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교수 사건으로 짚어본 과학계 실험실 문화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권위적인 실험실 문화에서 비롯됐을까.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황 교수의 사건을 소개하며 "마치 '벌집'처럼 연구원들 간 의사소통이 왕성하게 이뤄지는 미국의 실험실과는 달리 황 교수의 실험실은 칸막이로 나눠진 공장의 조립라인을 닮았다"면서 한국에선 구조적으로 조작이 쉽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대덕넷은 지난 19일자로 '과학계 권위문화가 황우석 사태 유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이 기사를 읽고 많은 독자들이 여러 의견을 냈고, 한 독자는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토론방을 개설해줄 것을 요청해 왔다. 이에 따라 지난 20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토론방을 개설해 25일가지 5일간 운영했다. 총 30여개의 게시글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 제시보다는 현 상황을 진단하는 글이 주를 이뤘다.

그 중에서도 아이디를 '모레'라는 독자는 대학원 시절 교수들의 권력을 겪었고, 현재 자신도 한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실험실의 귄위적인 문화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했다. ▲논문 작성시 연구했던 학생과 논문 기여도에 대해 충분히 협의할 것 ▲특허는 기술을 실제 개발한 학생에게 우선권을 줄 것 ▲연구 과정에서 학생과 충분히 논의할 것 ▲학생의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을 할 것 등이다. 그는 "교수와 학생은 서로 한 팀에서 팀웍을 이뤄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왈가왈부할 수 없다"며 "궁극적으로 교수와 학생이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이디 '이모' 독자는 "교수에게는 절대권력이 있다. 학생을 졸업시키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교수의 손에 달려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교수의 종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대학 실험실에는 '티 타임'이 없다. 만약 있다 해도 차를 마시는 동안 학생과 교수 사이와 토론을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학생들은 교수 앞에서 직설법으로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 외에 많은 독자들이 현 과학계의 실험실 문화를 귄위주의 문화라는데 동의하며, 이를 타파할 방법을 과학계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담빈자'라는 아이디의 독자는 "황 교수 사태를 계기로 과학계가 다소 부끄러운 치부가 될지라도 개선할 점은 과감하게 드러내놓고 바꿔야 할 것"이라며 "뜻을 모으고 노력한다면 시간을 걸리겠지만 과학계 후배들에게 부끄럼 없는 선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디 '충청인'이라는 독자도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귄위주의 문화는 우리 사회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거 군사정권의 잔재라고 본다. 이번 황우석 교수 사건으로 다른 분야보다 먼저 권위주의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룡운'이라는 독자도 "황우석 논란은 결국 과학계의 민주화 운동"이라며 "체육계 일부 감독들의 인권 침해 논란에 이어 과학계의 비민주적인 관리시스템 개선도 과학 발전을 위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구제찬 씨는 '기사 내용에 동의’라는 제목으로 "상당 부분 공감한다. 특히 석박사 과정의 상황을 잘 돌아보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수들의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디 '휠릴리'로 글을 올린 독자는 "이번 사태는 가장 큰 문제는 열악한 대우에 있다. 황 교수 연구팀에 일하는 연구원들 중 대다수가 대학원생들이다. 정부지원비라 해도 연구비지 인건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디 '백번김구운선생'이라는 독자도 "자율성이 필요한 실험실에서도 지나친 조직문화가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완전 자율주의도 문제가 있다. 적절한 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귄위주'라는 독자는 "귄위주의 문화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며 "위험한 연구를 하는 실험실에서 팀의 리더나 교수의 권위는 인정돼야 한다. 부당한 권위가 아니라면 꼭 비난할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아이디 '지누'라는 독자는 "김선종 연구원의 말에 좌지우지하는 언론들이 더 걱정이다. 사실 언론이 이번 사태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실험실이 귄위적인 분위기'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한 대학교수는 "황 교수의 연구실은 대한민국 평균이 아닌 아주 특별한 연구집단으로 사료된다. 일반 연구실과 아주 다른 환경이기 때문에 부정이 일어나도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며 "많은 교수들의 연구실은 조폭조직이 아니고 아주 민주적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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