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술 전미래산업 사장(63)이 19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300억원을 기부했습니다. 생명공학(BT) 관련 인력양성을 위한 용단이 결실을 거두는 날이었지요. 정 전 사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KAIST에 300억원을 기부하게 된 사연을 들려줬습니다. 무엇보다도 KAIST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결정적 역할을 했답니다.

그는 "KAIST를 좋아하고 사랑하며 교수와 교직원들을 존경한다"는 말로 대신했습니다. 오히려 "학과 신설을 허락해 준 KAIST에 감사한다"며 고마워하기까지 했습니다. 감동적인 장면이었지요. 그가 KAIST에 300억원을 기부키로 결정하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듯합니다. 인간적으로 말입니다. 정 전 사장이 기부를 최종 결정한 것은 지난해 말이랍니다.

그러나 최종 결정을 하고도 많은 번민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하루에도 마음이 몇 번씩 바뀌었다"고 실토했습니다. 인간적인 고뇌였겠지요. 결국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 300억원을 기부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몰라 좀 두렵다고 털어놨습니다.

정 전 사장은 기부와 관련, 부인에게조차 비밀로 하는 극약 처방(?)을 썼다고 했습니다. 그의 부인도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전했습니다. 기부를 약속하고 정 전 사장은 부인에게 빌었다고 우스개 소리를 했습니다. 그

는 "아내도 사람인지라 무척 아쉬워 하는 표정이더라"고 귀뜸했습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약하게 나오면 안될 것 같아 오히려 아내에게 큰소리를 쳤답니다. 이것저것 따지자 화를 버럭 냈다고도 했습니다. 양면전략으로 위기를 모면한 듯합니다. 협정식에 이르기까지 인간으로서의 고뇌가 물씬 풍겼습니다. 정 전 사장은 정치권 진출설에 대해 단호하게 부정했습니다.

그는 미래산업이 현재 이렇게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은 정치권과 무관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IMF 이후 잘 나가던 기업이 도산한 것은 정치권의 힘(?)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정당에서 영입하겠다는 제안을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거절하고 사람도 만나지 않는답니다.

국회의원 후원회 초대장은 바로 쓰레기통행이라고 했습니다. 현재까지 버텨온 원동력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가 기업을 운영하면서 정부 지원을 하나도 활용하지 않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요. 대부분 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답니다.

그는 "우리나라와 같이 벤처기업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나라는 단 하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는 "나는 정치할 사람이 못된다"고 못박았습니다. 정치권 진출설에 대해 처음으로 질문을 받는다며 당혹해 했습니다.

그는 본인의 장기는 약속을 하고 이를 지키는 것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정치도 안한다면 정 전 사장은 앞으로 무엇을 하며 여생을 보낼까요. 그는 이 질문에 "처음 은퇴했을 때는 만나자는 사람도 많고 메일이 쇄도했지만 최근 줄고 있다"며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놀아보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좋아하는 술도 많이 먹겠다는군요.

그는 또 골프친 지 10년이 됐지만 아직도 105타에서 110타를 치고 있다고 소개하며 골프에 전념하겠다고 또 다른 일거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KAIST에 300억원을 기부하고 오히려 홀가분한 표정으로 서울로 떠난 정 전 사장. 앞으로 그가 할 일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소문난 일벌레인 정 전 사장이 앞으로 얼마나 열심히 놀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아이뉴스 24 최병관기자 ventu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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