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사례로 보는 '특구 발전방향'..."황금알 낳는 거위 키우자"

와이브로(WIBRO, 휴대인터넷)가 국민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신기술·세계 최초라는 의미의 관심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덕R&D(연구개발)특구의 IT 핵심 연구기관인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가 와이브로로 '재벌 연구소'로 탄생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한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은 15일 벡스코(BEXCO, 부산전시컨벤션센터) 'IT 전시회'에서 "와이브로가 세계 표준으로 사실상 선정됐다"고 공표했다.

와이브로 표준화는 지난 9월,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IEEE(국제 전기전자학회)의 이동형 무선통신규약 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국제 표준으로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2월이면 관련 내용을 담은 기술표준이 책자 형태로 발간될 예정이다.

아직 수익성 여부를 논할 수는 없지만, ETRI는 와이브로 개발과 관련한 지식재산권의 상당 부분을 가지고 있어 막대한 수익을 챙기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美 퀄컴사를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키우는데 일조했던 '기술수익료'에 준하는 로열티를 전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이 수익은 ETRI, 그리고 와이브로 개발에 참여한 3개 기업(삼성전자, KT, SKT)에 고루 돌아가게 된다.

기초·원천기술 개발은 특구 발전 '필수'...연구원 수익증대·세금절감 등 효과

ETRI의 기술이전 성과는 와이브로 한 가지로만 대표되는 것은 아니다.

ETRI는 과거부터 CDMA 관련기술, 'FTTH(가정용 광케이블)용 홈게이트웨이 하드웨어 및 운영관리 기술' 등 여러 가지 원천기술을 개발, 기업에 제공해 온 대가로 올해만 총 33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런 수익은 타 출연연구기관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차이가 난다. 기술이전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경우도 22억원 정도다. 한국기계연구원이 20억원, 한국화학연구원의 기술이전 수익이 10억원 수준이며, 나머지 대부분의 연구소는 연구원의 특성상 1억원 미만의 수익에 그치고 있다.

ETRI의 이러한 행보가 다른 연구기관과 지역에 주는 교훈은 적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출연연이 개발한 연구개발 성과가 로열티 수익을 창출했을 경우, 그 성과는 보통 3가지 형태로 사용된다.

첫째는 연구원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둘째는 연구소를 위한 자산 확보다.
또 하나는 연구비를 제공했던 과기부·산자부·정통부 등 각 정부부처에 30% 가량의 금액을 되돌려 보내게 된다.

연구소와 직접적 관계가 있는 것은 출연연에 근무 중인 연구원들의 인센티브 제공이다. 이는 내부 구성원들의 사기 진작과도 큰 관련이 있고, 이공계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 정부부처에서 과학기술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가 유리해 지는 만큼, 국민들의 세율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가장 큰 경쟁력은 19개에 달하는 출연연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또, 대덕특구의 기본 설립목적인 '연구결과의 상업화'라는 점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화'에 매달려 기초·원천기술 개발을 등한시해선 곤란하다.

작은 사업화 수익에만 주력하다 전 세계로부터 수익을 거둬들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포기하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형국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워야 한다. 대덕이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인프라를 활용한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대덕특구지원본부'를 통해 황금알의 빛이 더욱 발하길...

다음 주 25일이면 대덕특구지원본부가 BI(Brand Identity)를 선포하면서 대대적인 출범식을 갖는다.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의 중요한 역할은 '연구개발 성과 상업화'다.

이 기관이 본격 가동됨에 따라 향후 지역에서 나오는 연구개발 성과들이 더욱 외부에 노출될 빈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문제는 유기적인 네트워크다. '연구개발 성과 상업화 활성화'의 기치를 내건 특구지원본부가 정작 지역의 연구기관들과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없다면, 결국 지난 30여년 동안 각개전투를 벌여왔던 행보를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과학기술 상업화'라는 큰 테마 아래 특구지원본부를 중심으로 지역 연구기관과 벤처기업이 공동체를 형성할 때 비로소 국가가 내린 특명(연구개발 상업화를 통한 국부창출)을 하루빨리 가시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대덕에서 창출된 '황금알(연구개발 성과)'들이 대덕특구지원본부와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그 빛이 더욱 발하길 기대해 본다.

 

<대덕넷 김요셉, 전승민 기자> enhanced@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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