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계연구원 3월호 웹진, 글: 미래기술연구부 정대환

많은 사람들이 TV 시리즈로 나왔던 최초의 생체공학 인간 '육백만불의 사나이'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인간의 신체에 기계를 결합해 강하고, 우수하며, 더 빠른 인간을 만드는 것은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 이러한 개념은 단지 공상에 불과했지만, 오늘날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머지않은 미래에 인공팔, 인공다리, 인공감각 장치들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본격적으로 인간과 기계장치의 결합인 사이보그 시대, 더 나아가 '포스트 휴먼'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적으로 인간의 신체적 잠재력을 확장하기 위한 생체공학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시각적 능력을 확장시키기 위해 안경을 사용하고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휴대폰을 가지고 다닌다. 이처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려는 생체공학은 항상 우리 인간을 중심으로 존재해 왔고, 현재는 인체의 한 부분으로 역할하며 신체와 긴밀하게 통합되는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킨 생체공학의 사례로 인공손, 인공팔, 인공눈에 대한 예를 살펴보자. 미국 루트거스대학 연구진은 최초의 다중 손가락 인공 손인 덱스트라(Dextra)를 창안했다. 덱스트라에 내재된 컴퓨터는 팔의 절단부 근처에 위치한 센서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해 이 데이터를 인공손의 잡기 동작과 같은 간단한 동작으로 전환한다.

물론 덱스트라의 성능은 아직 한계가 있으며, 실제 인간의 손과 같은 자유로운 손동작을 재현하려면 아직도 수십 년이 필요하지만, 덱스트라가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과 국방첨단연구계획청 (DARPA)의 지원으로 신체와 두뇌를 연결하는 인공 팔다리에 관한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최초 시험자인 제시 설리반(Jesse Sullivan)은 「생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인공팔」을 갖게 되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상된 인공팔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년간 노력한 토드 퀴켄(Todd Kuiken) 박사의 성과이다. 이 기간 동안 시카고 재활연구소 인공팔다리센터는 약 3백만 달러(약 29억 원)를 연구와 개발에 투입했으며,이 중 2백만 달러(약 19억 원) 이상은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에 의해 제공된 것이다.

지난 2001년 5월, 전기 가설공으로 일하던 중에 심한 전기 화상으로 양팔이 절단된 제시는 팔 2개를 이식 받은 후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고, 페인트칠도 할 수 있으며, 팔꿈치를 굽히고 아래쪽 팔을 회전시켜 제초기를 운전할 수도 있다. 그리고 보다 세심한 동작이 필요한 손자를 안아주는 행동도 가능하다.

현재까지 미묘하고 복잡한 운동을 수행하는 인간의 팔을 재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두뇌로 제어되는 생체공학적 왼팔로 이러한 동작들을 부드럽게 수행한다. 이러한 생체공학적 팔을 가능케 한 것은 하이테크 과학의 발전이다.

연구진은 절단된 부위의 신경을 건강한 부위로 이식하는 근육 재자극이라는 과정을 개발했다. 제시의 경우 절단되기 전의 어깨 신경을 찾아 가슴 근육으로 이식 수술을 하였는데, 이식된 조직이 생각으로 생성된 자극을 수신하고, 근육 활동은 전극에 의해 획득되며, 이 신호는 팔에 있는 컴퓨터에 중계된다. 컴퓨터는 정상적인 사람의 팔을 흉내내기 위해 모터를 작동시켜 팔꿈치와 손을 움직이게 한다.

이식된 어깨 신경은 가슴 근육에 신호를 발생시켜 환자가 주먹을 쥐려고 생각하면, 가슴 근육의 일부가 수축한다. 기본적으로 이식 수술은 이러한 점들을 연결하는 것으로, 찾아낸 신경이 어느 정도 멀리 도달할지를 관찰한 후 근육에 연결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제시의 경우가 이식된 조직이 인공 팔다리를 제어하기 위해 사용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22개의 움직임이 가능한 실제 인간의 팔에 더욱 가깝게 하기 위해 생체공학적 팔을 개선시키기 위한 연구가 계속 진행 중이다.

한편, 모터사이클 사고로 왼팔이 절단된 26세의 클로디아 미첼(Claudia Mitchell)은 생체공학적 팔을 가진 최초의 여성으로, 지난 9월 14일에 개최된 기자 회견에 제시와 함께 참석했다.

클로디아는 이식받은 생체공학적 팔의 일부분을 생각만으로 제어할 수 있는 네 번째 사람이며, 여성으로는 최초이다. 연구진이 설계한 이 장치는 팔이 절단되기 전에 왼팔로 지나갔던 신경의 절단 부분을 가슴 근육에 재연결해 가슴 근육의 움직임을 탐지, 작동한다.

