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이 간다]KAIST 유용균 씨..."락클래식을 대덕 명물로"

과학계에 몸담으며 동시에 음악에도 재능을 보이는 '열정'으로 똘똘뭉친 과학도가 있다.

KAIST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2년차인 유용균(27) 씨. 그는 KAIST 기계공학과 대학원 과대표를 맡으며 KAIST 오케스트라에서도 활동하는 등 몸이 두개여도 모자를 정도로 바쁘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이끌 수 있는 대단한 에너지가 넘친다.

특히 지난 가을에는 '락클래식'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음악공연을 기획·주도함에 따라 능력을 인정받았다. 열정이 넘치는 그의 삶을 들여다봤다.

'음악과 함께한 삶' 유 씨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중·고등 학교 시절 학업으로 인해 잠시 레슨을 쉬었지만, 대학진학 후 음악의 열정을 잊지 못해 학부 1학년 때 KAIST 오케스트라에 가입,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KAIST 오케스트라는 매년 봄, 가을 정기공연을 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쉰 적이 없으니 그는 지난 8년간 17회의 연주를 한 셈이다. 또 지난 98년에는 음악동아리 '뮤즈'와 함께 KAIST 가요제에 출전, 1등을 차지했다.

특히 유 씨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음악공연 기획'. 그는 작년에 오케스트라 회장을 맡으며 그동안 클래식 위주로 진행됐던 봄공연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영화음악과 왈츠, 영화 OST 등을 연주하며 동시에 관련 영화장면을 프로젝트로 보여주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유 씨는 이를 발판으로 본격적인 공연 기획에 나섰다. 그의 첫 작품은 지난 9월 초에 있었던 '락클래식' 공연. 그는 작년에 한 친구와 어느 정도 수준있는 공연을 해보자고 뜻을 같이 했다. 그러던 중 일본그룹인 'image'의 서울 공연에 인문사회학부의 김정진 교수와 참석, '우리도 저런 공연을 해보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

이 후 그는 KAIST 오케스트라와 합창, 밴드, 클래식기타 등 각종 음악 동아리들이 함께 하는 '락클래식' 공연을 주도하게 됐다. 유 씨는 '락클래식'의 실질적인 매니저 역할을 맡으며 학교에서 가장 피아노를 잘 치기로 소문난 전자과의 배효준 씨와 밴드 '애드립', KAIST 오케스트라, 합창단인 'KAIST 코러스', 클래식 기타 동아리인 '아스트리아스' 등의 멤버들을 끌어 모았다.

이렇게 결성된 '락클래식' 멤버들은 음악만 듣고도 악보를 만들고 편곡을 하는 등 기대 이상의 수준을 보여줬다. 출발부터 순조로웠던 '락클래식'은 철저한 준비와 학생들의 열정, 학교의 지원 등으로 체계적인 공연을 만들어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며, 연주 또한 '프로'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멋지게 마무리됐다. 유 씨는 '락클래식' 공연을 매년 개최키로 하고, 내년 공연부터는 풍물동아리인 '소리모음'과 국악 동아리인 '떠이어니레'도 합류시킬 계획이다.

'락클래식'에 또 다른 분야인 '국악'을 접목시켜 보겠다는 것이다. 내년 공연의 컨셉은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의 어울림이다. 연주곡도 부산 아시아게임 주제가로 유명한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양방언 씨의 음악을 이미 선정해 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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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씨는 "음악 재능이 뛰어난 숨겨진 인재들을 발굴해 깜짝 놀랄만한 공연을 해보고 싶다"며 "앞으로 '락클래식'이 KAIST를 비롯해 대전 지역의 명물이 되도록 주도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유 씨는 작년 겨울부터 라틴댄스도 배우기 시작했다.

충대 쪽문에 있는 '아수카'라는 라틴바에서 레슨을 받고 사람들과 함께 즐긴다. 그는 라틴댄스는 보여주기 위한 춤이 아니라 '자기를 춤추는 춤'이라며, 음악에 맞춰 자신을 표현하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과 정신적 교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학생 주도의 '심포지엄' 개최할래요" 유 씨의 또 다른 직함은 KAIST 기계공학과 과대표. 그는 올해 과대표를 맡으면서 이전과는 차별화된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첫 성과로 몇 년간 자취를 감추었던 기계공학과 대학원생 체육대회를 부활시켰다.

또, 일반 체육대회와는 달리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같이 개최해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특히 주목받았던 행사는 올해 미국 미시간대 기계과와 함께 치룬 'graduate symposium'. 이 심포지엄은 학생들이 직접 기획 및 좌장을 뽑아 회사 스폰서까지 받는 학생 위주의 심포지엄으로 미시간대 기계공학과와 KAIST 기계공학과가 섹션을 반으로 나눠 기획·진행했다.

또, 수상과 상금 협의, 학생간 교류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했다. 그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내년부터는 KAIST 내부에서도 학생들이 주최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이다. 또, 이와 같은 내용을 기계공학과 학장인 김양한 교수에게 제안, 허락을 받은 상태이다.

그는 "미국은 발표문화가 형성돼 있고 공학도들도 '스피킹'이나'프레젠테이션'을 필수과목으로 들어야 한다"며 "KAIST 학생들도 이런 심포지엄을 통해 자신의 연구를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KAIST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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