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1천1백14%, 한해 5백억원이 넘는 순손실, 3천3백억원의 차입금 등 부즈앨런 앤드 해밀턴으로부터 회생 불능 판정을 받은 회사가 있었다. 이런 부실덩어리의 기업을 3년만에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알짜기업으로 회생시킨 장본인 서 두칠(61) 사장.

정리해고없이 위기탈출, 임원진 365일 근무, 사원대상 경영설명회 등의 열린 경영 등으로 많이 알려진 전문경영인 서 사장은 대우전자부사장으로 있던 97년말 한국전기초자가 대우그룹으로 편입되면서 서류가방 하나만을 들고 구미로 향했다.

부임하자마자 노조대표들이 백지 한 장을 들고와 고용보장 각서를 요구했다. 그는 그러나 "고용을 보장하는 것은 사장이 아니라 고객이며 값싸고 품질좋은 물건을 만들면 당연히 고객이 찾아 줍니다. 그러면 고용보장뿐 아니라 소득 배가도 가능합니다”라고 설득해 돌려보냈다.

그 이후 서 사장은 아침 6시에 출근해 밤늦게까지 현장을 돌아다니며 제품·기술·자금·판매·노사·의식을 근본부터 바꿨다. 이렇게 직원들과 고락을 같이 하면서 열린 경영을 통해 노사간의 신뢰를 회복, 경영정상화 를 도모하기 시작했으며 전사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경영현황 설명회를 실시하여 회사의 경영위기까지 솔직하게 알렸다.

특히, 365일 현장에 상주하면서 솔선 수범과 스피드 경영을 통하여 혁신, 도약, 성공의 비전을 제시하였다. 또한 그 동안 의존해 오던 해외기술을 끊고 자체 기술개발에 성공하였으며 TV유리에서 컴퓨터유리로의 제품구성의 구조조정을 추진하였다.

이런 열린경영혁신의 성과는 먼저 내실위주의 경영방식으로 재무 구조를 현저히 개선했다는 데 있다. 그리고 더욱 값진 성과는 사원들의 참여정신을 높여 그들의 손끝정성을 발휘 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투명하고 공정할 때 직원들은 사장을 신뢰하고 그때야 비로소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을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그는 명확한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면서 사원들이 움직이도록 했다.

1시간 일하고 30분 쉬던 것을 2시간 일하고 10분 쉬는 식으로 바꾸었다. 도약이란 시장점 유율을 상대회사보다 높이는 것으로 25%이던 점유율이 40%대로 뛰어올라 국내최고가 되었다. 이렇게 3년이 지난 후 '한국전기초자는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는 책을 펴내면서 남들이 기적이라 말할 정도로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

그의 경영론은 이미 너무나도 널리 알려졌다. '공개 자료와 시기, 그리고 대상이 제한적이어서는 실효가 없다', '생산현장의 종업원에게도 사장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라'는 식의 열린 경영은 물론 인간존중경영을 몸소 실천하기도 했다.

그는 인간존중경영을 이렇게 설명한다. "마음(心)은 안정이라는 인자와 반응해야 하며, 우리가 흔히 끼라고 얘기하는 기(氣)는 활력과 어우러져야 하고, 정(情)은 온기(따스함)과 합쳐져야 한다. 이렇게 心, 氣, 情이 안정과 활력과 온기와 만나면 상호간에 반응이 일어난다. 이 반응은 다시 응답의 형태로 이어진다. 이런 상호작용들이 모여서 세(勢)를 형성하게 되고, 이 세(勢)를 상승세(上昇勢)로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면 그것은 거대한 강줄기의 흐름과도 같은 밀어붙이기의 힘(POWER)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몸과 마음을 다해 가꾸어 온 한국전기초자를 서 사장은 9일 아쉽게도 떠났다.

대우그룹의 경영악화로 지난 99년 12월 경영권을 인수받은 일본 아사히글라스 측과의 갈등이 그 주된 원인이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혁신과 경영의 노하우는 많은 경영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서두칠 사장 약력 및 저서 1957년 진주고등학교 졸업 1964년 경상대학교 농과대학 농학과 졸업 1973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 경영학 ) 1974년 농협중앙회 과장 1976년 대우중공업주식회사 과장 1984년 대우중공업주식회사 이사부장 1988년 대우전자주식회사 이사 1992년 대우전자주식회사 상무 1993년 대우전자부품주식회사 대표이사 1997년 대우전자주식회사 부사장 1998년 한국전기초자주식회사 대표이사 2001년 7월 9일 한국전기초자주식회사 대표이사 퇴진 저서 1999년 6월 좌절과 혁신 그리고 도약 (삶과 꿈) 2001년 3월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 (김영사)

<대덕넷 김영중기자>happynews@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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