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등 대덕연구단지 인프라 활용 저조...주변 상가 바가지 요금에 관람객 발끈

"대덕밸리에서 개최되는 '사이언스 페스티발'이라 연구소와 벤처기업의 기술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기업체들이 참가하는 평범한 행사들이 대부분이여서 실망했습니다." 휴가를 내 강원도에서 사이언스페스티벌을 찾았다는 한 관람객의 말이다.

관람객들 중 일부는 "이 정도라면 굳이 대전에서 열려야 할 이유가 있을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관람객 20만명이 넘었다는 '대전 사이언스 페스티발 2001'. 주최측 입장에서는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정작 관람객 입장에서는 '대덕밸리의 자원을 제대로 활용못했다', '바가지 상혼에 짜증났다', '행사장 배치가 미흡했다'는 등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기가 대덕연구단지 맞나요?"

"첨단 과학도시 대덕연구단지(대덕밸리)에서 과학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왔는데 정작 연구소가 준비한 행사는 '화석찾기 행사'밖에 없네요." 원자력연구소, 화학연구원, 표준연구원, 생명공학연구원, 에너지기술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인삼연초연구원... 사이언스 페스티발 안내책자에는 내로라 하는 대덕밸리 연구소들이 사이언스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부스를 만든 곳은 지질자원연구원 단 한 곳밖에 없다. "수천만원씩 하는 고가의 기자재를 노상의 천막 안에 넣고 운용하라니요?" 이번 행사에 불참한 연구소 관계자는 대전시측에 '고가의 장비를 보호할 최소의 시설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는 바람에 참가결정을 번복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대전 사이언스 페스티발 2001'은 대덕밸리라는 자원을 옆에 두고도 제대로 활용못해,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했다. 전문가들은 "사이언스 페스티발이 세계적인 과학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대덕연구단지 전체를 행사장으로 보는 거시적인 안목의 행사기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덕밸리마트 제품판매장인가?"

행사장 키드존에는 '대덕밸리마트'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대덕밸리 벤처기업의 우수한 기술력을 참가자들에게 과시하고 직접 만든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개설된 코너. 하지만 당초 취지와는 달리 최악의 코너로 남았다. '대덕밸리의 첨단 기술력'이라는 안내를 보고 발걸음을 했지만 정작 부스에는 여직원 1명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부터 참가할 뜻이 없는 벤처기업들에게 무리하게 요청을 한 것이다.행사장을 찾았다 발길을 돌린 김소연씨는 "최소한 안내인력을 배치하고 포장도 어느정도는 되야 물건을 팔든지 기업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지 않겠느냐"며 "제대로 하지 않을 바에는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바가지 요금에 우는 사람들" 

'캔커피 8백원, 우동 3천원, 컵라면 1천5백원, 생수 1천원.....' 주최측인 과학공원 홈페이지(www.expopark.co.kr)에는 행사장의 '바가지 상혼'을 비난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행사장에서 100m쯤 되는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절반값에 살 수 있는 식음료를 이렇게 비싸게 팔아야 되는지 힐난하는 글도 있었다. 정진택씨는 "과학공원 물가는 여름 한 철 장사에 목숨거는 해수욕장 수준"이라며 비난했다.

물론 인접 상인들도 할 말은 있다. 평소 입장객에 대한 장사로는 수지를 맞추기 힘든 실정인만큼 축제기간중 한 몫을 잡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의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축제기간이라고 해서 값을 올릴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이용자들이 많도록 적극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참관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입장료 3천원의 가치는?"

"행사를 하나 더 보기 위해 다시 입장료를 내라니 너무하지 않습니까?" 엑스포과학공원에 마련된 행사장을 둘러보는데는 하루면 족하지만 각 부스에서 간헐적으로 강좌가 열리다보니 나오는 볼멘소리들이다. 이미 볼 것은 다 봤는데 한가지를 더 보자고 똑같은 요금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후 밖에 시간이 없는 관람객들은 행사장을 다 돌아보기 위해 2-3일치의 표를 끊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덕밸리의 한 벤처기업인은 "일본의 디즈니랜드의 경우 하루에 다 돌아보지 못할 경우 다음날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과학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좋은 취지라면 입장권을 한번 사면 축제기간 내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역(zone)별 배치의 문제점

웰컴존, 키드존, 패밀리&어덜트 존 등으로 구분된 배치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도대체 이름과 코너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출입문도 문제. 대전 사이언스 페스티발 2001 입구를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곳은 현금인출기와 신용카드 접수처. 자칫 돈 없으신 분들은 돈을 찾으시던가 아니면 신용카드라도 만들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를 끄는 코너와 비인기 코너의 적절치 못한 배치도 문제다. 한쪽은 관객이 구름같이 몰리는 가하면 다른쪽은 파리만 날리고 있다. 특히 잘만 하면 재미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전통과학으로의 여행, 거북선 경연대, 민속공예체험 등으로 이끄는 전략이 부족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성공적인 행사?

여름방학을 맞이한 어린이들에게 과학체험의 장을 선사했던 대전 사이언스 페스티발 2001이 폐막 하루를 남겨두고 있다. 당초 27만명의 관람객을 예상했던 엑스포과학공원 측은 폐막 하루 전인 19일까지 총 22만5천8백명이 다녀갔다고 잠정 집계했다.

그러나 지난해 입장객 수 23만명에 비해 거의 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과학축제가 성공적이었다고만 볼 수 있을까? 대덕밸리 관계자는 " 대덕연구단지의 고급 인프라를 잘 활용하지 못해 더 키울 수 있는 행사를 제대로 활용못했다"며 "세계적인 과학축전으로 가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덕넷 김영중기자>happynews@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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