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무엇일까? 봉투 안에 수표가 들어있다는 뜻의 “Check Enclosed”, 바로 기부라는 말이다. 비슷한 의미로 레인메이커(Rain maker)란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은혜의 단비를 내리는 사람들이다.

뉴욕이 세계 문화의 메카가 된 것은 가장 많은 레인메이커들이 살기 때문이다. 이유가 무엇이건 기부행위는 사회를 따뜻하고 풍요롭게 한다. 가진 것을 나누고 베품으로서 느끼는 만족감과 즐거움은 이미 기부자 자신에게 충분한 보상을 한다.

“펀드 없이 연구 없다” (No fund, no research). 연구에 관한 미국인들의 생각이다. 미국이 지적으로 강한 나라가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많은 기부자 덕분이다. 워싱턴의 보수적인 헤리티지 재단과 민주당 성향의 브루킹스 연구소는 예산의 60% 정도를 개인기부자의 돈으로 충당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이념이나 정책을 사회에 내놓기 위해서는 기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극히 자본주의적 발상의 결과이다. 빌 게이츠는 자선사업도 벤처 스타일로 하는 걸로 유명하다. 그가 자선사업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3년 아내 멜린다와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부터이다. 그곳의 열악한 보건시설과 기본 의약품조차 구하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데 충격을 받고 자선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무조건적으로 기금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기금을 받는 측에게도 많은 것을 요구하고 해당 국가에는 매칭펀드식 기금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또 자선활동을 잘 하기 위해 면역학 관련 서적과 개발보고서를 탐독하고 지원 계획도 꼼꼼히 살핀다고 한다.

CNN의 창립자 테드 터너는 미국보다 통 큰 사나이로 유명하다. 1997년 미 의회가 유엔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분담금을 내지 않아 유엔이 마비될 위기에 놓이자 선뜻 10억 달러를 기부한다. 그는 핵 관련 환경사업에 관심이 많아 “핵 위협 이니셔티브”를 창립했는데 지구촌을 핵의 위협으로부터 구하자는 목적이다.

그는 미국 정부가 하지 못한 일을 찾아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철저한 환경보호주의자이자 동물보호주의자로 변신해 들소 보호운동을 벌이다 들소가 너무 많아지자 이를 이용한 들소고기 햄버거 체인점까지 만들었다.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에스티 로더의 에블린 로더는 유방암 퇴치의 여전사로 유명하다. 그녀는 창업자 로더 여사의 며느리인데 90년대 중반부터 유방암 퇴치를 위한 분홍 리본 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유방암 연구재단을 창설해 본격적인 유방암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여성들로부터 번 돈은 여성들을 위해 쓴다는 철학으로 이 일을 시작했는데 지인들에게 유방암 진찰권을 선물할 정도로 열렬한 유방암 퇴치 전도사이다. 또, 미국의 명문가문 대부분은 공익재단을 갖고 이 기구를 통해 자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족 이름을 딴 정책연구소도 많다. 허드슨 연구소, 맨스필드 연구소, 스팀슨 연구소…

우리 나라도 명문 가문이 많고 문중 재산 또한 어마어마하다. 전주 이씨 효령대군파의 경우 수천 억대의 자산을 갖고 있다. 미국의 가족재단은 전 사회와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반면 한국의 문중은 가문의 틀 안에 갇혀 있다는 것이 차이이다.

그렇다면 자선은 언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자선 연구가 월드메이어 닐슨은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첫째, 자선의 시작은 빠를수록 좋고 생활의 일부로 하는 것이 좋다. 임종 직전의 자선은 최악인데 어떤 의미에서 자선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미국인들은 워렌 버핏의 행위를 주목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기부한다고 약속했는데 칠순을 넘긴 지금까지 구체적인 행위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자선은 단순히 돈을 내놓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에너지, 아이디어, 리더십까지 온전히 줄 수 있어야 진정한 자선사업이다.

셋째, 자신의 성향과 관심에 맞는 기관을 찾는 게 중요하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그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것이 시민들의 역할이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빈부의 차가 심해짐에 따른 폐해가 사회문제가 될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적극적인 기부와 나눔이 필요하다. 자선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청되는 때이다. <글,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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