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이 일군 가업守成 20년... 大生 인수로 나의 시대 열겠다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7월 23일 서울 정동 성공회 대성당 본당서 있었던 한화그룹 창업자 故 현암 김종희 前 회장 20주기 추모식에서 김승연(49) 한화 회장이 유족대표로서 한 인사말의 한 구절이다. 의례적인 인사 같지만 그로서는 이 날을 맞은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부친의 20주기는 곧 그의 회장 취임 스무돌을 뜻하기 때문이다. 한화의 한 임원은 "지난 20년 세월이 나이 쉰아홉에 뜻하지 않게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산 삶이었다면 앞으로 20년이야말로 진짜 김회장 자신의 삶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과거 20년은 말하자면 아버지가 일군 가업의 계승기였다는 분석이다. 수성(守成) 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시대를 열어 가겠다는 그의 의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난 1일로 김회장은 공식으로,취임 스무돌을 맞았다.지천명(知天命)을 코 앞에 둔,젊다면 젊은 나이지만 현역 그룹 총수 중에서는 최장수 기록이다. 임원들이 축하 행사를 준비하려고 했지만 그가 "형식이 뭐가 중요하냐"며 "내실을 기하자"고 해 없었던 일이 돼 버렸다.

그러면서 그는 "상황이 어려울수록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장 시대를 특징 지을 큰 그림은 대한생명을 인수해 한화증권과 더불어 그룹의 두 축으로 만드는 것이다.금융은 그의 시대를 견인할 전략사업이다. 대생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시기가 불투명해 공개 입찰이 늦어지고 있지만 그는 인수팀으로부터 수시로 보고를 받으며 인수 협상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마침 한화는 창립 50돌을 앞두고 있다. 대외적인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일례로 최근 여천NCC 파업 문제를 둘러싸고 빚어진,경기고 선배 대림 이준용 회장과의 갈등 국면에서 대응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그는 이회장보다 한 수 위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경위야 어떻든,그가 전화를 걸었지만 이회장이 받지 않아 신문에 광고를 실으면서까지 공개적으로 만나 달라고 한 이회장의 감정적 대응이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초엔 부시 美 대통령 가문과의 친분이 화제가 되며 전경련 회장설이 돌기도 했다.

김회장의 재계 역할에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에 성공한 대표적인 오너 경영인이라는 점이 든든한 배경이 됐다.한화는 필사즉생(必死卽生)의 배수진을 친 그의 진두지휘로 97년 협조융자 기업에서 지난해 전계열사 흑자 기업으로 변신했다.

32개 계열사를 25개로 줄이고 상호지급보증도 해소했다.주력 기업이었던 한화에너지를 비롯해 한화바스프우레탄 등 수익성이 있는 핵심 계열사들과 우량 자산들이 넘어갔다. 그 과정에서 그는 구조조정의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젊은 날 함께 어울렸던 오너 그룹-박영일(대농), 최원석(동아), 김현철(삼미) 전 회장이 회사 부도로 은둔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부 언론사주들의 구속이 예고된 지금 어쩌면 그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때 경향신문 사주였던 그는 1993년 11월 YS 정권 때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었다. 검찰의 언론사주 구속 1호.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추징금 47억여원을 선고받은 그는 이듬해 정월 구속된 지 52일만에 풀려났다.

경향신문의 세무조사 때문은 아니고,동생인 빙그레 김호연 회장과의 재산 다툼 와중에 재산 도피 문제가 불거진 것. 형제 회장은 이후 함께 골프를 치는 등 우애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회장은 요즘 회장을 맡고 있는 한미교류협회 회의 준비로 여름 휴가도 미뤄 놓고 있다.

민간 차원의 한미 교류를 촉진하는 게 목적인 이 협회는 지난 6월 발족했고,이 달 중순 서울서 첫 회의를 연다. 활발한 대외활동 역시 그의 재계내 지위를 높여 줄 것임은 물론이다.

<이코노미스트 이필재 기자 jel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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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코노미스트 이필재 기자가 쓴 8월14일자 이코노미스트에 쓴 것을 따온 것입니다.한화그룹이 과학산업단지 개발과 관련해 대덕밸리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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