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특구를 만드는 사람들-⑥]권영운 LG화학연 전략기획팀장

"민간연구소도 대덕R&D특구의 당당한 주체로 거듭나야죠." 지난 19일 오전 대덕R&D특구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출범한 '비전위원회'의 첫 모임에 권영운 LG화학 전략기획팀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김창환 대전시 경제과학국장을 위원장으로 산∙학∙연∙관∙군 관계자 15명이 위원으로 구성된 비전위원회 모임에 권 팀장은 대덕의 30여 민간연구소의 '대표선수'로 참석한 것이다.

권 팀장은 "비전위원회가 각 기관의 대표성을 나타날 수는 없지만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덕에 다양한 조직이 있는 만큼 대덕R&D특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간연도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구단지 3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민간연의 움직임은 미약한 게 사실"이라며 "대덕R&D특구를 기점으로 대덕밸리의 주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간연도 '원천기술' 확보 노력...주체간 교류 '절실'

그동안 대덕의 민간연은 정부출연연구소들과 비교했을 때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보다는 기술을 상업화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연구소 차원에서도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선진 국가로부터 기술을 도입했다.

그 결과 민간연들은 우수한 기술력을 토대로 우울증치료제(YKP 10A, SK대덕기술원), 리튬 이온전지(LG화학기술연구원), 항생제 팩티브(LG생명과학) 등 세계적인 제품을 개발해왔다. R&D에서부터 마케팅 역량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에 기술개발-상업화 과정이 정부출연연구소들보다 빠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 민간연은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술 수준도 선진 국가의 기술을 어느 정도 따라잡았기 때문에 기술도입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권 팀장은 "앞으로는 대기업 연구소도 혼자서는 힘들다"며 "교류를 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대덕연구단지기관장협의회 중심으로 연구소간 교류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 하나의 증거"라며 "대덕R&D특구가 R&D의 상용화를 비전으로 추진되고, 지역의 클러스터가 형성되는 분위기 속에서 민간연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LG화학은 지난 2001년부터 '혁신적 R&D기반 회사'로 방향을 정하고, 예산과 인력을 매년 20% 이상 늘리고 있다. 올해 초 국내 최초로 독자기술로 OLED소재를 개발한 기술연구원 OLED개발팀에 1억을 포상하기도 했다.

총 매출의 30% 가량은 꾸준히 투자하고, 올해 안으로 연구개발 인력 2~3백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권 팀장은 "대덕의 많은 민간연이 IMF 구제금융 이후 조직규모가 축소되거나 움직임이 작아졌지만, 이와는 반대로 LG화학은 연구원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며 "대덕R&D특구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앞으로 기술력이 우수한 벤처기업과의 아웃소싱, 연구개발 과정에서 협력업체와의 시제품 제작 등을 위해 이웃들과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10년째 대덕생활 '만족'...연구환경 인프라 개선해야

서울이 고향인 권 팀장은 1994년 럭키중앙연구소가 LG화학으로 조직을 개편하기 직전 입소해 10년째 대덕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까지 CRD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디스플레이 소재, 반도체 소재, 나노 기술 등에 대해 연구를 했다. 그러다 올 초 전략기획팀으로 발령을 받아 연구소의 사업계획, 관리지원 등을 담당하고 있다.

권 팀장은 "처음 대덕으로 내려오기까지 많이 망설였지만, 10년째 생활하고 있는 지금은 오히려 서울로 올라가기 싫을 만큼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많은 연구원들이 지금도 대덕에 내려오는데 고민을 한다"며 "연구원들이 이런 망설임 없이 대덕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공동 탁아시설, 문화시설 등 생활환경을 위한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다른 민간연 연구원에게도 당부의 말을 했다. "연구원들도 다양한 커리어를 쌓을 필요가 있다. 주변과 담을 쌓고 연구활동만 하다 보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쉽다. 올 해 '교류'가 최대 화두가 된 만큼 개인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경험을 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조직도 발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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