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텍-①]표준硏 정세채 박사팀...나노단위 세포 수술 '가능'

지난 30여년간 한국 과학발전을 선도해 온 대덕연구단지. 대덕넷은 2005년을 빛낼 '대덕특구'의 희망 기술들을 매일 1개씩 총 10개의 기술을 '뉴텍(New Tech)'이라는 테마로 자세히 연재할 계획이다.[편집자주]

최근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에 시달린 회사원 A씨. 병원을 찾아가 보니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생사를 좌우하는 암울한 소식인데도 A씨 부인은 태평하다. 간단한 레이저 장비를 통한 수술을 받으면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머지 않은 미래에 현실화 될 모습이다.

이런 수술이 가능해 질 수 있는 이유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이세경) 정세채(41) 박사 연구팀이 '펨토초 레이저 기술'을 개발, 완성단계 수준으로 끌어올렸기 때문. 정 박사팀은 올해 말까지 펨토초(10-15초) 레이저를 사용해 세포 1개 속에 생긴 병든 부분을 잘라 낼 수 있는 '단일세포의 나노수준 정밀제어 및 측정기술'을 올해 말까지 개발 완료할 예정이다.

이 기술은 의학계에서 치사율 100%에 육박하는 뇌종양도 치료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어서 관련 의학계와 산업계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차지하고 있다.
 

현재 기술로도 이온 빔 등의 레이저를 사용해 나노단위 세포수술 작업이 가능하다. 이미 반도체 칩의 생산 등에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기존 기술들은 '살아있는' 생명체에 활용될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진공 상태에서만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펨토초 레이저 기술은 다르다. 물속이나 일반 대기중에서도 세포 하나만을 정밀하게 자르거나 구멍을 뚫는 조작을 할 수 있다. 세포 하나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기관의 수술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수술용으로 사용된 엑시머 레이저 등은 대부분 '열'을 이용한다. 출혈없이 큰 조직을 수술할 때 사용 할 수 있지만 작은 세포 하나에 사용할 경우 세포가 죽게 되는 단점이 있다. 신경세포 하나의 크기는 10㎛(마이크로 미터)도 되지 않는 작은 크기이기 때문에 열을 사용할 경우 주변 조직이 쉽게 타 버리게 된다.

개발을 총괄한 정세채 박사는 "펨토초 레이저를 사용 할 경우 세포 한 개만을 선택적으로 절단하거나 구멍을 낼 수 있다"며 "필요할 경우 암세포 등에 구멍을 뚫어 그 세포 하나에만 항암제를 투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박사가 개발한 펨토초 레이저 응용 기술은 세포 조작 이외에도 '게르마늄' 등의 물질에 사용해 발광물질을 만들어 내는 등 다양한 응용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사용할 경우 LCD스크린, 광섬유, 유체제어용 미세 노즐 가공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쥐의 뇌신경 세포를 절단하거나 구멍을 내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정 박사는 "올해까지 세포 단위 수술에 필요한 나노수술 시스템(Single Cell Nano- Surgery System) 개발을 마치고 생명공학적으로 검증할 만한 데이터를 추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내년부턴 생물학자들과 공동연구 하고 싶어

정세채 박사의 올해 목표는 '펨토초 레이저'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 또 2006년 부터는 '생물학자'들과 공동으로 의학적인 응용 실험에 착수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한 정 박사는 "화학은 대학 때부터, 물리는 표준연에 입사하면서부터 각각 10년 이상 연구해왔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지만 생명 쪽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이번 연구가 중요한 과제인 만큼 오는 2006년부터는 생물학자들과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의 이유는 신경 세포중 배양이 가장 쉽다고 알려진 '쥐의 뇌신경세포'를 얻기 위해 몇 달을 허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세포 배양을 실패한 것만 5차례가 넘었단다. 또 그는 "생물학을 전공한 인력이 한 명 만 있었더라면 연구개발 기간을 7개월 이상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곰팡이가 피어 있는 조직세포를 보며 한숨을 쉰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단일세포의 나노수준 정밀제어 및 측정기술'의 개발 착수 시점은 지난 2003년 10월. 불과 15개월 남짓한 기간에 이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정 박사 개인이 수년 전부터 준비해 왔기 때문.

정 박사는 "연구비 지원이 부족해 개발에 착수하지 못했었지만 5년 전부터 관련 서적을 탐독하는 등 개발 할 준비를 해 왔다"면서 "화학 연구에 10년, 물리에 10년을 바쳤으니 이번 연구를 계기로 10년간은 생물학 관련 공부를 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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