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흥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겸 산학협력단장

◆ 1) 캠퍼스 국제화와 국내 교통

카이스트는 국내 최고 대학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세계 100대 대학에 끼어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의 전문가들에게서 우수한 학생과 연구결과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세계화 작업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자주 받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에서는 영어 강의의 의무화, 외국인 학생 숫자의 배증, 국제협력의 강화와 같은 글로벌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캠퍼스 국제화를 위해 많은 교수들과 학생들이 부지런히 해외 컨퍼런스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해외의 석학들을 학교로 모시고 있으며, 외국인 학생들을 초빙하기 위하여 해외 대학들을 방문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대전에서 인천공항을 가려면, 인천공항 직행버스를 타고 3시간 이상 달려야 한다. 얼마 전에 다녀온 스위스에는 Inter-City 열차가 가장 등급이 높은 기차로 가장 빠르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차의 출발지와 도착지가, 스위스로 통하는 두개의 국제 관문인 취리히 공항과 제네바 공항이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급행열차를 타고 스위스 각지의 주요 도시를 방문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KTX의 본산지인 프랑스의 TGV는, 파리 드골 공항을 통과하는 노선들이 전국으로 연결된다. 한번은 동계 올림픽이 오래 전에 개최되었던 그레노블이라는 프랑스 남동부의 몽블랑 산악지역의 도시로 가기 위해, 서울에서 에어프랑스를 예약한 적이 있다.

드골 공항에서 그레노블 편을 갈아타려고 찾은 공항의 국내선 게이트 번호는 T로 시작하는 번호인데, 아무리 둘러 봐도 T로 시작하는 게이트는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TGV 역 플랫폼을 가르키는 게이트 번호였다. 프랑스 사람들은 그레노블로 가는데 왜 불편하게 TGV를 안 타고, 항공편을 이용하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카이스트의 국제 경쟁력을 올리려면, 세계 100대 대학에 카이스트 이름을 넣으려면, 우선적으로 필요한 일이, 저명한 외국의 학자들이 서울에만 들르고 떠나지 않도록, 대전에 오는 교통편을 편리하게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는 카이스트 만의 문제가 아니고, 충남대학, 경북대학, 전북대학, 전남대학, 부산대학까지 모두 같이 겪고 있다. 대학뿐만이 아니고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소들과 벤처기업들도 같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 2) 광명역에서 김포공항까지

KTX를 타고 대전역에서 서울역까지는 1시간이 조금 안 걸린다. 그런데 그중에 광명역에서 서울역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15분이다. 대전에서 광명역까지는 고속철로로 달리고, 그 후로는 기존의 철로로 천천히 달리기 때문이다. 한편 인천공항에서 서울역으로 연결되는 인천공항철도는 2007년 3월에 영종도 ~ 김포공항 구간이 개통될 예정이다. 내년 3월부터는 인천공항버스가 정체되는 러시아워 시간대에는, 대전에서 서울역을 거쳐, 지하철 5호선으로 김포까지, 그리고 인천공항철도를 사용하면, 3시간 안에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새로운 방법이 생기게 된다.

만일 KTX를 타고 대전에서 인천공항까지 직접 달리게 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 아마 1시간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광명역은 서울의 서남부에 위치하고, 김포공항은 서울의 서쪽에 위치하므로, 이 두 역을 직선으로 연결하면 18 km 밖에 안된다.

이 지역은 부천시와 서울시 사이의 상대적으로 덜 개발된 지역으로, 서울시의 외곽 경계선을 따라 철로를 새로 건설한다고 해도 큰 예산이 필요해 보이지 않는 지역이다. 인천공항철도와 KTX 고속철도는 별개의 사업이지만, 비슷한 프랑스 회사들이 설계에 참여하였으므로, 두 노선에 열차를 연결 운항하는데 기술적인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3) 통일된 훗날의 KTX

KTX의 종착역이 서울역이 아니고 행신역이라는, 일산시 못 미처, 고양시 남쪽에 위치한 역이라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아마 KTX의 차량기지가 행신에 위치한 것으로 추측된다. 통일이 된 훗날에 대전에서 평양으로 KTX를 타고 가려면, 서울을 지나 경의선을 타고 행신역을 지나가게 된다. 김포공항과 행신역은 직선거리로 6 km에 불과하다.

한강을 건너는 다리가 필요하지만, 대전에서 평양으로 직접 달려가기 위해서는, 서울 도심을 통과하지 않고, 광명, 김포를 거쳐, 행신역을 지나가는 노선이 편리해 보인다. 마찬가지로 평양에서 인천공항으로 가기 위해서는, KTX를 타고 평양을 출발하여, 행신역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직접 달려가는 노선이, 지금부터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언젠가는 북한의 노동신문에 ‘KTX 타고 인천공항 가는 방법’이라는 글을 싣고 싶다.

※ 이글은 한순흥 KAIST 단장의 기고글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한순흥 단장 이메일 = shhan@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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