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 CEO포럼]허태학 삼성석유화학 대표, CEO의 열정과 솔선수범 '강조'

"혁신은 구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과로 나와야 한다. CEO가 혁신의 중심에 서지 않고 부하 직원에게 혁신하라고 명령하면 보나마나 실패한다. 청교도 정신과 혁신의 굳은 의지를 먼저 보여줘라" 동물원 수준의 용인자연농원을 세계 5대 테마파크로 탈바꿈시킨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의 '혁신론'이다.

허 사장은 지난 14일 유성호텔 3층에서 열린 대전·충청지역 CEO경영혁신포럼에서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이라는 주제로 "성장단계별 위기에서 문제해결 키워드는 CEO의 강력한 의지"라고 잘라 말했다. 냉혹할 정도로 경영자 평가가 그 어느 곳보다도 까다로운 삼성에서 가장 오랫동안 최고 경영자의 자리를 지킨 허 사장은 몸소 혁신의 본보기를 보여준 인물이다.

남들이 삼성그룹 내에서 최장수 CEO라는 이유만으로 허 사장의 성공을 평가하지만 정작 본인은 "현실안주야 말로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정색하며 말했다.

"열정과 솔선수범으로 무장한 CEO에게 위기는 없다"

허 사장의 36년간 기업에 몸담아 오면서 일궈낸 성공스토리는 화려하다. 용인자연농원을 에버랜드로 바꾸며 세계5대 테마파크로 혁신시킨 사례와 현재 몸담고 있는 삼성석유화학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그에게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화려하지는 않았다. 1969년에 ROTC 장교를 마치고 첫 직장으로 배치된 곳은 현 에버랜드의 전신인 중앙개발이다. 사회 초년생부터 열정을 갖으며 자신의 일을 수행한 허 사장은 호텔신라 건설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해 나갔다.

먼저 호텔에서 면세점 사업을 최초로 시작해 6개월 만에 상위 업체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해 성공스토리의 첫 신호를 보냈다. 이어서 아시안게임 때는 모두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선수촌과 기자촌 식당의 운영권을 따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식당 운영은 당시 우리나라 기업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해외기업과 접촉을 시도했던 사업이었다.

허 사장은 롯데, 프라자호텔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성공적으로 운영했으며 그 결과 88올림픽 때 어려움 없이 급식사업의 운영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또 90년에는 제주신라호텔의 신규사업 기획부터 건설을 총지휘하였는데, 건설 후 1년 만에 객실 가동률 90%를 달성해 업계 1위에 오르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처럼 신규사업을 전문적으로 추진하면서 이들 모두를 확실한 성공대열로 진입시킨 허 사장은 '드라이브 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허 사장이 이룩한 에버랜드의 신화는 그동안 이룩한 성공과 비교가 안 되는 큰 사건. 허 사장이 50세가 되던 93년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던 중앙개발에 개발사업부 본부장으로 복귀했고 두 달 후인 11월에는 대표이사가 됐다.

그는 취임사에서 중앙개발을 1차산업에서 3차산업으로, 자기중심적에서 고객중심적으로, 지역형 지방형에서 국가형 국제형으로, 내국인 중심에서 내외국인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용인자연농원으로 불렸던 에버랜드는 세계적인 테마파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초라한 상태였다. 여기서도 신규프로젝트를 추진한 허 사장에게 커다란 응원군이 나타났다.

바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다. 허 사장은 당시 이건희 회장이 "우리는 알게 모르게 무사안일주의에 빠져있다. 앞으로 우리가 무엇으로 먹고 살아갈지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며 "마누라를 빼고는 모든 것을 바꾸어보자"고 말한 것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이른바 '신경영'의 시작을 알린 시기에 허 사장은 자연농원을 고객 지향적인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는 '나부터 변하기'운동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성찰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친절 5대 항목(인사, 용모, 복장, 보행, 전화응대)을 상호 체크하는 등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한편, 간부들부터 흰 장갑과 집게를 휴대하고 농원 곳곳을 청소하는 등 '나부터, 지금부터, 쉬운 것부터'변하자는 운동을 전사적인 운동으로 전개했다.

이런 노력들은 서서히 기업의 이윤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허 사장이 취임한 93년 이후 기존 공원을 새롭게 단장한 페스티벌월드, 4계절 전천후 수중공원인 캐리비안베이, 자동차 전용경기장인 시피드 웨이 등을 갖추며 복합리조트타운으로 변신했다. 이런 소식은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대만 등 동남아까지 전해져 세계 5위의 테마파크로 성장하게 됐다.

"똑똑한 직원을 보통 직원으로 만들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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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사장은 기업이 직면하는 위기를 효율적으로 돌파할 수 있는 힘은 CEO의 리더십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리더십에서 종업원 만족을 누구보다 강조하고 실천에 옮긴 인물이다. 혁신에서 직원만족 없이는 고객만족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종업원들의 애로사항을 해결에 최우선의 관심을 쏟고 있다.

흔히들 디지털 시대의 경영은 급류에서 구명보트를 타고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사전에 치밀하고 세세한 계획이 수립되고 몇 명의 사람에 의해 항해하는 유람선이 아닌,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그 상황에 맞게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조직원 전체가 혼열일체가 되어 제각기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각기 가가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리더가 할 일은 부하 직원들이 변하는 환경에 맞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심어주기 위해 시련을 주고 교육을 통해 단련시켜야 한다고 허 사장은 주문했다.

그는 "기업의 혁신을 위해서는 구성원 전원이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는데 CEO 스스로가 똑똑한 직원을 보통 직원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는지 잘 살펴보라"고 충고했다. 그는 "회사의 성과가 향상되었거나 나아지고 있으면 즉시 임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현금이나 현물도 좋지만 국내외 연수기회를 제공해 자기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동기유여에 큰 효과를 준다"고 말했다.

즉 기업의 혁신은 임직원 만족이며 '끊임없는 관심'과 '배려'에서 가능하다는 논리다. 허 사장은 "작은 것, 기본적인 것,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세심한 정감을 간직할 수 있도록 신경써서 가꾸어 나갈 때 임직원 만족이 '고객만족'이 되고 '고객만족'은 바로 고객가치 창출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결단력과 시의 적절하게 선택할 줄 아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는 송인섭 참그루 회장, 정성욱 금성백조 회장, 조종현 중소기업청 대전·충남사무소장, 손정환 제니컴 이사 등 각계 인사 11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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