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기술, 대부분 동시 연구...전자현미경 등 일부 이미 '앞서'

글로벌 기술경쟁시대다. 나라마다 '5~10년 후 뭘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열쇠를 과학기술에서 찾고 있다. 최근 일본이 발표한 '10대 꿈의 기술'은 국내에서도 한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기술이다. 대덕넷은 일본과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과 미래 전망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기술 순위별로 3편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일본의 미래를 먹여 살릴 '10대 기간(基幹) 기술'이 발표되자 대덕연구단지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 자문기관인 과학기술심의회가 최근 '제3기(2006~10) 과학기술 기본계획'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이른바 '꿈의 10대 기술' 중 대부분이 대덕의 출연연과 동일한 연구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본의 과학기술 기본계획에 따르면 ▲초정밀 계측기술 ▲세계 최고 전자현미경 ▲초고성능 슈퍼컴퓨터 ▲차세대 방사선 광원 ▲해저 탐사시스템 ▲위성기술 ▲지구 통합관측 시스템 ▲고속 증식로 사이클 기술 ▲우주 수송 시스템 ▲ 핵융합로 등이 10대 기간 기술로 포함돼 있다.

이들 '꿈의 기술' 중 상당 부분은 과학기술 선진국인 일본이 앞서고 있지만 우리나라 출연연에서 개발하고 있는 해저탐사 기술, 슈퍼컴퓨터, 초정밀 계측기술 등 일부 분야에서는 일본을 맹추격하고 있다. 특히 '테라헤르츠파' 활용 계측기술, 전자현미경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기술개발 후발국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연 한 과학자는 "일본의 이번 10대 기술발표는 국가 주도로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 자국의 기술력이 세계적임을 선언하려는 의미"라며 "기술개발 경쟁 시대에 우리나라가 살아남는 비결은 출연연 연구원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국민과 정부의 과감한 투자에 달렸다"고 말했다. 과연 5~10년후 국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이 기술들의 국제경쟁력 판도는 어떻게 바뀔까?

'테라헤르츠파' 활용 계측분석..."한국이 아시아 최고 수준"
 

일본이 최우선 순위로 선정한 10대 기술은 전자파인 '테라헤르츠파'를 활용한 계측 및 분석 기술. 2009년 개발 예정인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하면 내시경 없이 병리조직 진단이 가능하며 마약 등 우편 내용물 식별이 가능해진다. 종이, 플라스틱 등은 잘 투과하고, 물에는 흡수, 금속에는 반사되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일본 이화학연구소에서 우리나라 규모에 비해 5배 정도 많은 연구인력이 레이저 기술을 활용해 병리진단, 마약검출 등 응용 분야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하고 있다.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해 마약 검출이 원리적으로 가능하다는 실험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해냈다. 일본이 레이저를 이용한 '테라헤르츠파' 기술이 앞선다면 한국은 전자빔을 이용한 테라헤르츠파 기술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전자빔은 레이저에 비해 출력이 1천배 정도 높고, 안정적인 장점이 있어 연구 응용범위가 넓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양자광학기술개발부 이병철 박사에 따르면 적어도 '테라헤르츠' 광원 소스측면에서는 아시아 최고다. 일본 원자력연구소를 비롯해 러시아 연구진들이 관련 실험을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연구소에서 99년말부터 관련 장비를 갖추고 본격적인 물질실험에 들어갔다.

이 박사는 "테라헤르츠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태동시기"라며 "관련 기술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하루 빨리 물리, 화학, 생물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수요자들이 테라헤르츠 광원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3차원 원자 관찰 '전자현미경'..."한국이 이미 앞섰다"

일본이 개발하겠다는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전자현미경은 수소전지나 태양전지를 개발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중요 장비다. 반도체 개발 핵심장비이기도 하다. 현재 가장 정밀한 현미경은 물질의 1000만배까지 관찰할 수 있지만 이보다 더 정밀한 현미경을 개발해 물질의 기본입자인 원자(原子)를 3차원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일본은 원자를 3차원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전자현미경은 없지만 원자크기 0.10 나노미터까지 관찰할 수 있는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측은 2009년까지 0.05 나노미터 관찰 성능을 갖춘 3차원 전자현미경을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동등한 관찰 성능을 겸비하면서 원자를 3차원으로 볼 수 있는 전자현미경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일본 장비보다 성능이 우수한 3차원 구조 전자현미경을 이미 개발, 지난해부터 국가 경쟁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또 한차원 높은 성능의 차기 아이템을 개발하고 있다. 김윤중 기초연 박사는 "세계적으로 비밀리에 차세대 전자현미경 개발 전쟁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향후 5년후 일본보다 앞선 전자현미경 개발을 위해 이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우수한 전자현미경을 보유한 사실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현재 보유한 전자현미경을 통해 얻은 실질적인 경험으로 장비 기능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차기 전자현미경 기술 경쟁우위는 자신있다"고 말했다.

초당 1천조번 연산 슈퍼컴..."한국은 다른 방법으로 1천조번 연산"

일본은 신약 개발과 나노미터급 초미세 신재료 설계 등에 필수적인 초고성능 슈퍼컴 개발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차세대 슈퍼컴 기종인 '페타플롭스'를 2010년까지 개발해 엎치락 뒷치락하고 있는 미국과의 기술경쟁에서 다시 우위를 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연산처리 속도 순위에서 미국 슈퍼컴이 일본산을 제치고 정상을 차지한 바 있다. 일본의 '페타플롭스' 슈퍼컴은 펜티엄 133㎒ 프로세서보다 1억배 가량 빠른 컴퓨터로 초당 1천조회나 연산처리를 할 수 있다. 페타(10의 15제곱)바이트는 10억권의 책을 저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슈퍼컴 기술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PC를 엮어 만든 '슈퍼컴 클러스터 시스템'을 통해서다.

일본과 정면으로 기술을 승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10분의 1가격으로 동일한 성능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재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슈퍼컴퓨팅센터에서 구축한 슈퍼컴 클러스터 시스템은 1.8 테라플롭스급. 연구소측은 2006년까지 50 테라플롭스급을 개발할 예정이다.

슈퍼컴퓨팅센터 이지수 박사는 "시간적으로 봤을 때 2010년경에 일본처럼 페타플롭스급 슈퍼컴 성능을 보유한 클러스터 시스템이 개발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미국, 일본과 경쟁하는 클러스터 시스템의 범용성 구도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시리즈 기술은 해저 지형 및 지질 자원탐사 시스템, 위성기술, 차세대 방사선 광원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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