 연구원으로서 젊은 연구원들로 구성된 센터의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특별한 의미를 담고 출범했지만, 사실 융합바이오기술연구센터는 두 달간 각자 다른 연구동에서 연구를 하고 있었다. 센터의 보금자리가 완공된 것은 불과 한달도 채 안된 지난달 말. 연구원들은 3월 30일부터 새 연구동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지금 이들이 진행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나노바이오센서 연구, 나노-바이오 전산모사 연구, 생체 재료 개발, 바이오 이미징 소재 개발, 나노바이오 측정 장비 개발 등. 장현주 센터장은 "나노바이오 센서의 경우 생화학 테러물질 감지 뿐 아니라 암진단용, 수질오염, 고감도 유독가스 탐지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상용화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나노바이오 센서나 가스 센서를 활용한 다양한 융합 바이오 기술 분야에 대한 과제를 꾸준히 발굴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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