비록 현재의 인공팔이 제1세대 장치이지만, 클로디아의 삶을 크게 바꿨다. 그녀의 최신 인공 의수는 요리, 세탁 바구니 잡기, 옷 정리 등과 같이 모든 종류의 일상적인 일들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클로디아는 언젠가 이 인공팔이 보다 진보해서 사람의 손과 같은 촉감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인공팔 분야는 단순히 수동적 기능 수행 차원을 벗어나 사람의 생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경지에 이르렀으며, 이는 곧 생체 공학이 더욱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래의 팔은 더 복잡한 운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물건을 만졌을 때 촉감을 느낄 수 없고, 정상적인 팔의 기능을 완전히 재현하지 못한다는 제한조건이 있지만 머지않아 팔다리가 절단된 사람도 정상인과 같은 생활을 영위하게 될 것이다.

수 많은 젊은 군인들이 전쟁에서, 또 많은 사람들이 각종 사고로 수족이 절단되고 있다. 퀼켄 박사는 이러한 생체공학적 수족이 그들에게 사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생체공학의 연구분야에서 인간의 눈도 예외는 아니다. 공학적 인공 시각의 개발은 이미 인간에게 실현단계에 와있다. 인공 실리콘 망막(artificial silicon retina, ASR)은 미국의 시각생명공학 회사인 옵토바이오닉스(Optobionics)사의 초우 형제에 의해서 이미 실험됐다.

소아과 안과 전문의였던 알렌 초우 박사는 전기기사인 동생 빈센트 초우의 도움을 받아 옵토바이오닉스를 설립하고 인공 망막에 대한 연구를 거듭해 ASR을 개발해 냈다.

ASR은 지름 2mm, 두께 1/1000인치의 미세한 실리콘 칩이다. 이 칩에는 전극과 마이크로포토다이오드 (Microphotodiodes)라고 불리는 초소형 태양 전지 3500개가 집적되어 있어서, 손상된 망막을 대신해 빛을 인식해 이를 전기적 신호로 바꾸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ASR이 기존의 인공 시각 기계들과 다른 점은 태양 전지의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특별한 외부 전원이나 배터리가 필요없다는 것이다. 눈의 망막하(Subretinal space)라고 불리는 위치에 이식하면, 스스로 빛을 받아서 에너지를 얻고 전기 신호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ASR은 2000년 6월 드디어 세 명의 시각 상실 환자들에게 이식된 것을 시초로 10명 정도의 환자에게 이식되었다. 이식 결과 환자들은 완전한 시력을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움직이는 물체를 구별하여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의 시력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미국 뉴욕의 의료 장비 업체인 도벨 연구소(The Dobelle Institute, Inc.)는 아예 뇌에 직접 전극(electrode)을 삽입하는 인공 시각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옵토바이오닉스의 ASR이 황반변성증 등 특정한 몇몇 병으로 시각을 잃은 사람에게만 이식이 가능한 것과는 달리 이 시스템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적용이 가능하다.

이는 선글라스의 렌즈에 초소형 핀홀 카메라와 초음파 거리계를 부착하고 이들이 수집한 정보를 허리에 차고 다닐 수 있는 소형 컴퓨터와 연결해 영상 신호를 처리하여, 뇌 속에 삽입된 전극을 통해 직접 뇌로 신호를 전달하도록 돼있다.

지난 2000년에 실시한 임상 실험 결과, 시각 장애인이 약 1.5 m 앞에서 5 cm 정도의 글씨를 구별하고, 벽에 걸린 모자를 찾아 마네킹의 머리에 씌우는데 까지 성공했다.

만약 이 기술이 성공한다면, 오래 전 외화 시리즈인 '스타 트랙(Star Trek)'의 조르디(Jordi)처럼 눈에 일종의 선글라스를 쓰는 것으로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포스트 휴먼'이란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 기술과 기계로 강화된 차세대 인간을 말한다.

포스트 휴먼 시대의 최우선 목표는 영생불멸(永生不滅)이다. 인류 역사상 변함 없이 유지돼 온 ‘모든 인간은 죽는다’라는 명제가 달라지면 사회와 경제, 문화와 자연 역시 그에 따라 바뀔 것이다. 물론 미래에 대한 예측과 토론은 지금까지도 활발히 진행돼 왔다.

하지만 포스트 휴먼 시대로 가는 핵심 기술로 거론되는 생명공학, 나노기술, 뇌과학(신경과학), 로봇공학 등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놀랍게 발전하면서 비로소 생체공학적 인간인 사이보그의 출현을 더욱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자료출처▶ 1. 사이언스타임지, 2006-6-13 2. http://www.dailymail.co.uk/pages/live/articles/news/news.html?in_article_id=395400&in_page_id=1766&ito=1490 3. 서울신문, 2006-9-15 4. http://news.bbc.co.uk/2/hi/health/4648139.stm 5. Techno Leaders' Digest (TLD), 제 126호 2006-10-31 6. Optobionics (http://www.optobionics.com) 7. The Dobelle Institute, Inc. (http://www.dobel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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