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2호 등 굵직한 연구성과 '봇물'…"2007년도 기대 만발"

올해 우리나라 과학계의 최대 화두는 '우주'였다. 고성능 다목적 실험위성인 아리랑 2호 발사성공으로 현장 연구원뿐 아니라 국민 모두 가슴 벅찬 한때를 보냈으며, 크리스마스 날(25일) 결정된 한국 최초의 우주인 선발 열기는 아직까지 뜨겁다.

올 한해도 수많은 일들이 한국 과학기술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정부는 다른 분야와 차별적으로 10% 넘는 예산을 과학기술계에 대폭 배정하는 등 과학강국 입성에 전력했으나, '투자효율성 잣대로 양극화를 부추겼다', '현장의견 수렴 및 정책 반영 미흡' 등의 지적도 제기됐다. 그 어느 해보다 격동적이었던 2006 과학계를 이슈 중심으로 결산해본다.

◆ 과학계 수장들 대폭 '물갈이'

올해 과학기술계 이슈 등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 과학계를 짊어질 '수장'들이 전폭적인 교체가 잇따랐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과학기술부 및 각 부처별 과학역량을 총괄할 과학기술부총리 인사가 단행됐으며, 로버트 러플린 총장의 뒤를 이어 서남표 미국 MIT 교수의 KAIST(한국과학기술원) 입성 역시 과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국내 정부출연연구소의 맏형 겪인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는 지난 3월 금동화 KIST 책임연구원이 수장으로 자리에 앉았다.

특히 IT 전문 연구기관의 대표들이 대대적으로 교체돼 향후 IT 관련 연구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문기 ICU 교수가 지난 달 국내 IT 기술 핵심 기관인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수장에 올랐으며, 양병태 박사는 지난 8월부터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을 책임지고 있다.

여기에 이성옥 전 정통부 정보화기획실장이 지난 7월 IITA(정보통신연구진흥원) 원장에 오르는 등 대덕을 비롯한 전국 IT 전문 연구기관에서 기관장 교체 사례가 잇따랐다. 가장 최근에는 박창규 원자력연구소장이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장에 올랐으며, 기초기술 분야 출연연을 통합 운영하고 있는 기초기술연구회에 유희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이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밖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에 국립중앙과학관장을 지낸 이헌규 씨가 맡게 됐으며, 세라믹 분야 연구를 전담하는 '요업기술원'은 오유근 원장이 올해 초부터 이끌고 있다.

◆ '항공우주' 뜨고, 원자력 '수난'

2006년은 굵직한 항공·우주 관련 소식들이 봇물을 이뤘다. 우리나라 과학계 소식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것은 '인공위성 아리랑 2호'의 발사 성공. 1992년 국내 최초 위성 발사 이후 14년 만에 그리고, 1호 발사 후 6년 6개월 만에 실용위성 아리랑 2호가 쏘아 올려 졌으며, 이로 인해 세계 7위권 고정밀 위성보유국이 됐다. 한국 최초 우주인 선발도 25일 크리스마스 저녁에 최종 후보 2인을 선정했으며, 순수 토종 항공기인 '반디호'의 미국 수출 역시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전반적으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활약세가 두드러졌다. 항공우주와 관련된 연구성과가 각계의 조명을 받는 동안, 원자력과 관련된 연구기관들은 '광풍(狂風)'에 휘말려 바람 잘 날이 없었다는 평가다. 이는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연구현장 후폭풍에 기인한 바 크다.

북한 핵실험 사건이 발생하자 지난 10월 9일 이후 핵실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위해 대덕 소재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들은 주말도 반납하고 관련 연구조사를 펼쳤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 대덕의 정부출연연구소들이 비상체계에 돌입, 연일 밤샘 근무도 마다치 않았다. 크고 작은 원자력 관련사고 등도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난 10월에는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극미량이기는 하나 방사능 누출 사태가 발생했으며, 원자력연 부부 박사의 100억원대 사기사건이 발생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원자력연에서 건물외벽 도색 작업 중이던 외부용역 직원 1명이 4층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등 불운의 사고도 이어져 악재가 겹친 한해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 2006년은 R&BD 원년···연구소 기업 출범 '봇물'

연구소 기업이 자리를 잡으며, 본격적인 기업 출범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4년 연구소와 공동출자 형태로 설립돼 관심을 모았던 '선바이오텍'이 국내 첫 '연구소기업'으로 선정되며, 연구기관 사업화의 중요 모델로 자리잡았다.

최근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연구소기업 '템스'를 설립했으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CJ와 공동으로 연구소 기업 설립을 추진중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소 등이 연구소기업 설립을 위해 지난 5월 기술가치 평가를 신청했다. 여기에 ETRI 역시 관련 기업 설립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여러 특구내 연구기관에서 연구소기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과학계는 강하다"···잇따른 신기술 발표

올해 과학계는 황우석 前 서울대학교 석좌교수의 논문조작사실이 확인되며, 우울한 소식부터 시작해야 했으나 각종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성과들이 끊이지 않았다. 먼저, 전자통신 분야의 약진이 돋보였다.

ETRI에서 올해 개발, 발표된 최신 기술만 120여건에 달한다. 지난 5월에는 부산대학교 이광희 교수 연구팀이 '전기가 흐르는 플라스틱'을 개발, 네이처誌에 게재하는 등 첨단기술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한국인 과학자로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김상배씨는 유리벽에 달라 붙는 도마뱀 '타임'지 선정 올해의 발명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토종 위성인 아리랑 2호가 국내 기술로 개발돼 우주를 날고 있으며, 대형 인공위성을 시험할 수 있는 열진공챔버 역시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 위성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연세대학교 연세대학교 이석영 부교수ㆍ이영욱 교수 연구팀은 '별생성'의 미스테리를 풀어내 주목받았으며, 유룡 KAIST 교수는 새로운 제올라이트 합성기술을 개발, 폐 플라스틱 재활용의 길을 모색하는 등 다양한 신기술들이 속속 이어졌다.

생명공학 분야 역시 마찬가지. 생명연 임동수 박사 팀은 지난 7월 암증식 유전자를 발견, 국제적 관심을 얻고 있으며, KAIST 김은준 교수 역시 뇌질환 치료를 위한 신 단백질을 개발해 냈다. 또 같은 학교의 김학성, 박희성 박사 역시 올해 1월, 단백질의 설계, 제조 기술을 연구해 세계적 관심을 얻었다.

◆ 출연연, 서른살 동갑나기 연구소들의 '릴레이 생일맞이'

대덕연구개발특구가 대전 북부 일원에 자리잡은지 30여년이 지나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 해 올해는 동갑나기 연구기관들의 서른살 생일잔치가 잇따라 이어졌다.

먼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30주년 지난 5월 10일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으며, 이어 9월달에는 한국화학연구원이 30주년 행사를 열고, 유공자 표창, 화학연 한마당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10월에는 한국기계연구원이 창립3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오는 28일에는 ETRI의 창립기념 행사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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