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향기] 글 편집부

오늘 박 대리는 종합검진을 받는 날이다. 1년에 한번 건강보험에서 건강검진을 받기는 하지만 올해 박 대리는 더 정확한 진단을 받기로 했다. 그래서 매년 받는 혈액검사나 X선 촬영 외에 더 많은 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그렇다면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그 원리가 무엇인지 박대리는 궁금해졌다. 박 대리의 종합검진을 동행하면서 그 궁금증을 풀어 보기로 하자

건강검진과 같이 신체상의 몇 가지 특징적인 사실을 통해 병명을 판단해 내는 방법을 진단기술이라고 부른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사진(四診)'이라는 진단기술을 사용했는데, 이는 환자의 표면적 특성이나 개인적 경험에 의지하는 진단법으로 그리 과학적이라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지난 100년간 인류는 그 이전보다 더 과학적이고 현대적인 진단기술을 만들어왔는데, 이를 통해 우리의 평균 수명은 그 전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길어진 것이 사실이다. 박 대리가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공복(空腹)으로 오라는 병원 담당자의 말에 박 대리는 아침을 먹지 않아 배가 고프다.

먼저 체중과 키를 재고는 X선 촬영에 들어간다. X선이란 독일의 뢴트겐이 발명한 것으로 고속전자의 흐름을 물질에 충돌시켰을 때 생기는 파장이 짧은 전자기파를 말한다. 이 X선이 물질에 대해 강한 투과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인체의 뼈 상태를 파악하는 방법이 바로 X선 촬영법이다.

그 다음, 박 대리는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체혈실로 향한다. 뽑힌 피의 양이 너무 적다고(?) 생각한 박대리에게 간호사는 한방울의 피로도 빈혈, 감염여부, 간기능, 신장기능, 췌장기능, 호르몬이상, 전해질이상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하니 참 놀랍다. 혈액은 여러 개의 원자들로 구성된 분자로 마이크로파에서부터 자외선에 이르는 빛 중에서 특정한 파장의 빛만을 흡수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분광기로 혈액의 스펙트럼을 찍으면 어떤 물질이 혈액에 포함되었는지와 그 농도를 파악해서 어떤 병에 걸릴지를 판단하는 진단할 수 있다.

약간은 아픈 팔을 부여잡고 박 대리는 컴퓨터 단층 촬영(CT, computerized tomography)실로 향한다. X선 촬영과 CT촬영의 차이를 묻자, 그 차원(?)이 다르다고 한다. 즉, X선 촬영이 2차원이라면, CT는 3차원이란다. "오스트리아의 수학자 라돈은 수학 원리와 컴퓨터를 결합시킨 컴퓨터단층촬영(CT) 기술을 통해 인체의 3차원 영상을 얻게 되었죠. 인체의 횡단면을 컴퓨터가 수학적 연산방식을 이용, 영상을 재구성시켜 인체조직을 상세하고 명료하게 나타낼 뿐만 아니라, 동일한 조직내에서도 정상 조직과 병변 조직을 구분할 수 있는 장비라 할 수 있습니다." 촬영기사의 설명이다.

박 대리의 마지막 코스는 자기공명영상(MRI, Magnetic Reasonance Imaging)이다. 이제는 촬영기사가 알아서 설명을 해 준다. CT가 가로로 자른 단면만 촬영할 수 있는데 반해, 자기공명영상기(MRI)는 원통형이나 원뿔형의 단면도 촬영할 수 있다. 원자핵은 평소에는 회전운동을 하고 있으나 일단 강한 자기장에 놓이면 그 힘에 의해 회전축이 기울어져 팽이처럼 세차운동을 하는데 그 속도는 자기장의 세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자기장이 셀수록 빨라진다. 이렇게 자화되어 있는 원자핵에 고주파를 가하면 고에너지 상태가 되었다가, 다시 고주파를 끊으면 원래의 상태로 돌아간다. 이때 방출되는 에너지는 가했던 고주파와 똑같은 형태의 고주파를 방출한다. "이렇게 원자핵이 고유하게 방출되는 고주파를 예민한 안테나로 모아서 컴퓨터로 영상화한 것이 MRI입니다. 즉, 인체를 구성하는 물질의 자기적 성질을 측정하여 컴퓨터를 통하여 다시 재구성, 영상화하는 기술을 말하죠."

박 대리가 마지막으로 PET에 관해 묻자, 촬영기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해 준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은 핵의학에서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영상검사법 중 하나로, 이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PET 카메라와 방사성 의약품이 필요합니다. 이 의약품은 몸 속에서 양전자를 방출하는데, 양전자는 방출되자마자 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와 결합해 없어지면서 정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는 두 개의 감마선으로 변합니다. 이 감마선 두 개를 동시에 검출하면 몸 속에 있는 방사성 의약품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아 낼 수 있죠. 질병은 대개 생화학적인 변화부터 일으키므로 이러한 미세한 생화학적 변화를 찾아내는 PET 검사를 이용하면 각종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박 대리의 건강검진은 끝이 났다. 병원을 나오면서 의사 선생님의 충고가 아직도 귓가에 선한데, '병은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진단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질병 치료법은 ‘예방’이라는 말이다. 과학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에 대한 우리의 자세일 것이다.

용어설명

사진(四診) : 눈으로 병을 진단하는 망진(望診), 목소리나 냄새를 맡아 진단하는 문진(聞診), 대화를 통해 진단하는 문진(問診), 손으로 짚어보는 절진(切診)을 말함 * Kisti의 과학향기에서 제공하는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따라서 Kisti의 동의 없이 과학향기 콘텐츠의 무단 전재 및 배포등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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