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 밸리의 생사는 해외시장과의 연계에 달렸다. 4일부터 6일까지 2박3일간 서울에서 열린 INKE2000(세계 한민족 벤처기업가 네트워크) 대회에 다녀왔습니다.

3일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워크샵에 참가해 귀동냥을 한 끝에 얻은 결론입니다. 제 착각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동안 우리는 대덕 밸리의 잠재력을 많이 강조해왔습니다.

대덕 밸리에는 분명히 한국 최고의 인재와 뛰어난 기술이 있습니다. 서울의 닷컴 기업에 비해 기술력도 있고 눈에 보이는 생산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에 무엇이 있습니까. 매출이 1백억원대를 넘는 기업이 몇개나 있습니까. 해외 시장에서 성가를 얻는 기업이 얼마나 됩니까. 해외에서 펀딩을 받은 업체가 있습니까. 해외와의 합작사가 있습니까.

INKE2000을 통해 많은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시장에서 선택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란 것입니다. 마이클 양이라고 1998년 4월 2만5000달러로 마이사이먼닷컴을 설립, 2년 만인 지난해 2월에 시넷에 7억달러에 M&A시키며 일약 벤처스타로 떠오른 재미 벤처기업가는 말합니다.

"기술은 중요치않다. 항상 발전하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읽고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아파하는 것을 치료해줄 상품을 내놓아야한다. 여기에는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의 질주입니다. 올해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장률은 전년대비 53%로 추정됩니다. 현재는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부속물이지만 앞으로는 이 관계가 역전될 것이라고 합니다.

라오란 인도의 컨설턴트는 포츈 5백대 기업 가운데 1백85개사가 인도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합니다. MS가 차세대 서버를 인도에서 개발중이며, SUN/ 컴팩 등이 인도에 연구소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소프트웨어를 지닌 국가가 앞으로 전세계를 호령할 것이란 상상도 가능해보입니다. 중국도 무섭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권력의 상층부가 엔지니어 출신으로 이들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아 정책의 주안점을 기술개발에 두고 있습니다.

중국의 청화대에는 GM/ HP/ 인텔/ 델파이/ 미쓰비시/ MS/ IBM/ 모토롤라 등등이 연계를 맺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IT업계의 창업이 활발한데 이들이 토종이 아니라 외래종이라는 것입니다.

미국 유학파 출신들인 이들은 처음서부터 미국의 벤처 캐피탈을 끌고 들어와 창업을 합니다. 벤처 캐피탈이 단순히 돈만 대는 것이 아니라 경영과 마케팅,그리고 네트워킹을 같이 해준다는 점에서 이들의 파괴력은 가공할 만한 수준으로 여겨집니다.

우리는 장차 대덕 밸리가 한국의 성장엔진이 되고,동북아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전제는 맞습니다. 주변 나라가 가만있으면. 하지만 중국이, 인도가 뛰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우리가 설 땅이 점점 좁아지는 것이죠. 그러면 무엇을 해야할까요.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해야한다는 것은 지당한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더 시급한 것은 세계와 호흡하는 것입니다.

시장이라고 할수 있는 세계와 연계되지 않는 것은 고립을 뜻하고 이는 곧 자멸을 의미합니다.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최고 기술이란 있을수 없다는 것이죠. 기술 동향을 알아야하고, 시장의 니즈를 알아야합니다. 실패해도 좋으니 맨땅에 헤딩한다는 심정으로 외국에 나가야합니다. 안방에서만 우리가 최고라고 외칠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평가를 받아야합니다.

시장의 평가는 펀딩과 매출입니다. 동시에 외국사를 끌어들여야합니다. 우리가 기술을 가졌다면 자신있게 해외 유명업체가 대덕 밸리내 기업과 합작을 하도록 해야합니다. 그들을 끌어들여 경영 노하우를 배우고 마케팅망을 활용해야합니다.

미국 MIT에서는 한계를 가르친다고 합니다. 한계를 알면 새로운 도전의 영역이 생기기 때문이죠. 이제는 나가야합니다. 살기 위해서 세계와 손을 잡아야합니다. 혹 실패하면 어떻게될까,우리 기술이 형편없는 것은 아닐까하고 두렵고 무서운 것도 사실입니다. 넓은 마당에 나가면 생존확률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패를 통해 배울 것도 많을 것입니다. 이제부터 대덕 밸리 기업들의 화두는 글로벌리제이션입니다. 세계 시장과 연계되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감을 갖고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 모두 고민할때가 아닌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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