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텍-③]생명硏 이형규 박사팀...국내 시장만 1천억 예상

세계 인구 10%가 앓고 있는 알레르기성 염증질환 '천식'. 세상에서 가장 쉬운 운동은 '숨쉬기 운동'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지만 이런 말은 천식환자들에게는 가슴 아픈 말이다. 그러나 이제 천식환자들도 '숨쉬기 힘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양규환) 면역제어연구실 이형규 박사팀이 신이(辛荑:자목련의 꽃봉오리)에서 추출한 물질을 이용해 만든 천연약물이 올해 상반기에 상용화 되기 때문이다. 천식은 기도의 과민반응에 의해 급작스럽게 생기는 호흡곤란 증세로 알레르기 질환 중 가장 통증이 심하고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중병. 자동차 등의 공해, 오염된 실내공기, 서구화된 생활로 천식환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층에 걸쳐 천식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통계가 나와 있지 않지만 천식으로 인한 의료 및 사회적 비용이 폐결핵과 에이즈로 인한 비용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고 설명한다.
 

이 박사는 근본적인 천식 치료제가 없고 현재 사용 중인 스테로이드제나 평활근이완제 같은 약물들도 장기간 사용하기에는 부작용이 많다는 상황을 알고 1995년부터 연구에 들어갔다. 천식 환자 대부분 만성 염증에 시달리는데 기존 약물은 얼굴이 붓고, 면역능력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에 생겨 환자들을 더욱 고통에 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연구인력도 부족하고, 외국 보다 기술력도 낮은 현실적 상황에서 '우리나라 전통치료 약물'에 눈을 돌리게 됐다"며 "기존 약물 부작용을 최소화 하면서 예방과 치료 둘 다 가능한 약물 개발을 목표로 연구에 들어갔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부의 선도기술개발사업(G7) 과제로 선정, 1998년부터 본격적인 돌입할 수 있었다. 500가지가 넘는 약재를 대상으로 실험을 계속한 결과, 지난 2000년 신이에서 추출한 NDC-052가 천식 증세를 근원적으로 개선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이후 밤을 지새가며 연구에 몰두한 이 박사팀은 만성천식을 앓고 있는 쥐, 개 등에 하루 50mg씩 8주 동안 신이 추출물 NDC-052를 투여하는 동물실험을 실시, 부작용도 거의 없이 천식 해소 효과를 확인해 낼 수 있었다. 5년간의 연구 끝에 성공한 쾌거였다.

이 박사는 "천식은 알레르기 같은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환자를 평생 따라다니며 고생시킨다"며 "기술력 있다는 다국적 제약회사도 개발하지 못한 천식 치료제가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현재 이 기술은 지난해 한국신약(회장 한만우)에 이전되어 상품화 단계에 있다.

이미 시제품은 '아스망'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상태. 서울성모병원, 아산중앙병원, 충남대병원 등 5개 병원에서 마지막 단계의 임상시험인 3상 시험을 거치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는 약국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시장 규모는 세계 천식 치료제만 120억불에 이르고, 국내 시장은 300억원대. 국내 관련 시장은 무려 1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 박사는 앞으로 3~4년 내에 관련약품 수입대체 효과와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불가능에 대한 도전은 계속된다"

이 박사는 요즘 다음 실험 모델을 구상 중이다. 천식은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기도가 좁아지는 등 변형이 생겨 원래 상태로 회복이 어렵다고 한다. 이 박사는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기도수축과 염증을 조절할 수 있는 약물연구에 관심을 갖고 최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천식 치료제 개발은 10년 걸린 연구결과였다. 앞으로 진행하고 싶은 연구도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도전해 볼 것이다." 이 박사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 실험실 동료들이 있기에 두렵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연변에서 온 4명의 조선족 과학자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처음에는 연구 스타일이 달라 불화를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인간적인 고민도 함께 나누는 동반자가 됐다. 이 박사는 "연구원들에게 고국에서 열심히 배워 중국 땅에 돌아가 리더가 되라고 주문한다"며 "조금만 더 고생하고 같이 웃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박사는 '정책입안자들이 바이오 연구에 10년을 내다보고 지원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가지 특정 분야를 과제로 삼아 연구하기 보다는 오랜 기간 여러 연구를 병행하면서 진행해야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급하게 결과물을 재촉하면 연구원들 사기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 사람을 보고 장기적으로 투자를 해달라. 그렇게 되면 연구원 스스로 더 열심히 연구를 하게 되고 분명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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