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희 충대 화학과 교수…서울문학 공모전서 신인상 수상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한 권의 책만큼의 인생사를 겪게 마련입니다. 다만 그것을 풀어내지 못할 뿐이지요. 저는 그걸 풀어냈을 뿐입니다." 최근 대학 강단에서 화학을 가르치는 과학자가 수필로 신인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병희 충남대 화학과 교수. 그는 지난 2003년 충남대가 처음 제정한 '최우수 강의상'의 초대 수상자로 선정될 정도로 과학자로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27일 문학계간지인 '서울문학'이 가진 제30회 공모전에서 '결실의 기쁨'이라는 수필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수필가로 등단했다. 이번 신인상을 수상한 수필 '결실의 기쁨'은 만물이 결실을 맺는 가을을 맞아 인간이 얻는 수확은 무엇인가를 묻는 글로, 이제 환갑을 맞는 한 교수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의미도 담겨 있다.

한 교수가 수필을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83년 충남대학교에 부임하면서부터다. 그는 "과학 분야의 학자라고 해서 딱딱한 글을 쓰기보다는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 때부터 한 해에 수필집 등 100권 이상의 책을 읽기도 하고 지역 신문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며 실력을 쌓았다"고 말했다.

한 교수의 글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누구나 편안한 읽을 수 있는 문체가 특징. 글의 소재는 약 10년간의 미국 유학생활, 고향 청양에서의 유년 성장기,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감흥, 인생무상의 감회 등 다양하다.

그는 "이번 수필 공모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것도 '아직은 딱딱한 글이지만 더 열심히 써보라는 취지'라고 이해하고 수필에 더욱 정진할 계획"이라며 "글 쓰는 일은 입학식은 있지만 졸업식은 없는 학교라고 한다. 나이는 환갑이지만 수필가로서 이제 제대로 된 한 발짝을 떼었기 때문에 앞으로 부단한 노력을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한 교수는 그동안 써온 100편의 글들을 묶어 '다시 가 본 보릿고개 고향'이라는 제목으로 수필집을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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