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마을 전문가 인터뷰] 고인수 포항가속기연구소장

"가동 11년째를 맞는 포항 방사광가속기는 우리나라 기초과학 분야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고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건설될 제4세대 가속기는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강국으로 가기 위한 지름길 역할을 할 것입니다."

1988년 방사광 가속기 건설 시절부터 포항 가속기연구소와 함께 한 고인수(52) 소장. 그는 가속기 탄생에 감격해 '빛을 만들어낸 이야기'(동인기획)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을 정도로 연구소에 애정이 깊다. 처음 방사광 가속기 건설은 1987년 말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당시 김호길 포항공대 학장은 제안을 받았지만, 당시 가속기를 사용해 본 경험자가 국내 10명도 안되는데다 가속기를 건설한 전문인력도 거의 없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외국 전문가 유치에 발 벗고 나섰지만 여러 가지 조건이 맞지 않아 되돌아가기를 반복하던 차에 국내 연구진으로 한번 해보자고 결론이 났다.

그러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하다보니 건설비용이 1,500억원으로 늘어났다. 포항제철에서 지원한 비용은 600억원을 배 이상 뛰어넘는 비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의 지원으로 사업은 기적적으로 마무리됐다.

1994년 완공 후 단 15일 만에 가동에 성공한 것은 또 하나의 기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속기 경험이 없던 한국인이 해냈다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11년째 가동 중인 방사광가속기연구소의 다음 목표는 4세대 가속기 건설이다. "가속기연구소는 건설 후 연구자들의 연구를 위한 서비스 기관으로써의 임무를 해 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제4세대 가속기를 건설해야 한다는 큰 과제를 수행중입니다. 지난 가속기 건설 경험이 큰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고 소장의 말처럼 전 세계적으로 현재 치열한 개발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제4세대 가속기다.

지난 10년간 방사광을 이용한 분석이 물질 공간에 집중했다면, 제4세대 가속기는 펨토초(femto second·1/10의 15승)까지 시간을 나눌 수 있게 하는 극초정밀 가속기라 할 수 있다. 2009년까지 1천억원을 들여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현재의 3세대 가속기가 '일반 카메라'라면 4세대 가속기는 반응과정을 자세하게 보는 '고속촬영 카메라'와 같다고 보면 된다. 4세대 가속기는 현재 가속기보다 1백억배나 더 밝고 길이가 머리카락 굵기만큼 얇은 빛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생체분자들의 구조를 더욱 잘 볼 수 있게 된다.

그러한 맥락에서 POSTECH(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인 고 소장은 외국의 경우나 연구소 전임 소장이 가속기의 직접적인 사용자 입장이 되어 연구소를 이끌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건설경험을 최대한 살려 4세대 가속기를 성공적으로 건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포항 방사광가속기의 한 연구원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2005 HelloDD.com

이미 기본설계를 끝내고 상세설계에 돌입했다. 이제 4세대 가속기가 건설되면 현재의 제3세대 가속기 보다 성능을 10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완공되는 2010년이 되면 미국, 독일 등과 더불어 전 세계에 단 3개 뿐인 4세대 가속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얼마 전까지 우리는 선진국을 쫓아가는 연구를 수행해 왔지만, 4세대 가속기로 앞서가는 선진연구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지금은 '과연 4세대 가속기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있지만, 우리는 충분히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경험이 전무했던 사람들이 방사광가속기를 만들어냈듯이 4세대도 우리 손으로 만들겠습니다."

"가속기로 돈 벌고 싶다"...경쟁력 있는 분야만 투자

가속기연구소에서 많은 연구성과를 낳고 있지만 3세대 가속기로는 아직까지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고 소장의 또 다른 과제는 어떻게 하면 돈을 벌여들일 것인지이다. 이제부터는 연구소의 수익을 내는데 신경을 기울일 계획이다.

그는 약학과 제약분야에서 가장 먼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업 등에서 투자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러한 계획 등을 담아 앞으로 1년간은 연구소 중장기계획을 작성할 예정이다. "가속기 수명 30년 중 10년이 지났으니 이제 하나 둘 고장이 날 가능성이 커요. 앞으로 기계수명이 다해가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4~5년 단기가 아니라 20년간의 장기계획을 작성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그는 경쟁력 있는 분야에 더 크게 투자할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숫자 늘리기에 급급했지만 이제부터는 연구성과와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는 가속기연구소를 경부고속도로에 비교했다. "처음 고속도로 건설 당시 많은 사람들이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시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도로가 좁다고 아우성이지 않습니까.

가속기연구소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가속기연구소를 봐야 합니다."

경북 포항 = 글. 대덕넷 문정선 기자(jsmoon@hellodd.com) / 사진. 대덕넷 임민수 기자 [이곳을 클릭하시면 연재중인 '과학마을 시리즈'를 한번에 보실 수 있습니다.] ◆ 본 시리즈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습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