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수도관의 떨림을 감지하는 방식으로 수도관 누수현상을 무선통신망을 통해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윤동진 · 이영섭 박사팀은 지난 2001년부터 3년의 연구 끝에 누수의 위치를 무선통신망으로 파악하는 ‘CDMA 무선통신망과 누수탐지 센서 연계기술’ 등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설치와 분석이 간편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우선 누수가 의심되는 상수도 구간 양끝 단의 맨홀을 각각 열고 배관 위에 음료수 컵 크기의 음파감지 센서(일명 가속도계)를 설치한다. 이 센서는 누수관 틈에서 물이 새 나오면서 관 안과 밖 사이의 압력차로 인해 관이 떨리는 진동을 탐지해 데이터화 한다.

그런데 누수지점에 가까운 쪽 센서는 같은 진동을 먼저 감지하고 먼쪽 센서는 나중에 감지한다. 이 센서 간 감지 시간차 값을 구해 분석하면 바로 누수지점을 알 수 있다. 윤동진 박사는 “이런 일련의 과정(배관 센서 설치부터 컴퓨터를 통한 누수 지점 확인)을 실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도 안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2003년부터 작년까지 누수 시스템을 상수도사업본부와 협조해 대전 지역에서 테스트를 실시, 기술 검증테스트를 끝냈다. 이와 함께 전국에 깔린 핸드폰용 ‘CDMA 무선망’과 이 센서를 연계하는 기술에 대한 검증시험도 마쳤다.

이 박사는 “상수도 배관 주요 지점마다 이 센서를 설치하고 중앙본부에서 CDMA 무선망을 통해 24시간 컴퓨터로 수도관을 감시하면 실시간 누수지점 파악이 가능하므로 누수사고 발생 즉시 보수공사를 착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누수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직면해 있다. 지난 2001년 환경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국의 12만km 상수도 배관 중에서 11년 이상 노후한 관이 52%에 달하고 전체 상수도물 생산량 중에서 14%가 소비자로 전달되기도 전에 누수로 소실되는 실정이다.

그래서 그간 누수를 막기 위해 각종 누수 탐지 장비가 동원됐으나 대부분 외국장비였고, 각 장비마다 단점이 있었다. 현재 사용되는 누수탐지 기법으로 그라운드 마이크로폰 방식과 하이드로폰 방식 등이 있다. 그라운드마이크로폰 방식은 머리에 해드폰을 착용한 탐지전문가가 지면 가까이 고성능 마이크를 대로 누수음을 소리로 찾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단점은 수도관 누수 소리가 주변 소음과 겹칠 우려가 있어 정확한 탐지가 어렵고, 또한 하수도관 누수음 또는 지하수 소리와 상수도관 누수음을 분간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하이드로폰 방식은 맨홀을 열고 그 속에 수도관 밸브를 잠근 뒤 그 상태에서 배관에 청음기를 설치한 뒤 다시 밸브를 열고 귀로 누수음을 탐지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수도관의 물이 흐르는 상태에서 소리를 듣기 때문에 정확성은 높으나 검사대상 주변지역에 단수조치를 내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과거에는 철로에 귀를 갖다대고 기차의 접근소리를 듣는 것과 마찬가지로 배관 위에 직접 청음봉(廳音棒)을 갖다 대고 누수음을 직접 듣거나 여기저기 의심구간을 직접 파보기도 했다.

외국의 경우에 영국이 누수탐지 시스템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다. 영국 팔머(Palmer) 사는 맨홀 아래 배관 위에 센서를 설치한 뒤 센서로부터 나오는 데이터를 안테나가 설치된 차에서 받아 바로 누수지점을 파악하는 기술을 상용화한 상태다.

그러나 윤동진 · 이영섭 박사팀의 시스템은 자동차가 아닌 중앙통제소 건물에서 모든 누수통제를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로 탐지하는 영국 팔머 사보다 한 단계 더 진보된 시스템이다.

연구팀은 누수탐지 기술이 최종적으로 중앙통제소에서 누수를 상시 감시하는 시스템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윤 박사는 “우리 시스템의 초기모델은 완성됐으나 앞으로 센서 크기를 작게 하거나 제품비용을 낮추는 상용화 기술개발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정부이나 기업이 향후 연구에 동참해 준다면 앞으로 1-2년 내에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누수시스템 개발에 대한 논문을 지난 해 아시아태평양 한국비파괴검사학회등에 발표해 대한기계학회와 한국음향학회로부터 우수논문상과 우수발표상을 각각 수상한 바 있다. 042-868-5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