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텍-③]생명硏 이형규 박사팀...국내 시장만 1천억 예상
세계 인구 10%가 앓고 있는 알레르기성 염증질환 '천식'. 세상에서 가장 쉬운 운동은 '숨쉬기 운동'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지만 이런 말은 천식환자들에게는 가슴 아픈 말이다. 그러나 이제 천식환자들도 '숨쉬기 힘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양규환) 면역제어연구실 이형규 박사팀이 신이(辛荑:자목련의 꽃봉오리)에서 추출한 물질을 이용해 만든 천연약물이 올해 상반기에 상용화 되기 때문이다. 천식은 기도의 과민반응에 의해 급작스럽게 생기는 호흡곤란 증세로 알레르기 질환 중 가장 통증이 심하고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중병. 자동차 등의 공해, 오염된 실내공기, 서구화된 생활로 천식환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층에 걸쳐 천식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통계가 나와 있지 않지만 천식으로 인한 의료 및 사회적 비용이 폐결핵과 에이즈로 인한 비용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고 설명한다.
이 박사는 "연구인력도 부족하고, 외국 보다 기술력도 낮은 현실적 상황에서 '우리나라 전통치료 약물'에 눈을 돌리게 됐다"며 "기존 약물 부작용을 최소화 하면서 예방과 치료 둘 다 가능한 약물 개발을 목표로 연구에 들어갔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부의 선도기술개발사업(G7) 과제로 선정, 1998년부터 본격적인 돌입할 수 있었다. 500가지가 넘는 약재를 대상으로 실험을 계속한 결과, 지난 2000년 신이에서 추출한 NDC-052가 천식 증세를 근원적으로 개선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이후 밤을 지새가며 연구에 몰두한 이 박사팀은 만성천식을 앓고 있는 쥐, 개 등에 하루 50mg씩 8주 동안 신이 추출물 NDC-052를 투여하는 동물실험을 실시, 부작용도 거의 없이 천식 해소 효과를 확인해 낼 수 있었다. 5년간의 연구 끝에 성공한 쾌거였다.
이 박사는 "천식은 알레르기 같은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환자를 평생 따라다니며 고생시킨다"며 "기술력 있다는 다국적 제약회사도 개발하지 못한 천식 치료제가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현재 이 기술은 지난해 한국신약(회장 한만우)에 이전되어 상품화 단계에 있다.
이미 시제품은 '아스망'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상태. 서울성모병원, 아산중앙병원, 충남대병원 등 5개 병원에서 마지막 단계의 임상시험인 3상 시험을 거치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는 약국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시장 규모는 세계 천식 치료제만 120억불에 이르고, 국내 시장은 300억원대. 국내 관련 시장은 무려 1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 박사는 앞으로 3~4년 내에 관련약품 수입대체 효과와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불가능에 대한 도전은 계속된다"
이 박사는 요즘 다음 실험 모델을 구상 중이다. 천식은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기도가 좁아지는 등 변형이 생겨 원래 상태로 회복이 어렵다고 한다. 이 박사는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기도수축과 염증을 조절할 수 있는 약물연구에 관심을 갖고 최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천식 치료제 개발은 10년 걸린 연구결과였다. 앞으로 진행하고 싶은 연구도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도전해 볼 것이다." 이 박사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 실험실 동료들이 있기에 두렵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연변에서 온 4명의 조선족 과학자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처음에는 연구 스타일이 달라 불화를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인간적인 고민도 함께 나누는 동반자가 됐다. 이 박사는 "연구원들에게 고국에서 열심히 배워 중국 땅에 돌아가 리더가 되라고 주문한다"며 "조금만 더 고생하고 같이 웃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박사는 '정책입안자들이 바이오 연구에 10년을 내다보고 지원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가지 특정 분야를 과제로 삼아 연구하기 보다는 오랜 기간 여러 연구를 병행하면서 진행해야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급하게 결과물을 재촉하면 연구원들 사기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 사람을 보고 장기적으로 투자를 해달라. 그렇게 되면 연구원 스스로 더 열심히 연구를 하게 되고 분명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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