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과학문화 1월호, 글 : 하두봉 '2007 생물학의 해' 조직위원장

정부는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시책의 일환으로 2005년의 '물리학의 해', 2006년의 '화학의 해'에 이어 2007년을 '생물학의 해'로 정하고, 이에 관련된 각종 홍보 행사를 생물학계에 위탁하면서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과학의 대중화는 과학입국, 국제경쟁력 제고, 국가번영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나라의 과학기술의 발달은 몇몇 소수의 전문 집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민들의 과학기술의 이해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됨으로써 비로소 국가의 과학 기술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과학은 인간의 합리적인 사고력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기술의 발달을 촉진시킨다. 따라서 국력은 국민의 과학적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다. 높은 수준의 그리고 넓은 국민저변으로부터 우수한 과학자 집단이 끊임없이 육성될 수 있다. 마치 스포츠에서 극소수의 우수한 선수 집단이 국력이 아니고 국민 전체의 체력이 진정한 국력인 것과 같다. 이렇게 볼 때 과학의 대중화는 소수 과학자들의 양성과 그 지원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몇몇 분야의 과학자 집단은 가히 세계적 수준에 있고, 이들이 과학기술계를 이끌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의 과학에 대한 인식은 국제수준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요원한 것 같다. 실학을 중시하지 않았던 전래의 유교사상에도 원인의 일단이 있고, 대학입시 위주의 중․고교 교육에도 원인의 일단이 있을 것이며, 또 과거 어려웠던 경제사정으로 말미암아 과학의 이해 등 교양생활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였으리라.

여러 해 전부터 정부가 추진해 온 과학의 대중화 사업은 이런 면에서 대단히 시의적절한 시책이라고 생각되며, 또 금년을 생물학의 해로 지정하여 생물학을 널리 대중에게 알림으로써 생물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생물학의 발전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은 평생을 생물학에 종사해 온 사람으로서 크게 환영하여 마지않는다. 생물학 또는 생명과학은 이름 그대로 생명의 신비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학문이다.

인류는 태곳적 사고의 능력을 지니게 되면서부터 생명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가장 신비한 것으로 인식하여 왔다. 또 생명은 인간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풀과 나무, 온갖 벌레와 짐승 모두가 가지고 있고, 그들의 생명 또한 인간의 생명이나 마찬가지로 고귀하고 신비스런 것이라고 인식하여 왔다. 그래서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줄곧 생각하여 왔다. 따라서 생물학이라는 것은 인류의 가장 오래 된 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생물학은 인간의 가장 1차적 관심사이면서도 그 신비성과 복잡성으로 말미암아 실체에 접근하지 못하고 그 언저리만을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말하자면 생물학은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생물의 형태기재와 명명 그리고 생활사의 조사 등 소위 박물학적 경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생물학에 20세기 초쯤부터 당시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던 물리 화학적 이론과 분석수단이 과감하게 도입되면서 생명현상의 물질론적 해부가 시작되었다. 분자생물학의 대두이다. 그 결과는 참으로 혁혁하여 물질대사, 발생, 유전 등 생명현상의 본질이 속속 물질의 바탕에서 이해되기 시작하였고, 21세기에 들어선 지금에 와서는 생명의 신비 최후의 보루라고 일컬어지는 뇌의 신비까지 파헤쳐지고 있다.

이제 생물학은 종래의 정적인 경지에서 벗어나 물리학, 화학, 수학 등이 대규모로 동원되는 거대한 종합과학으로 발전하고 있다. 생물학의 이러한 발전에 수반하여 유전공학으로 대표되는 생명공학 등 여러 응용기술이 의학이나 농학뿐만 아니라 공학 분야에도 확산되어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리하여 이제 생물학은 현대 인류의 3대 난제라고 하는 식량문제, 질병문제, 환경문제를 해결할 현실적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생물학 내지 생명공학의 이러한 응용효과가 경제와 직결되어 시대의 각광을 눈부시게 받고 있는 반면, 그 기초가 되는 그래서 응용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분류학, 형태학, 생태학 등 소위 고전생물학은 상대적으로 경시되고 있는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 분야의 뒷받침 없는 분자생물학은 사상누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마치 국민 저변의 고른 체력향상 없는 엘리트 스포츠가 진정한 국력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래서 생물학의 기초교육은 이러한 기초생물학부터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사료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라나는 신세대들에게 우리 주변의 생명체부터 친근감과 신비감을 갖도록 하고 그래서 생명체 연구에의 도전의식을 고취시킴이 중요하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금년 '생물학의 해'의 주요행사는 많은 부분을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우리 주변의 생물알기로 꾸며놓았다. 그러나 이 부분의 강조가 자칫 생물학을 무미건조한 자연관찰 정도로 오인하지 않도록 현대생물학의 대종을 이루고 있는 분자생물학의 매력을 선보일 것도 물론 포함되고 있다.

부디 이 '2007 생물학의 해' 행사가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생물학에 대한 흥미유발과 전 국민의 생물학에 대한 이해 증진, 그리고 나아가서 우리나라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의 제고에 큰 보탬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를 위하여 생물학계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계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의 관심과 조언을 간절히 부탁드리는 바이다.                                                                                              

한국생물과학협회
'2007 생물학의 해' 조직위원장 하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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