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경영의 새 패러다임 제시.."예산타령말고 적극적 영업해야"

전자부품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김춘호 원장은 경력이 독특하다. 대덕연구단지 에너지연구원 출신으로 민주당 김대중 총재의 과학특보를 거쳤고, 대전 유성구 국회의원에 출마하려다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그런 그가 지난 올해로 전자부품연구원(KETI)을 두번째 맡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기관장은 곧 경영자가 되어야 합니다. 연구비가 적다고 예산타령만 하기보다는 연구원이 가야 할 목표를 정하고 수익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야 합니다.” 김원장은 3년간의 정치경험이 연구원 운영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는 물론이고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을 만난 경험에서 체득한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원의 목표가 정해지만 정책결정자들이나 조직 구성원들의 만나 필요성을 설득한다. “연구원 규정을 바꿀 수 있는 원장이지만 새로운 일을 추진하려고 하면 임직원들이 하나같이 ‘전례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더군요. 그러나 ‘돈 한푼 안들이고 수도권으로 사옥을 옮기겠다’ 등 불가능하게 보였던 약속들을 하나씩 지켜나가자 조금씩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김원장은 관행에 젖어 있던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에너지연구소 연구원 시절부터 ‘기관장이 되면 잘못된 점들을 바로잡아 보겠다’며 기관장의 역할을 준비해왔다는 김원장은 연구소장직을 단임으로 끝내는 것은 사회적인 낭비라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3년 정도가 지나야 겨우 연구소 사정을 파악하고 임직원들과 신뢰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것. 김원장 자신도 지난 임기 때는 신뢰를 구축하고 새로운 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단계라면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새 임기에는 당초에 세웠던 목표를 달성하는데 가속도를 붙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연구소의 자립기반 마련. 연구원 시절 본연의 연구보다는 연구과제를 따내고 수행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빼앗기는 바람에 제대로 된 연구를 못한 자신의 전철을 후배들이 더이상 밟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장이 직접 뛰며 대형 과제를 수주하고 있고 현재 R&D사업에만 국한된 수익구조를 기술료, 특허사용료 확대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대만,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게 기술을 수출하기 위해서도 뛰고 있다. 매일 아침 30분가량을 기도로 시작할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인인 김원장이 또하나 강조하는 점은 ‘도덕성’. 아무리 그럴 듯한 계획도 조직 구성원들이 따라 주지 않는다면 실천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직원들의 신뢰를 이끌어 내고 업무 추진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관장 스스로가 마음을 비우고 떳떳해야 한다. 실제로 김원장은 지난 3년간 공금을 쓰면서 점심식사 한끼까지 카드 전표 뒷면에는 ‘언제 누구와 어디서 만났다’라는 내용을 써서 제출했고, 본인이 잘못한 내용은 솔직하게 직원들에게 공개해 왔다. 덕분에 취임 초 과기노조 중에서도 강성으로 꼽히던 KETI 지부가 지금은 김원장의 최대 지지자로 탈바꿈했다. 싱글 실력을 자랑하는 김원장은 ‘골프광’이다. “골프야말로 최고의 운동입니다. 건강을 유지하는데도 좋지만 공을 갖고 하는 운동치고 본인 스스로 전략을 짜고 자신이 선택한 방법으로 경기를 끝내는 것은 골프가 유일할 겁니다” 주중에는 12시 이전에 집에 들어가는 날이 없다는 김원장이 토요일마다 그린을 밟는 이유다. <대덕넷 유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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